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은 잠을 자고 호텔에서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인터파크 상품평에서 조식이 훌륭하다는 말을 들어서 기대를 하고 내려갔는데, 역시나!! 바로 요리해서 주는 조식이 맛있었다. 나는 계란 후라이랑 식빵에 그냥 잼 발라 먹는게 제일 맛있고 든든할 것 같아서 그렇게 먹었다.
식당 내부. 꽤나 쌀쌀한데 반팔입은 사람이 많이 보였다. 백인들은 원래 조상들이 추운지방에서 온 사람들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동양사람들보다 추위를 훨씬 안 타는 거 같다. 런던이든 에딘버러든 더블린이든, 나는 막 몇 겹씩 입었는데 반팔 하나 입고 돌아다니는 남자들이 많았다. 별로 추워 하는 기색도 없이.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 꽤 오래된 호텔이라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다. 친절하지 않은 직원만 아니면 최고의 호텔이었을텐데... 근데 이건 이 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라 런던에 사는 사람들 자체가 차갑다. 별로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없고. 서울은 외국인에게 어떤 느낌일까? 이번에 여행 갔다와서 외국 사람들한테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런던에 있을 때 조금 서러웠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은 오래된 것에 집착한다는 내용을 책에서 봤다. 이 호텔도 꽤 유서깊은 호텔로 예전의 인테리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또 그만큼 방도 무지 추웠다. 단열도 예전 그대로면 곤란한데 말이다. (충격적인건 그래도 이 러셀호텔이 영국 있는 내내 가장 따뜻했던 호텔이었다는거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거 나오면 한번에 모두다 바꾸는 것에 대해 외국 사람이 비판한 걸 봤는데, 그걸 비판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편한데도 예전 거 보존한다고 그냥 참고 사는 유럽 사람들이 더 바보 같아 보일 때도 있으니까. 또, 이쪽 동아시아 사람들이 오래된 걸 별로 중요하게 안 여기는게 오히려 역사가 더 길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왜냐면 여기 저기 오래된 게 너무 많으니까 그게 귀한 줄 모르는 것 같거든. 특히 중국 사람들을 보면, 세계 문명 발상지 중 하나고, 신문에서 보니 중국은 명나라 때 지은 집에서 아직도 멀쩡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저기 오래된 게 널려 있다보니 오히려 옛날 게 귀한 줄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운전을 하면서 차에 관심이 생겼고, 이번에 영국 가서 차 디자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모르는 자동차 브랜드도 꽤 많았고, 영국 경찰차가 현대 i30 라 반가웠다. (그 이외에는 현대차는 눈을 찾고 씻어봐도 없었다. 크크크크) 나는 핸들 잡을 때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은 그냥 무릎위에 올려놓고 운전하는 편인데, 영국처럼 운전석이 오른쪽이면 나같은 사람이 운전하기 편해서 좋을 거 같다. 오른손으로 핸들 잡고, 왼손으로 기어 움직이면 되니까 말이다. 뭐 오토라 기어 조작할 일 별로 없긴 한데 가끔 N으로 기어 바꿀 때 핸들 잡는 손을 왼손으로 바꿔야 하는게 좀 귀찮을 때도 있다.
근데 오른쪽 운전석에서 운전하면 우회전을 신호받아 가고 고속도로에서도 IC 로 빠질 때 왼쪽으로 빠지는 건가?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 오른쪽이 운전석인 차. 적응이 안될 거 같긴 하지만.
유럽 수돗물이 질이 안좋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지만, 정말 물이 안좋아서 영국에 있는 동안은 아침에 머리 감고 저녁에 또 머리를 감았다. 그렇게 해도 만족스럽게 기름기가 제거되지 않았다. 호텔이라 당연히 린스가 있을 줄 알았는데 린스가 없어서 밥 먹고 친히 린스를 사러 슈퍼에 갔다. 여행용 작은 린스를 안팔아서, 나는 생수병 만한 린스병을 여행 내내 짊어지고 다녀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린스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나를 보며, 나 스스로 여성스럽구나 생각했다. 크크크. (여성스러운 게 아니라 미련스러운 건가) 7박8일동안 린스 좀 안하면 어때서. 하지만 린스를 포기할 순 없었다. 린스 안하면 머리 말릴 때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서 속이 쓰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국의 후진 수돗물로 머리를 감으면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은 거 마냥 머리카락이 뻣뻣해서 머리에 손가락도 안들어갈 지경이었다.
내가 테스코에서 산 린스는 프랑스 샴푸 였는데 비싼 가격 만큼이나, 향이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한국으로 오면서 그냥 버리고 왔는데 아까워서 조금 덜어왔다.
내가 런던에 있을 때 철인 3종경기 주간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진행요원들이 안 비켜 선다고 엄청 뭐라고 하고, 도로도 통제되고.
머리를 감고, 여행가이드를 만나러 Tottenham Court Road 쪽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고, 그냥 길만 둘러봐도 내가 먼 곳에 오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신났다.
이렇게 영화에서 보던 빨간색 이층버스도 보고 말이다.
가는 길에 있던 미술관. 전시회가 꽤 유명한 전시회인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여행사에서 정한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지도로 봤을 때 어느 정도 걸릴지 확실치 않고, 길을 잃을 때를 대비해서 넉넉하게 나갔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일찍 도착하여, 그 주변 골목을 둘러보다가 여행 가이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