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

단문 2012. 4. 29. 19:58

어제는 원래 정한 시각보다 한시간 반 늦는 것에 대하여 이러려면 그냥 나중에 보자고 짜증을 좀 부리다가 다시 변덕을 부려서 택시타고 오라고 해서 늦은 시각에 남자를 만났다.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인가보다. 처음에는 그렇게 좋았던 사람이 한번 두번 보다 보니 편해지고, 이젠 내가 처음에 느꼈던 감정이 또 아득하기만 하다.

솔직히 이렇게 남자랑 단둘이 얘기하고 술마시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이게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건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친구하고 싶은 감정을 착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상대방이 이렇게 나오면 저렇게 나오면? 하고 상상해보면 나는 진심으로 답이 없다.

어제 헤어진 시각이 너무 늦은 시각이라 우리집 앞 진짜 아파트 통로 앞까지 날 데려다 줬는데, 23살 이후로 우리집 앞까지 온 남자는 어제 그 남자가 처음이었다. 음... 생각해보니 밤에 지금 사는 우리집 앞에 온 남자는 최초네

이상한 기분이었다. 뭔가 내 활동반경을 침해당한 것 같기도 하고,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 우리집 앞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엄한 상상이 갑자기 들어서, 결국 또 눈을 피하며 급히 들어가 보겠다고 얼버무렸다. 아 모르겠다. 나 잘하고 있는건가... 일만 벌이고 있는건가. 역시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괴로움이 뒤따르는 것이다. 남이 받는 상처에 무관심해지면 참 쉬울 것 같은데. 난 남녀관계에서 갑이 아니라 을이었던 적이 더 많아서 그런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