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직도 어리광 부리냐고 할까봐 사람들에게 안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내 삶을 끝내는 방식에 대한건데, 어제 동생과 통화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미쳤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전 독일 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부기장의 의도적 충돌이라는 게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부기장이라면 내가 자동차를 몰듯, 비행기를 몰았을 것이고, 그가 사고를 냈던 날에는 아마 내가 운전하면서 가끔 하는 생각과 느끼는 기분에 빠져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운전 중에 지금 상태에서 죽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죽어가는 게 아니라, 엄청 큰 트레일러 같은 차가 와서 내 차를 박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을 수 있지 않을까? 나만 순간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충동.

그 부기장은 6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난 지금 그런 상태도 아니고, 가끔 우울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사고 날 뻔 하면 미친듯이 빵빵 거리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생에 대한 내 의지를 느끼며 죽긴 누가 죽어. 라고 말하지만...

하지만 150명이나 죽인 그 악마같은 부기장이, 비행기 안에서 알프스 산맥을 바라보았을 때 이 비행기를 저기로 몰면 바로 죽을 수 있겠지 하는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거다.

우울함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게 한다. 그래서 가끔 너무 우울해도 어리광같고 징징거리다고 할까봐 아닌 척 행동하고, 동생한테 이 얘기를 할 때도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한 20% 정도는 진심이다.

고등학교 때 부터 쭉 이런 끝에 대하여 생각하곤 하는데, 내가 이런 상상을 하는건 동생 말대로 꿈과 희망이 없어서 일까. 난 그건 아닌 것 같고 17살 때 상태 그대로의 미성숙한 정신 때문인 것 같다. 휴. 나는 언제 철이 들까.


아빠의 환갑

단문 2015. 1. 5. 00:24

  12월 31일이 음력으로 11월 10일이라, 우리가족은 외식을 했다. 우리 아빠가 환갑쯤이면 나도 결혼하고 애도 있을 줄 알았는데, 난 혼자고, 동생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하는 수 없이 우리끼리 모일 수 밖에 없었다.

  송도에 있는 비싼 한식점에 갔는데, 주차 때문에 아빠가 또 식당사람들한테 화를 내시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

  아빠 말씀이 우리가 환갑되었을땐 지금 우리집 보다는 살림이 넉넉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럴 수 있을까?  

  마지막날 종무식 점심때도 소고기를 먹고, 저녁때도 가족들과 소고기를 먹고, 하루종일 소고기만 먹은 날 이었다.

  1월 2일도 회사에서 그냥 쉬라고 해서 난 총 4일을 집에서 놀았다. 친한 친구는 시골 내려가고, 이상하게 이번 주말은 서울까지 가기도 무지 귀찮아서 다른 서울 사는 사람들에게는 만나자는 말도 안했다.

  영화를 아무리 찾아봐도 볼만한 영화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집에서 TV를 참 많이도 봤다. 간간히 셜록홈즈도 읽고.

  2015년이 되면서 33살이 되었다. 별거 있겠나? 뭐 올해도 별다른 목표는 없다. 그저 또 하루하루 살다보면 뭐든 되어 있겠지 싶다. 올해는 고등학교 친구와 대만이나 놀러가자 했다. 항상 새해 계획같은거 없었는데 올해는 돈 좀 아껴쓰는게 목표라면 목표다. 영어 공부 하던거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하루에 30분 운동비슷한 거라도 하고. 책도 지금보다는 많이 읽고, 피부관리도 하고, 연애할 기회 있으면 연애도 하고?

  생각보다 올해 하고 싶은일이 많구나. 하지만 나는 안다. 2015년도 2014년 처럼 별 거 없이 끝날 거란 걸.

  한달만에 교회에 가서 작년과 완전히 똑같은 기도를 했다. 4일만에 회사간다고 생각하니 4배로 가기 싫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