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빠져나온 꿈

단문 2017. 6. 22. 17:34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그게 너무 생생하다.

  꿈의 내용은 이러하다.

  내 방에서 자다가 아무 이유없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왔는데, 내가 죽은 것 같진 않았다. 말 그대로 나의 신체와 정신이 분리된 것 뿐.이미 영혼이 되어버린 나는 방문을 열 수도 없어서, 껍대기인 나의 몸을 보며 침대 주변만 둥둥 떠서 빙글빙글 돌다가 영혼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다시 내 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때부터 가위에 눌리는 것 처럼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거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눈을 떴고, 아... 꿈이구나 안도하면서 멀뚱 멀뚱 천장보며 누워있었는데, 그 조차도 꿈이었다. 꿈에서 또 꿈을 꾸고 깨어나기도 두번 깨어난 것이다.

  인생 최악의 꿈이었던 강도가 내 발목 잡고 질질 끌고 다녔던 꿈 만큼이나 불쾌하고 생생한 꿈이었다.

  순간, 혹시 이거 꿈 아니고 내가 순간 영혼이 빠져나왔던 건 아닐까? 란 생각과 영혼이 되었을 때 멀리 떠나버렸다면 난 영원히 영혼으로 이승을 떠돌았을지도 모른단 으스스한 생각이 들었다.

  영화 주인공들은 악몽을 꾸면 막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나는 악몽 꿔도 그렇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가슴이 심하게 쿵쿵 뛰고 무서워도 절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끔 너무 무서운 꿈이면 누워서 깍지끼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그냥 잔다. 악몽마저도 잠에 대한 내 강한 의지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소음에는 엄청 민감하지만, 일단 잠들면 새벽에 천둥번개가 쳐도 세상 모르고 자는 편) 

  엊그제도 그냥 그렇게 누워서 기도하고 아침까지 푹 잘잤다. 아직까지도 불쾌한 기분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