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TEMPO'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6.20 Freetempo-Rain 2
  2. 2008.03.01 열등감 폭발 5

Freetempo-Rain

음악 2014. 6. 20. 23:14
http://youtu.be/zABftbj5G2w

오랜기간 날 지켜본 그와 끝내 사귀지 않은 건, 상대방을 기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싫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고, 사귀면 어쩔 수 없이 좋은 척도 해야하니까 말이다.
감정을 처음 얼마간 숨기다보면 그게 진짜가 될 수도 있다는데… 그건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얘기고.

사람들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나를 함부로 대한 사람을 더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도 그렇고, 이미 다른 분과 결혼해서 살고있는 그 사람도 그렇고.

언젠가, 나보고
이젠 니가 나랑 안 사귀어도 좋으니, 나 아닌 다른 남자라도 좀 사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날 밤 자기 전에 이 노래를 듣다 엉엉 울었는데, 이 세상 그 어떤 말보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누구나 이성에게 상처 받을 수 있는건데, 왜 난 이제까지 이렇게 불구, 비정상, 병신 마냥 그 누구도 좋아지지 않는건지 누군가 손을 내밀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도망치기 바쁜건지 모르겠다.

내가 가끔 아무 의욕도 없이 내일 눈을 안뜨고 싶다 느끼는 것도 결국 황량하고 도저히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없는 차가운 마음 때문인 거 같다.

술도 안마셨는데 이딴 말이나 하는 금요일 밤.

TistoryM에서 작성됨

열등감 폭발

일상 2008. 3. 1. 23:31


어제는 한달동안 못보고 있었던 그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연락하기 어려웠을 한달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던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지만, 난 한번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실이 그랬다. 거짓말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 거짓말로 답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진짜 보고 싶으면 보고 싶냐고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한테는 보고 싶다는 말을 잘도 했다. 지금 나한테 말하는 오빠처럼 나 역시도 '나도 보고싶다.' 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2005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한번도 변함없이 날 좋아해준 사람이었다. 2005년에는 내가 누굴 진짜로 좋아해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지 전혀 상상조차 못하는 그런 뭣 모르는 사람에 불과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잔인하게 거절을 하고, 다신 만나지 말자고 말했으나, 그럼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자. 는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 이제까지 제일 친한 사이로 지내오던 사람이었다. 그 사이 난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걸 뻔히 다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화 한번 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벌을 받았는지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사람한테 끝내 난 거절을 당했고,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날 좋아해줬던 사람한테 했던 나의 싸가지 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을 했고, 나 따위를 좋아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깨달은 또 한가지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내내 혼자 좋아해서 그런건지, 나란 인간이 원래 그런건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에 누군가가 내가 했던 방식 그대로 날 좋아한다면 나 역시도 오 마이 갓을 외치며 도망갔을 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일단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나한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거다. 의문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요즘에는 이 의문이 점점 확신으로 굳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보다 남자들한테 사랑받기 힘든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도 이젠 거의 확신 단계로 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나마 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식하게도 그래 그렇다면 아무도 안좋아하면 되잖아. 이거였다. 실제로도 이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알고지내던 남자들한테도 미련이 없어졌고, 더이상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예전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감정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여겨지는 요즘이었다. 그냥 회사에서 하루 제대로 보내면 다행이었다. 다른 건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운 건 생각도 안날만큼 지겹고 구질구질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달전에는 50% 이상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한 달 후에 이 사람이 돌아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어떻게 말을 할 지까지 생각해놓은 상태였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이젠 벌써 2008년인데 2년이 넘었는데 이 상태로 받기만 하고 있는 건 너무  양심불량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누굴 좋아할 용기도 없고 마음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냥 날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함께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월급을 탔다면서 저녁을 사주고 차를 마시는 데 어쩌다보니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말 안하고 있던 문제에 그 사람이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 : 내가 말하는 부분)

- 이번 년도에는 진짜 누가되었든지 사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 아. 그래?
- 이젠 정말 외로워.
= 오빤 내가 아직도 좋아?
- 응.
= 진짜 뭐 여자로서 좋고 그런거야? 아니..신기한게.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힘든 인물 아닌가..
- 내가 널 진심으로 안좋아한다면 이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지. 그냥 사귀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 오빠 난 요즘에 뭐 누굴 사귀고 싶고 뭐 남자 만나고 싶고 그런 생각이 아예 안든다. 그냥 다 귀찮아. 근데 오빠가 보기에도 난 앞으로 남자 만날 일이 아예 없을 것 같지?
- 그건 그래. 솔직히 말하면 너 나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다니까.
= (웃으며) 그..그런가. 근데 이제부터 나 남자 진짜 많이 사귀겠다 작정하고 남자 만나도 안될까?
- 안되지. 아니. 그게 니가 못생기고 매력이 없고 그래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니 성격에 그런 게 될 것 같냐?
= 하긴.
- 그냥 요즘에는 고민중이야. 난.. 니가 날 안좋아한다는 걸 알거든.
= (쥬스 마시다가) 컥.
- 예전에는 니가 날 하나도 안좋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 상태로 널 사귀어도 되는걸까.. 니가 날 하나도 안 좋아하는 걸 이렇게 뻔히 알고 느끼고 있는데.
= 쥬스가 안넘어가네.
- 근데 난 요즘에는 그냥 니가 나 아닌 다른 남자라도 만나고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
= 그..그래?
- 너 그대로 가다간 진짜로 아무도 못만나고 사귀지도 못하고 결혼도 못할 것 같거든.
= 사실.. 오빠 나.. 앞으로 결국 아무도 안좋아할 것 같고 뭐 사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오빠랑 사귈까 생각을 했다. 그냥 사귀다보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얘가 그래도 사귀다보면 날 좀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근데 그렇다고 사귀고보자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잖아. 그러다 헤어지면 이제 앞으로 못볼텐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 결론을 못내고 집에 오는 길에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말은 이젠 나 아니어도 되니까 다른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라는 이 말이었다. 난 아직 26살이고 뭐 설마 앞으로 내 연애라이프가 이렇게 끝이 나겠냐고 생각도 하고 주변에 애인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내 상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사실 지금 하루가 지난 상태에서는 또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들지만.  
어제밤에는 갑자기 내가 앞으로 정말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언제는 아무도 안 좋아하겠다고 결심했으면서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연애가 끝나고 내 다시는 연애 안한다. 라고 결심을 했는데 (그러면서 또 결혼은 한다고 말했음) 진짜로 난 연애를 다시는 못하고 있다.  근데 또 결심한 것 처럼 진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별안간 두려워지고 서러웠다.

내가 결심은 했다고 말은 했지만, 연애를 한번도 안하겠다는 것도 누군가를 절대 좋아하지 않겠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다. 그냥 못하고 있는 걸 들키기 싫어서 안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안하겠다고 둘러대는 것 뿐이다. 또 '사귀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건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오래 전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냥 끝내기엔 뭔가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바로 내가 그렇게 욕해마지않던 사귀기는 싫고 그렇다고 보내기는 싫은 사람 곁에다 두고 못살게 구는 행위 아닌가. 

이 모든게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자신감을 복구할 방법이 아직까지는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면 너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문젠데. 이런 건 그냥 단순한 상처가 아니고 이미 오랜시간 굳혀진 생활태도 중 하나라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답답하고 다시 또 두려워졌다.

P.S 월요일 아침 - 어제 밤 새벽 1시까지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내 친구 말로는 나만 그런게 아니랜다. 크크큭. 모두들 마찬가지란 얘기. 하하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