저번 주말에 엄마 환갑이라 남동생과 우리집 며느리와 남자친구가 함께 모여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 엄마는 항암 직후라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셨지만, 아빠가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생각하셔서 부랴 부랴 집에 모였다. 결과적으로는 모이기를 잘한 거 같긴 하다. 안그래도 엄마가 너무 상태가 안좋아서 침울한데 환갑인데도 아무것도 없었다면 더 우울해졌을 것 이다.
어제는 남자친구와 통화하다가 눈물이 쑥 나와버렸다. 집에 환자가 없으면 암환자가 얼마나 아픈지 짐작을 못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시어머니 될 분이 너무 심하셨단 생각이 든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너무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성격이 강한 분이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다.
좋아하는 남자랑 같이 살 수만 있으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벌써 도망가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평소 부정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참고 쌓아두다가 결국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편이다. 작년 6월 경 우울증도 원인은 결국 이거였다. 그때는 털어놓을 대상도 없었으니까. 남자친구가 생겼지만, 결혼까지 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난 '징징거리지 않아야 한다.' 는 강박 때문에 어떻게든 내 감정을 돌려서 말하려고 노력한다. 내 딴에는 그게 최선의 표현법이지만, 번번이 상대방은 내 의도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울다가 잠들었고 꿈속에선 내가 남자친구한테 결혼 하지 말고 그냥 평생 연애만 하자고 말했다. 한번 잠들면 절대 안깨고 쭉 자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나님께 잠결에 기도했다.
우리 엄마 소원은 여전히 내가 결혼하는 것이다. 내가 결혼한 후에는 아마도 내가 아기를 낳는 것일 거고... 그런데 정말 엄마 소원대로 내가 결혼하면 지금보다 행복해질까?
요즘들어 나같은 사람과 결혼은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든다. 분명 남자친구를 사랑한다. 매일 매일 보고 싶다. 그런데 결혼은?? 자신이 없다. 정말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이제 5% 정도 준비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친구는 해맑고 항상 즐거우신 것 같다. 너무 애 같아서 걱정이다. 연애할 땐 애 같아서 좋았는데 이제와서 애 같아서 걱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