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번 킬러스 공연에서 무대 조명과 멜로디가  잘 어울려, 공연 중 제일 인상깊었던 Shadowplay 를 자주 듣고 있다. 이 곡 자체가 Joy Division 곡 커버이다 보니 처음 알게 된 조이 디비전 곡을 듣게되고, 또 뉴오더를 듣게 되고 뉴오더를 듣다보니 그 당시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활동했던 영국 뉴웨이브 밴드 음악을 듣고 그러고 있다.

  저번 월플라워스 OST 에 있던 XTC 음반도 찾아서 듣고 있는데, Dear. God 이 그 밴드 전체 곡 중 정말 튀는 곡(그나마 대중적임) 이고 다른 곡은 지금 들어도 너무 실험적이라, 어려워서 못듣겠다. Dear. God 은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정말 좋아서 알게 된 후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찾아 듣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울컥 울컥 하게 되는 뭔가가 있다. 그 곡은.

  XTC 음악은 도저히 못듣겠다 싶지만, 그 밴드 음악을 딱 틀었을 때 Blur 랑 정말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Blur 음반을 한장이라도 좋아한다면, XTC 음악을 틀자마자 Blur 가 이 밴드에게 엄청 영향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보컬이 부르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그러다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Blur 곡을 듣게 됐다. 난 솔직히 Blur 는  Parklife 음반 만 열심히 듣고 다른 음반은 거의 안듣는데, 어렸을 때 트레인 스포팅에 삽입됐었던 Sing 이라는 곡은 정말 좋아했었다.

 

 

 

  별로 재능도 없는 거 같은 공부를 해야만 했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공부보단 음악 듣기에 더 열심이었다. 당시 트레인 스포팅 OST 를 정말 좋아했는데, (원래는 음악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어서, 난 OST 를 밴드 음악보다 더 많이 듣곤 했다.) 고등학생 때 자주 그 음반을 틀어놓고 의무감에 책상에 앉아있곤 했다.

  트레인 스포팅 OST 의 이 음악을 들으면 항상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이 음악과 내 방 낡은 책상에 앉아 있는 나만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취한 기분이 들고 그랬다.

  오랜 세월이 지나 들었는데, 그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역시 음악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 하겠다고 또 다짐 했다. 흐흐.


이태원에서 돌아오며

일상 2013. 10. 13. 21:46

  12일 토요일에는 친구와 이태원에 갔었다. 이번 영국 여행에 가서 선물을 사온 3명의 친구 중 한명이었고, 그 친구에게만 선물을 주면 이제 내 선물 전달식은 다 완료 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매일 만나던 곳에서 벗어나보자는 의도로 친구와 이태원에에서 만났는데, 마침 지구촌 축제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린 전혀 모르고 갔는데 말이다. 전철에서 내려서 올라가보니 차량 통제하고 길에서 DJ 들이 마련된 무대에서 디제잉하며 클럽음악도 계속 틀어주고 더 걸어가보니 무대에서 밴드가 공연도 하고, 길에는 각 나라별 Booth 도 있고 그랬다. 사물놀이도 하면서 걸어가고 그런거 같은데 난 키가 작아서 볼 수가 없었다. 이거 때문에 박원순 시장까지 봤네.

 이태원은 이색적인 곳이긴 했다. 외국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국사람이 절대 다수긴 했지만, 주말 명동만큼 사람이 많았고 나는 또 한번 한국 수도권의 폭발적 인구 동원력에 경탄했다.

  친구와 나는 밥 먹으면서 우리 미래에 대해 서로 우려하는 대화를 했고, 클럽 뮤직을 가까이 들으면서 고개도 까딱까딱 하다가 유명하다는 펍에 가서 맥주마시고 돌아다니다 또 맥주마시고 그랬다. 친구가 즐거워 하는 거 같아서 나도 즐거웠다. 날씨도 딱이었고. 외국 사람들도 많고 클럽에 갈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많아서 옷차림 구경하는 재미, 화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세상에는 참 예쁜 여자들이 많은 거 같다. 아 하긴 어제는 잘생긴 남자도 많이 봤군. 젊은 사람들은 다들 귀엽구나 라고 생각하며 10시쯤 전철을 탔는데 앉아서 음악을 듣는 순간, 갑자기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며 바로 직전까지 재밌었던 기분이 씻은듯이 사라지고 우울해졌다.

 

  요즘 자주 듣는 Shadowplay 를 듣는데, 가사를 듣다보니,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이 그렇게 기다리던 사람은 끝끝내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로 안올 걸 알면서도 기다렸던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곡이 우울할 순 없다.

   

  술김이라서 더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실패를 많이 한 인생이라서,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가고 싶은 대학에 못가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짝사랑 하던 남자에게 차여서, 좋아하던 남자와 결혼을 못해서, 얼굴이 별로 예쁘지 않아서, 아는 것이 없어서, 모험을 못해봐서 등등 

  내가 만약 원하는 대로 이것 저것 다 이루고 살았다면, 덜 괴로웠을지도 모르지만 난 재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가끔 일부 잘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는 거 처럼 잘난 체 하고 은근히 남 무시하는 그런 거 말이다. 난 오히려 열라 못나서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고, 또 언제나 처럼 지독한 열등감과 함께 32살을 맞이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또 울컥했는데.

  불행히도 간신히 떠올린 그런 생각도 당시 나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