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

단문 2017. 12. 20. 17:35

  엊그제 자살한 연예인의 유서를 본 뒤로 마음이 계속 무겁다. 그가 쓴 유서 내용이 내가 진창에 빠져 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암담한 사람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나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다시피 한 사람인데, 이런 나의 어두운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면 사랑하는 친구가 혹은 애인이 떠날까봐 항상 두렵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나는 언제나 실제와는 다른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나로 인해 불편한 타인을 보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 

  그가 유서에 쓴 표현대로 우울이 내 몸과 정신을 점점 갉아먹고 있다고 느꼈던 그 때, 이렇게 사느니 이제 그만 이토록 거대하고 압도적인 우울에 굴복하고, 나는 그저 우울에 몸을 맡기고 질식하여 죽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하던 그 때, 나는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부짖었던가. 죽어가는 나를 아무도 눈치 못채게 모든 행동과 말에 어마어마하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제발 누군가가 날 알아보고 손 내밀어 주기를 나는 정말 죽도록 기다렸다.

  끝내 나에게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지만, 나는 어쩌다보니 운좋게 우울을 극복하고 지금 살아남아 회사에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허술하고, 어쩌면 죽는 것보다 쉬운 건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하던, 나같이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는 사람은 빨리 죽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사로잡혀 있던 시간은 고작 2주 였다. 그런데도 당시 난 정말 진심으로 이 세상을 등지고 싶었다. 고작 2주 만에 말이다.

  엊그제 자살한 그 사람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그런 상태였던 걸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과의 지독한 괴리, 그로 인한 고독, 절대 오지 않을 미지의 구원자를 향한 막연한 기다림.. 얼마나 오랫동안 우울했길래 결국 그는 죽고 말았을까.

  아... 너무 슬프다. 난 그가 노래 부르는 걸 제대로 본 적도 없고, 평소 팬도 아니었는데, 그가 쓴 유서가 너무 슬퍼서 엊그제부터 정말 미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