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근히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영화도 대부분 봤다. 그런데 나오는 디즈니 영화 다 봐도 '마법에 걸린 사랑' 만큼 재밌는 영화는 없는 것 같다. 만화 세계의 거대한 어깨뽕 들어간 왕자 옷 입고 뉴욕 시내 한 가운데서 호방하게 '하하하하하' 하면서 웃어재끼는 에드워드의 모습이나, 뉴욕의 모든 쥐와 바퀴벌레가 다 집으로 모여들어 지젤과 즐겁게 청소하는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었다. 위 두 영화에게서 내가 기대한 것도 역시 '마법에 걸린 사랑' 같은 잔재미였는데,...나야 워낙 동화를 좋아해서 두 영화 다 재미 없진 않았지만 다 보고 나니 '마법에 걸린 사랑' 이 아직까진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 중 단연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가 다시 한번 '마법에 걸린 사랑' 같이 유쾌한 자기 조롱 영화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나는 '미녀와 야수' 보기 전에 애니메이션에서 왕자로 변하는 장면을 대체 영화로 어떻게 만들었을지가 제일 궁금했는데, 웬걸.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못해서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체 누가 왕자 역에 댄 스티븐스 를 캐스팅 한 것인가!! 내 눈에는 가스톤 역할로 나온 루크 에반스가 훨씬 더 왕자님 같고 멋졌다. 심지어 그가 추락해서 죽는게 안타깝기까지 했다. 댄 스티븐스가 애니메이션의 왕자와 닮은 점이라곤 금발에 푸른 눈 이라는 점 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댄 스티븐스는 '폭풍의 언덕' 에서 에드거 린튼 역 맡으면 딱인 사람인데, 왕자님 이라니.... 초등학생 때 워낙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라 왕자님한테 너무 많은 기대를 했었나보다.

  애초에 미녀와 야수 보려고 맘 먹은 이유 중 가장 큰 게 사운드 트랙 때문이었다. 요즘에도 가끔 애니메이션 오프닝에서 나오는 'Bell' 을 출퇴근길에 듣는다.  영화 미녀와 야수를 보며 Alan Menken 이 작곡한 사운드트랙을 정식으로 쭉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Be our Guest' 부르는 장면은 애니메이션과 동급으로 좋았다. 그리고 예전부터 느낀건데 이완 맥그리거 노래 참 잘한다. 웬만한 뮤지컬 배우보다 훨씬 더 잘한는 거 같다. 제일 좋아하는 곡 'Bell' 은 애니메이션 버전이 훨씬 좋다. 엠마 왓슨은 이완 맥그리거 만큼 노래를 잘하진 않는 것 같다. 나쁘지 않지만, 탁월하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이외에 별 거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좀 눈여겨 봤던 장면은 야수가 무도회 가기 전에 치장하는 장면이다. 각종 사물로 변한 귀여운 하인들이 야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해 주면서 큐티클 불리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남자라도 치장할 때 손톱까지 신경 쓰는 게 좋아보였다. 나는 쓸데없이 관찰력이 뛰어나서 협소한 신체 부위의 결점을 너무 잘 발견하여 가끔 괴롭다. 아예 안보이면 좋으련만. 비싼 옷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저런 작은 부분 아닐까 싶다. 옷은 깔끔하게만 입어도 충분하다. 그런데 남녀 불문하고 손톱이나 눈썹 매무새에 신경쓴 티가 나면 안그런 사람보다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신데렐라' 는 공짜길래 봤다. 며칠전 본 영화 덩케르크에서 해군 장군으로 나온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이더라. 그 분 감독도 겸하시는 모양이다. 케이트 블란쳇이 신데렐라보다 더 예쁘다는 것과 유리구두 디자인이 아름답다는 것 외 아무런 감상이 없다. 이야기도 우리가 아는 그 신데렐라 얘기 그대로라 더 덧붙일 것도 없다. 다만 왕자로 나온 리처드 매든 이라는 배우, 나는 왕좌의 게임을 전혀 안봐서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너무 노안이라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 얼굴이 86년 생?) 디즈니 영화 최고 장점이 사운드트랙인데 신데렐라는 사운드트랙도 빈약했다. 신데렐라 역 맡은 릴리 제임스는 예쁘긴 한데 매력 없다. 매력과 카리스마의 결정체인 케이트 블란쳇님과 나란히 서 있으니 더 비교됐다. 맨날 괴상한 역할만 맡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착한 마녀역으로 나오는데 귀여우셨다.


