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me now'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10.13 The Kooks - See me now.

The Kooks - See me now.

음악 2014. 10. 13. 01:06

 

 

 

교회에서는 보통 예배가 끝날 때 기도송을 부른다. 난 교회 설교 시간에는 핸드폰이나 보고 딴생각 하지만, 기도시간만은 성실히 임한다.

내가 하는 기도가 다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내가 뭘 간절히 원하는지 되돌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도시간은 절대 헛되지 않다.

요즘에 하는 기도는 별로 많지 않다. 다 당연한 기도들이다.

 

내가 나 자신을 너무 비하하지 않게 해주세요. 좌절하지 않게 해주세요. 운전할 때 사고 나지 않게 해주세요. 회사에서 깨지지 않게 해주세요. 내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엄마아빠동생 건강하게 해주세요. 등등

 

원래 기도송은 엄청 짧은데, 요즘 갑자기 교회 기도송이 길어져서 원래 하던 기도를 다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 (보통 기도송 끝날 때까지는 눈을 감고 기도를 해야 함)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똑같은 기도를 반복한다.

 

내 처지를 비관하지 않게 해주세요. 다른 사람 시선 의식하지 않게 해주세요. 자동차 사고로 죽거나 장애인 되고 싶지 않아요. 우리 팀 부장이 히스테리 그만 부리게 해주세요. 제가 좋아할 수 있는 누군가가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게 해주세요. 엄마아빠동생나 모두 크게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등등 

 

이렇게 글로 쓰니 꽤 길지만, 이 모든걸 뇌에서 생각하는데에는 몇 초면 충분하다.

 

교회에 다녀와서 핸드폰 보다가 책 보다가 하면서 누워 있다가, 너무 찌뿌둥해 다시 공원가서 아무도 없는 밴치에서 또 누워서 하늘보다가 집에 왔다.

 

그러는 중 오늘 하루종일 배경음악이 되어 준 오늘 노래. The Kooks - See me now.

이 곡 말고는 발랄한 곡도 많고, 귀여운 노래도 많은데, 난 이 곡이 마음에 쏙 든다.  

이 노래를 들으며 침대에 혼자 누워서는 괜히 또 울적해져서 좀 울었다. 기도를 열심히 하고 와도 일요일 오후의 울적한 기분은 가시질 않는다. 

 

요즘 들어 나는 모든 불행과 고난에 두번째 이유를 만들고 있다. 진짜 중요한 다른 이유는 외면하면서, 그럴듯한 내 자신을 기만할 수 있을만큼 합리적인 그런 이유 말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가 뭔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이유들을 계속 계속 만들고 있지만, 결국은 내가 문제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단 말이다.

다 알다보니, 자꾸 나한테 실망하게 되고 불행한 기분이 들고 그런다. 그래서 항상 기도하려고 눈을 감으면 하는 기도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도 아니고 내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건가 보다.

나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나한테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