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즐거움

단문 2014. 6. 27. 23:28

  스무살 이후로 책을 현저하게 적게 읽으면서 그 이후로 읽은 소설에 큰 감명을 받지 못하였다. 물론 몇 개의 책을 좋아하고 다시 읽기도 하였지만, 어렸을 때 느꼈던 두근거림, 며칠간의 시달림 같은 건 정말 다섯손가락에 꼽을 만큼도 안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읽은 딱 3장짜리 소설 안톤 체호프의 "바다에서" 라는 소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기뻤다. 아 32살이어도, 이렇게 소설에 감명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가 추악하다고 생각하는 선원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었고, 고결해 보이던 목사는 천하의 더러운 놈이었다. 본인이 추악하다고 인정하는 인간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순수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지 한달 넘은 거 같은데, 아직도 자기 전에 소설 속 좋아하는 문장을 읽고 다시 감명받고 그러고 있다.

  정말 좋은 소설이다. 3장 밖에 안되는 게 놀라울 따름. 단 3장에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위대하신 나의 체호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