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없이 중2병 스러운 글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해야겠다.
나는 한 곡의 음악, 한 권의 책, 한 폭의 그림,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의 증거는 바로 나 '곽미영'이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위기가 몇 번 왔는데, 그때마다 나를 구원해준 것은 종교도, 사람도, 가족도 아니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들은 타인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하고, 나같은 보통 사람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에 감동받고, 또 살아갈 용기를 얻곤 한다.
이러한 나의 예술관 때문에 예술이라는 탈을 쓰고 만들어진 진지하지 못한 것들을 보면 유난히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들은 몇 번씩이나 나를 살려준 예술을 모독하고 있으니 말이다.
6월에 나에게 왔던 위기는 뜻밖에 Bach 의 음악으로 이겨냈다.
요즘에도 저녁에 음악 플레이어 타이머를 맞춰놓고 Bach 의 Double Violin Concerto 를 들으며 잠든다.
1700년대에 독일에 사셨던 위대한 요한 세바스찬 바흐 님 덕분에 2017년의 곽미영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쏟아지는 비에 기뻐하며 소설을 읽고, 행복한 기분에 젖어 잠들고, 친구도 만나고, 직장생활도 하고 그러고 있다.
정말 고맙습니다. Bach 님.
P.S 이번 여름에 Bach 님이 사셨던 라이프치히 에 가려고 어렴풋이 계획 중이다. 아직 티켓도 못 구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