  두 영화 보며 공동으로 느낀 게 두가지 있다. 첫번째는 디즈니가 흑인이나 히스패닉도 영화에 출연시키려고 무척 애쓰고 있다는 것과 두번째는 유럽 동화나 소설을 기본으로 한 영화에서 영국 배우들이 차지하는 위상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 이다.

  예전에는 디즈니 영화 및 애니메이션에서 코빼기도 보기 힘들었던 흑인과 히스패닉들이 왕실 근위대장이나 무도회의 소프라노, 이웃나라 공주님 등으로 출연한다. 동양인과 아랍인은 아직 출연하지 않는다. 한 10년 쯤 뒤에는 동양인, 아랍인도 출연할 지도 모르겠다. 옛날옛적 유럽에는 순수 백인만 살았겠지만 이렇게 억지로라도 다양한 인종들 출연시키는 시도를 보며 디즈니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꽤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조차 자본주의의 결과물이고 주인공은 여전히 백인 남녀지만 백인들만 출연하는 것 보단 낫지 않은가. 

  가끔 영국 배우들은 미국 배우들보다 역할 따기가 쉽겠단 생각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미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라 하더라도, 원안이 유럽에서 온 경우에는 꼭 영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유럽 사람으로 설정된 경우에는 여지없다. (영화 원데이 나 브릿짓 존스의 일기, 셰익스피어 인 러브, 비커밍 제인 에서도 보듯 영국 여자역을 미국 여자가 맡는 경우는 있어도, 영국 남자 혹은 유럽 남자 역을 미국 남자가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독일 사람 역할도 다 영국 배우가 맡았으니. ) 영화 속 인물은 어차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건데 배우의 실제 출신지와 영화 속 인물의 출신지를 일치시켜 캐스팅 한다는 게 좀 웃기기도 했다. 또 일치시키려면 프랑스 배우, 독일 배우를 써야지 영어 쓴다는 이유 만으로 영국 배우들만 캐스팅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위 두 영화도 내가 알기론 프랑스 이야기 인데 죄다 영국 배우들만 나온다. 케이트 블란쳇은 호주 사람이지만, 어쨌든 영국 연방이었던 나라니까. 조상 잘둔 덕분에 시대극 캐스팅에서 영국 출신들이 언제나 1순위니 미국이나 다른 유럽 배우들은 영국 배우들이 좀 얄미울 것 같기도 하다.


사진출처-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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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포카혼타스 등 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다수 작곡했던 Alan Menken 의 음악을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을 안보고 사운드트랙만 들어도 언제나 정말 훌륭한 곡들이다.

요즘 잠들기 전에 알란 멘켄 아저씨가 작곡한 사운드트랙 중 아무거나 하나 틀어놓고 독서를 많이 한다. 고등학생 때도 디즈니 음악 들으면서 공부를 많이 했는데 서른 넘어서도 여전히 디즈니 사운드트랙은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노틀담의 꼽추는 지금 생각하면, 어린애들이 보기에는 너무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디즈니는 용감하게도 이 스토리로 애니메이션을 개봉했다. 그 때문인지 노틀담의 곱추를 기점으로 한동안 디즈니의 암흑기였지. 콰지모도의 저주인건지..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 OST 는 정말 좋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보며 이 음악을 듣다가, 감동 받아서 울 뻔 했다.

콰지모도 엄마가 도망치다가 죽는 장면이 슬픈대다가, 음악까지 너무 웅장하니 가슴이 벅찬 기분이 들었다.

 

난 이 영화 개봉했을 때 아빠랑 동생이랑 극장가서 봤는데, 어린마음에 보는 내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특히 에스메랄다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 긴박함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알란 멘킨이 49년생 이니 벌써 67세.. 아직 엔니오 모리꼬네 할아버지도 정정하게 활동하시니, 오래 오래 사시며 사운드트랙 작곡 더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