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집욕이 별로 없어서인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이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쭉 멜론 회원이다. 그 뒤로는 대부분 노래를 멜론에서 다운로드 받고, 멜론에 없으면 CD 를 산다. 한국에서 사고자 하는 CD 를 안 팔면 바로 아마존에서 직구한다.

  참 세상이 좋아졌다. 옛날에는 듣고 싶은 곡이 있어도 한국에서 그 음반이 품절이면 도저히 들을 수 없었는데, 요즘에는 Youtube 가 있어서, 웬만한 곡은 다 Youtube 로 들을 수 있고, 직구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을 미치도록 갖고 싶다. 혹은 듣고 싶다 하는 열망이 예전보다는 좀 덜한 느낌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니.


  최근 구매한 두 장의 앨범, Beck 의 Modern Guilt 와 Pat Metheny 가 작곡한 The Falcon and the snowman O.ST 모두 멜론에서 서비스하고 있지 않아서 중고로 구매했다. CD 를 구입해도 바로 mp3 파일로 축출하니, 새 CD 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 



  Beck 의 음반을 산 건 처음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Everybody got to learn sometimes 나, E-pro 는 가끔 듣지만, 하도 배철수 DJ 아저씨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셔서 호기심에 음반 전체를 오래 전에 한 번 들어 봤는데 전혀 좋단 생각이 안들었다. 그 뒤로는 Beck 은 내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진 음악가였다. 아직까지도 평론가들에게는 엄청 높은 평가를 받는 뮤지션이지만, 하여튼 내 타입은 아니다. 이번에도 앨범 전체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Chemtrails 라는 이 곡은 정말로 좋다. 애초에 이 곡을 듣고 싶어서 앨범을 구입한 것이니 후회는 없다.



  내가 구독하는 Youtube 채널 주인이 이 곡을 올려놓아서, 알게 된 곡이다. 1985년 숀팬이 나온 영화의 O.S.T 라고 한다. 한국에 정식 수입은 안 된 것 같다. 역시 중고 CD 로 구매했다. 중간에 뜬금없이 데이빗 보위 아저씨가 나와서 놀랐다. 추운 날 들으면 어울리고, O.S.T 인 만큼 같은 멜로디가 여러 분위기와 템포로 변주 되는데, 출근 시간에 자극적인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 때 좋다.


Eternal Sunshine 을 보고

위로 2014. 1. 12. 23:29

 

 

  어제 친구랑 맥주를 마시면서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 야 넌 만약에 지금 사귀는 남자가 있는데, 갑자기 옛날 첫사랑이 연락해서 보자고 하면 나갈거야?"

  친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다. 나의 경우는... 나 역시도 대답은 "응" 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아니"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겠지?

  나는 일단 왜 연락했는지 너무 궁금해서라도 나가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뭐 둘다 상상만으로 끝내는 거지 뭐. 둘다 남자친구가 없으니 하는 상상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둘은

  "야 남자들이 첫사랑 못 잊는다고 하잖아. 우리 둘은 그래도 공평하다. 남자도 첫사랑 못잊고 있을거고, 우리도 어차피 못 있으니까." 라고 말하며 둘이 크크크크크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난 또 두번째 질문을 했다.

  " 너 아직도 첫사랑 핸드폰 번호 기억해?" 그 질문 후에 우리 둘은 문득 깨달았다. 드디어 그 전화번호를 까먹었다는 사실을. 서로 "야야야 드디어 까먹었네. 우리가 인지도 못하는 사이에 까먹었네~~" 이러면서 서로 놀라워했다.

 

  부평에 새로 생긴, 8천원에 맥주 두잔을 먹을 수 있는 어제 우리가 갔던 그 가게는 문 밖으로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때문에 사장으로부터 우리를 내쫓으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어찌나 당장 나가라고 무언의 압박을 해대는지 우리 둘은 결국 거기까지만 대화하고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친구는 전철을 타러가고 나는 버스를 타러 갔고, 운좋게 나는 바로 온 버스에 앉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그 남자의 번호가 띠리롱 하고 떠오르는거다. 잊은 줄 알았던 그 번호가. 그래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그 번호를 찍어 보냈다. 그랬더니 내 친구도 그 남자 번호를 띡 직어서 보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 우리 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를 보냈다.

 

  이렇듯, 거의 십년이 다 되어가는 이 지겨운 감정에서 참으로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렇다보니 모든 예술이 사랑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아무리 남녀간의 사랑 역시 화학작용의 일부라고 해도 말이다.

 

  "그대 나의 슬픔이 되어 주오." 라는 가사도 있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 까지 포함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을 때문에 슬퍼했던 것 까지 모두 다. 웃기는 말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어쩌면 사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고. 기쁘고 즐거운 사랑이 끝나고 권태기가 오고 이별이 와도 그 사랑으로 인한 감정은 죽을 때까지 아마 없어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 사람이 밉든 싫든 미련이 없든 있든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도 Eternal 이라는 단어가 붙은 거 아닐까.

 

  이터널 선샤인은 앞서 영화 원데이 감상평에서 말했던 그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던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인데 개봉당시 보고 싶었지만, 영화를 보면 더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보류해뒀던 영화였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봤는데, 일단 시나리오가 독특했다. 이 시나리오라면 미셸 공드리 감독이 아니어도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또 Beck 이 만든 영화 음악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 가 영화 분위기와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또 짐캐리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다시 한번 알게되는 영화다. 도저히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를 찍었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진지한 연기에 깜짝 놀랐다.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우리나라 홍보 문구가 딱 맞는 영화다. 사랑할 사람은 결국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사랑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자기 과거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알고 다시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결국은 또 다시 그 사랑에 빠져들게 될 것이 틀림이 없다.

 

http://youtu.be/WIVh8Mu1a4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