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따라 다녔던 건 작년 런던 여행이 처음이었다. 가이드 투어 하면 재미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았다. 비용만 별로 비싸지 않다면, 난 다음에도 가이드 투어 하고 싶을 정도다. 처음에는 트레팔가 스퀘어랑 버킹검 궁전 그리고 옆에 있는 그린파크 갔었는데 사진이 쓸만한 게 없어서 그 다음으로 왔던 피카딜리 서커스 부터 시작. 

 

   나는 여행 프로그램 같은 거 볼 때도 풍광 이런 거 보다 그 나라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고 대화하고 이런 거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여행을 더 선호하는 지도 모르고. 영어도 안되고 또 원래 낯선 사람한테 말 같은거 잘 못붙이는 성격이라, 런던 가서도 뭐 말한마디 안하고 오긴 했지만, 피카딜리 서커스에 놀러 나온 런던 시민들 구경이 재밌었다. 저 에로스 동상 밑이 런던 사람들이 누군가를 만날 때 애용하는 장소라고 한다. 

  이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나라 서울은 얼마나 사람이 많은 곳인지... 런던 사람들이 약속장소로 제일 많이 애용하는 장소라는데도 저렇게 한가하고 계단에 앉을 자리가 넘쳐난다. 서울도 아닌 인천에서 사람들 많이 만나는 부평역 지하상가 분수대만 해도 저 사진에 있는 거 보다 사람이 약 20배는 많은 거 같다. 서울은 뭐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코엑스 중앙 광장을 생각해보더라도. (그곳은 지옥) 

  아침에 좋았던 날씨가 피카딜리 서커스 갔을 쯤에는 급격히 흐려져서,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저런 날씨로 변해있었다. 

  일요일 낮시간이 사람이 많을 시간은 아니지만, 서울에 비한다면 정말 한가롭다. 난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런던 남자들이 무지무지 멋있다는 거다. 크크크크. 맘 같아선  그냥 저 에로스 동상 밑에 앉아서 잘생기고 옷 잘입은 남자들 구경이나 하루종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국 남자들 멋있다는 건 여행 갔다와서 보는 사람마다 아는 사람에게 한 백만번씩은 한거 같아서 그만 말해야 하지만, 오 그것은 진리! 내가 만약에 다시 영국에 간다면 그것은 아마도 영국 남자 때문일지도.

 

  가끔 뉴스에서 우리나라 시내 간판이 너무 천박하다 어지럽다면서 유럽 사례를 보여주는데, 보다시피 런던의 시내에는 건물에 간판도 별로 눈에 안 띄고 예전 건물 그대로 쓰고 있어서 그런지 엄청 고상하다. 근데, 난 우리나라가 유럽 시내처럼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휘황찬란하고 도무지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는 무자비하게 큰 간판이 오히려 유럽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국적일 수 있는 거니까. 얘네들은 매번 이런 건조하고 고상한 건물만 보고 살았으니 오히려 그런 거에 매혹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난 어렸을 때 왕가위 영화 속 홍콩 시내 한자로 된 형형색의 네온사인이 엄청 멋있어 보이고 그랬으니까.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웨스터민스터 사원. 원래는 천주교 성당으로 쓰이다가, 영국이 국교를 성공회를 바꾸면서 부터는 성공회 예배 보는 사원으로 사용 중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아름답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미학적으로 막 뛰어난 건물은 아닌 거 같다. 문에 새겨진 조각은 정말 예뻤지만, 건물 자체로만 보면 균형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영국 여행 갔다온 이후로는 유럽에 있는 나라 검색할 때 반드시 종교도 함께 검색해서 보곤 한다. 천주교가 몇% 인지, 프로테스탄트는 몇% 인지 이런 거 말이다. 워낙 유럽의 건축이나 문화 자체가 종교랑 밀접하다보니 그런 거 같다. 


  영국에서도 종교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천주교가 들어오면서 수많은 사람이 순교했다. 그 때 수많은 사람이 죽은건 "하나님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는 교리가 지배층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지만, 어차피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데 천주교와 개신교는 왜 그렇게도 죽도록 싸운걸까? 

  나야 개신교도라 그런지, 천주교가 당시 워낙 부패했었기 때문에 개신교가 탄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개신교가 천주교 보다 도덕적이라는 건 아니다. 미국가서 걔네들이 학살한 인디언들만 봐도... 난 전생에 인디언이었는지 그 생각만 하면 머리에 피가 막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든다.) 종교 간의 갈등이 한창 심했을 때는 개종하면 살려주겠다고 해도 절대 개종 안하고 갓난아이를 안고 스스로 화형을 청하는 여자들도 많았다고 하니, 사람들이 신념을 한번 품으면 정말 무섭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빅벤을 보러 왔을 때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도시를 상징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 행운인 거 같다.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은 뭘까? 숭례문? 남산? 

  이것도 그냥 잡지에서 읽은 건데, 사실 영국애들이 만든 저 시계는 워낙 오차가 많아서 몇 년에 한번씩 시간을 수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세종대왕 때 천문학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칠정산이라는 달력은 그런 오차가 전혀 없다고 한다. 세종대왕 당시 그정도로 오차 없이 달력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에서도 5개국 미만이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top of top 이었던 건 세종대왕 때고 그 이후로는 그냥 계속 후퇴하는 과정인 거 같다. 과학 면에서 보자면.

  영국 여행기 쓰면서 또 뻘소리로 중국 애기가 나와서 말인데, 옛날 중국 사람들은 다 천재 였던 거 같다. 사람들은 중국은 안된다고 무시하지만, 난 솔직히 중국 사람들이 맘만 먹으면 화성에다가 만리장성 자금성 같은 것도 뚝딱 지어놓을 거 같고 그렇다. 무시할 수 없는 나라야. 정말.

  일단 인구가 14억.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번 영국 여행가서도 중국 사람들의 인구에 다시 놀랐는데, 내가 갔던 모든 관광지의 외국인 중 중국 사람이 50% 고 나머지 나라가 50% 정도 되는 거 같았다. 정말 전세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중국 사람들. 난 중국을 경외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중국 사람들은 싫다.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러우니까.

 

  독감으로 집에 갇혀 있는데 여행기를 쓰니 괜한 말이 너무 길었다. 빅벤 이후 본 국회의사당이랑 세인트폴 대성당은 다음 포스팅으로 미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