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ubus- Here in my room

음악 2012. 1. 3. 23:15

1년 휴학 했을 때 겨울은 무지하게 추웠다. 아르바이트 하고 나서 무리해서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안양에 있는 친구와 술마시고 막차 전철 타고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눈과 함께 뒤엉켜 얼어붙은 보도블럭이 가로등불빛을 받아서 반질반질하게 빛나고 있었다. 
짧은오리털을 입었는데 허벅지와 다리가 너무 시려워 괴로운 가운데 들었던 이 노래.
그 뒤로는 춥기만 하면 이 노래가 조건반사처럼 떠오른다. 
incubus는 morning view 이후로는 좋은 앨범을 못 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science 앨범은 진짜 최고 명반, 우주에서 온 사운드라고 생각했는데.
2011년에 낸 앨범도 겁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보컬이 잘생기고 몸매좋고 멋지니까 난 계속 좋아 하기로 한다.

2주 연속.

일상 2008. 3. 16. 16:10
주5일을 하는 직장이라면 금요일이 제일 즐거워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엊그제 3월 14일 금요일은 날씨가 그야말로 환타스틱 했다. 목요일 밤에 비가 와서인지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금요일이었다.
3일연속 일이 별로 없어서 불안했던 내 예감은 완벽히 적중을 해서 내가 불안했던 것 이상으로 목요일부터 이상할 정도로 일이 몰렸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언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뭣 모르는 중 고등학교 시절 언론사에 종사하길 원했던 내 자신이 치욕적일 정도다. 언론 너무 믿지 말자.
저번주 금요일에도 기분이 뭣 같았는데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딱히 만날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와서 혼자 비비큐 치킨이나 시켜먹었는데 이번주 금요일도 마찬가지로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왔다. 하지만 누구 만날 사람이 있었다고 한들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일이 많아서 어차피 늦게 끝났으니까.
참담한 기분으로 집에와서 친구랑 전화하면서 그나마 기분이 좀 풀렸는데 누워서 잘 때가 되니까 다시 기분이 다시 안좋아졌다. 서러움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엉엉 울었다. 그냥 가슴이 찡하고 갑자기 눈물이 한두방울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불 뒤집어 쓰고 엉엉 울어버린거다. 저번주부터 사무실에서 울랑말랑 하다가 괜찮아졌다 가 계속 반복되는 상태였다. 그러다 뭐 터져버린 것.
내가 이런 내 상태를 얘기하면 다들 똑같이 이야기 한다. 아니.. 완전히 100% 솔직하게 말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내 맘을 말해도 될까? 하고 조금이라도 내 맘을 내비치면 어김없이 똑같은 말이 나온단 말이다.

금요일 밤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말을 들었다.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 내가 필요하고 절실한 말은 그게 아닌데."
"그럼?"
"그냥.. 난 예전에 어떤 사람이 지금 내가 한 말이랑 비슷한 말 했을 땐 그렇게 얘기 안했어."

그랬다. 난 요즘 사람들이 나한테 얘기하는 그런 말은 안했다. 뭐 그 사람이 자기를 이해해 주는 게 나 밖에 없다고 한 말이 어쩌면 진짜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풋. 뭐 세상에 자길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는 건 그냥 그것 뿐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로 다 끝이나버렸다해도, 그 당시에 나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마 단 한명도 없었던 모양이다.
막상 거의 동일한 상황이 나에게 당도해보니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평소에 날 좋아하고 위해준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결국은 똑같은 말만 하는거다.
난 예전에 그 사람만도 못하다. 예전 나처럼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그때부턴 다시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이랑 결국은 그렇게 재수없이 끝나버렸던 그 당시가 생각나서 또 가슴이 아팠다.  

난 지독한 이상주의자다.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고 냉소적으로 보이려 하고 가끔씩 그래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난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기 좀 부끄러울 정도로 이상주의자 인 거다. 하지만 난 30살 쯤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요즘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판에 박힌, 어떻게든 불확실한 미래에서 벗어나도록, 그리고 가장 위험부담 없고 안전한 말로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난 작년 이맘때쯤에도 지금도 내년에도 작년에 그 사람한테 했듯, 말할 자신이 있다.

내가 많이 힘들어하면 그냥 앞뒤 생각하지말고 거기서 니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는 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쳇. 그래. 그러니까 너랑 나랑은 안된다. 이거다. 그 2키로 더 빼라고 한 사건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결국엔 즐거워야할 금요일 밤에 엉엉 울다가 베게나 실컷 적시고 코나 풀고 눈물 때문에 땡기는 눈가에 다시 로숀을 바르고 누워선 음악을 들었다. 최근 3년간 가장 불행했을 때 들었던 음악을 찾았다. incubus, weezer .. 등등.
예전에는 내가 괴로웠을 때 들은 음악을 다시 찾아 듣기가 무서웠다. 힘들 때 배경음악이 되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약 80% 정도는 그때 그 기분으로 다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 힘들 때 오히려 그런 음악을 찾아듣는다. 들으면서 그래 솔직히 예전보다 지금이 10배는 낫지. 안그래? 이러면서 혼자 위로하는거다.

내 곁에 정말 나한테 진정 위로가 되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걸까? 내가 남탓만 하고 그냥 내 덕이 부족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참으로 비겁한 행위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한테는 완전히 내 뜻을 내 비친적이 한번도 없다. 아마 걔네들은 나한테 똑같은 말로 위로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켠이 이렇게 쓰린 이유는 날 진정 위해주는 '남자'가 한명도 없기 때문인걸까? 하핫. 인정하긴 싫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별 수 없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