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의 답장

단문 2015. 10. 30. 19:13

고모는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셨다. 공부를 잘했지만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고, 전국을 돌며 밤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다 돈 한푼없이 독일에 가셨다고 한다.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고, 주말에는 독일 부자집 청소를 해주며 돈을 벌었고, 마침내 늦긴 했지만 결혼을 하여 베를린에 정착하셨다.

고모가 내 인생을 얕잡아 보지 말라고 답장을 주셨다.
바보같이 메일을 보다 울었다. 그렇다. 특별할 거 없고 재미도 없는 내 인생을 이제까지 나는 계속 얕잡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내가 날 얕잡아보는 데 누가 날 인정해주겠으며 어떤 좋은 일이 나에게 찾아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