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때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물론 궁금해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지금부터 가끔씩 일기와 더불어 여행에 대해서도 기록하기로 하고, 이번이 그 첫번째.

  이번 여행에 나는 카메라를 안 들고 갔다. 대신 예전에 사용하던 MP3 Player 용 핸드폰 1개, 지금 사용하는 핸드폰 1개. 이렇게 2개로 모든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행 갈 때마다 사진기가 가방에 굴러 다니는게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또 막상 사진 찍느라 정작 제대로 여행도 못 즐기고... 결정적으로 난 사진 찍으면 그냥 찍을 뿐 거의 다시 안 보니까. 아무래도 이건 내가 사진을 워낙 못 찍어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멋진 사진이 없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이 거의 없다. 있더라도 완전 이상한 사진 뿐? 이번에 깨달은 게 아무리 핸드폰 카메라가 좋아도, 우리집에 있는 익서스 보다 못하다는 거다. (익서스 처럼 작은 카메라도 귀찮았다는 나) 카메라 없이 사진도 별로 안 찍고 편히 다니긴 했지만, 이제와서 살짝 아쉽다. 사진이 없어도 너무 없네.

 이번 7박 9일 여행 일정은 이러했다. 런던 2밤-에딘버러 2밤-더블린 1밤-런던 2밤. 도착하는 날은 밤 7시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은 밤7시 40분쯤 이었고. 대한항공 직항. 이번 여행 덕분에 제주도 왕복 마일리지가 쌓였다. 영국이 멀긴 먼 모양이다. 내 여행일정은 꽤 이동이 많았기 때문에 짐을 최소화 했는데 출발 전날 밤에 원래 가져가려던 짐을 쌓아놓고 엄마와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고 줄이고 줄여서 결국 캐리어는 기내용 1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고, 그 외에 작은 배낭1개, 그리고 크로스백 1개가 생겼다. 작은 캐리어로 줄인 건 정말 잘한 짓이었다. 저거보다 한 사이즈 큰 거 들고 여행 갔으면 여행이 훨씬 힘들었을 거다. 작은 캐리어 하나라 계단도 잘 올라가고 편히 다녔다. (대신 배낭이 꽤 무거워서 어깨가 좀 아팠지만)

 우리 엄마는 남동생 군대보낼때랑 기분이 비슷하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그래도 난 무사히 다녀왔다. 다행히도.

 아 그리고 다 다녀와서 생각해보면 난 이동 많은 여행이 성격에 더 맞는 것 같다. 만약 뭐... 한 두달 한 곳에서 머무를 수 있다면 모를까, 그냥 일주일 정도면 이동하는 게 조금 힘들긴 해도 재밌는 것 같다. 예전에 도쿄에만 4박 5일 있을 땐 정말 좀이 쑤셔 못견딜 것 같았는데, 적어도 이번에는 그런 기분은 안 들었다.

 짐을 안 부치니까 체크인은 15분도 안되서 끝났다. 여행사에서 출국하는 사람 무지 많다고 3시간 전에 가라고 해서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말이다. 커피를 못 마신 게 생각나서 혼자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이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과연... 사람이 많긴 많았다. 그래도 난 1시간 반 정도 일찍 출국장에 들어갔다. 커피까지 다 마시고 들어갔는데도 말이다. 영국 내에서 이동이 많아 면세점 쇼핑 해봤자 짐만 될 것 같아 생략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나 보면서. 원래 면세점에서 뭘 사본 기억이 없다. 돈도 별로 없기도 없고.

  내가 탈 비행기. 난 비행기 타기 전에 화장실이나 한번 더 가자 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모르고 남자 화장실로 직진 했다. 어색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칸에는 누군가 있는 것 같았지만. ) 한동안 아동용 남성 소변기가 왜저렇게 크지? 생각하고 서 있었다. 그 순간 건장한 남자분이 걸어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내가 남자화장실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 빨리 뛰쳐 나왔다. 휴.

 화장실을 다녀온 후 부터, 나는 게이트 바로 앞에 앉아서 1시간 30분 동안 14번 게이트야 열려라 참깨만 마음 속으로 수십번 외치며 비행기를 타기를, 내가 런던으로 향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