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는 마음.

일상 2009. 8. 15. 16:50
어제는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다. 팀장이 보낸 메일을 보니 부담없이 참석할 수 없으면 안와도 된다는 말이 붙어 있길래 난 참석하지 않았다.
월요일에는 회사 일 때문에 정말 험한 일을 겪었다. 우스갯 소리로 납치 당할 뻔 했다고 말을 했지만, 그 때 당시는 우스갯 소리가 아니었다. 내가 왜 회사 때문에 이렇게 낯선 남자 차에 끌려서 고속도로까지 달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진정한 눈물 두줄기가 흘렀다.
가슴이 떨리고 다시한번 결심을 했고, 당연히 어제 회식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회식에 간 사람이 전화를 해서 우리 파트에 어떻게 한명도 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냐고 질타같은 충고를 들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이 우리 파트장을 불쌍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한명도 안와서 그럴 수가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한 사람은 나와 회사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고, 내가 이미 관둘 마음을 먹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난 이미 마음이 떠났고, 개인주의라서 그랬나보다. 보기에 그렇게 안 좋아보였다면 그게 맞겠지. 하고 말했더니 미영아 우리 직장생활 하자. 이런 말을 들었다.
한달에 한번 월급 받는데 하루 정해진 8시간 이외에도 많은 걸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어제는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그래 알겠다. 내가 잘못했다. 하고 사죄하는 모양세가 되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거 그거 참 힘든 것 같다.
내가 오죽하면 제일 친한 너에게 이런 말을 하겠냐고 말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 난 이제까지 살면서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 해본 적이 없어서 놀랬다.
난 맹세코 나랑 친한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하든 이해가 안 간 적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몇 년동안 직장생활 하는 사람은 위와 같은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파트가 남의 파트보다 웃겨 보이면 안되고 내 윗사람이 남의 윗사람한테 제대로 안보이면 안되고 그런거.솔직히 말하면 난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인간적 유대감은 단 1%도 없다. (근데 내 밑으로 들어온 애는 엄청 착해서 걔는 내가 엄청 챙기고는 있다. 내 기준에선. 내가 회사를 관두는데 걸리는게 있다면 바로 그 후배니까)
다른 사람이 걱정되는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 날 보는 눈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난 회사에서 그런 거 까지 상관하고 싶지 않다. 너무 복잡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제 통화에서 이야기가 발전해서, 요즘 회사에서 내 모습은 점점 원래 좋았던 모습이 없어져 간다는 이야기로까지 발전을 했다.
저번주 금요일에는 내가 나에게 상처를 받은 날이었다. 평소 때면 버스안에서 절대 화를 안낼 일인데 어떤 아줌마에게 완전 화를 냈다. 그런데 그 아줌마가 하필 또 너무 착한 아줌마였다. 나한테 미안해요. 라고 말을 하는데 마침 내가 바로 내리는 정류장이라서 괜찮다는 말을 못했다.
별거 아닐 수 있는데 그 다음날 토요일까지 계속 평소같지 않은 내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
그래 내가 25살 22살 이때와 같을 순 없겠지만, 그냥 나 자신도 어느정도는 그런 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난 내가 이렇게 된 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화로 그렇게 확인사살까지 받고 나니 바보같이 눈물이 흘러서 어제 새벽까지 울다 잤다.

전화한 사람에게는 신경쓰지 말라고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이미 걔가 한 말에 난 엄청나게 상처를 받았다. 나중에는 걔도 미안하다고 했지만 말이다.

모르겠다. 잘난 척 하는걸로 보일지 몰라도,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거고 그게 당황스러우면 그냥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 오길 기다려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다 본성 이라는 게 있어서 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본성이라는게 쉽게 없어진다고는 생각 안한다. 일시적으로 다르더라도 그냥 이해해주고 옆에서 너 그러지 말라고 다그치지 말고, 완전히 변할까봐 조바심 느끼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치사하게 나 혼자 이렇게 일기로 쓰지 말고 어제 걔한테 해야 하는 말이지만.

오늘 퉁퉁 부은 눈으로 TV를 켰는데 불량공주 모모코를 하길래 봤다. 거기서 나온 이치고 저번에 녹차의 맛에서 나온 애던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그리고 약간 사각턱인 후카다 쿄코 도 이쁜걸.

예전과 다른 나.

일상 2009. 4. 30. 10:41
난 16살 때 더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딱 중3때 였는데 원래 어릴 때면 어서어서 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데 난 16살 때 지금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3때 살던 동네나 그때 당시 친구들 담임 선생님 교복 등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집은 중학교랑 참 가까웠는데 그런데도 난 맨날 지각을 했다. 학교 다니면서 최고 신기한 애들은 8시까지 학교 오는 건데 항상 7시 반쯤 학교 와 있는다는 애들이었다. 가끔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오면 항상 내가 보던 애들 바글바글 한 학교가 아니라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학교라 마음까지 안정되고 좋았지만, 난 때려 죽여도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체질을 타고나서.. 대학교 때도 지각은 밥 먹듯이 했고.
지금도 난 현재의 내 정신을 버티게 해주는 건 다 중3때 형성된 모든 것들이라 생각을 하는데 중3때 난 완전 야행성이었다. 크크 유치하게도 예술 하는 사람들의 야행성 체질을 본받고 싶어서 새벽 5시 6시에 자는 걸 좋아했더랬다. 난 성장기가 늦게 와서 그때 사춘기도 오고 성장기도 온 거 같은데 지금 맨날 장염에 시달리고 키가 우리엄마보다 작은 건 다 그때 야행성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되기도 하지만 맨날 그렇게 새벽에 혼자 영화보고 라디오 듣고 책 읽었던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 내 정신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아마 없었을 거다. 아. 그러면 매우 황폐했겠지.
중3때 그만 컸으면 생각해서 그런가 난 중3때부터 했던 취미나 읽었던 책 영화, 음악에 무지하게 집착하는 편이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랑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채널 돌려가며 3개씩 꼬박꼬박 들었다. 아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역시.
중3때 기억이 강렬했던 이유는 내가 살던 동네에 딱 중3만 다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마을버스의 종점일만큼 외진 동네고 후졌지만, 처음 전학와서 버티기 힘들었던 것 만큼 이 동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어제 2009년 들어 야심차게 구입한 다이어리를 펴 보았다. 1월만 열라 빡빡하다. 뒤에 노트에도 1월에 읽은 책 내용만 가득하고 1월 weekly만 빽빽하다. 일기도 안쓴다. 영화도 안본다. 라디오도 안듣는다. 아... 변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좀 슬펐다. 근데 난 이제 16살이 아니고 27살인걸. 처음에는 막 서글펐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근본은 같을거야. 하는 생각에 위로를 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근본은 같았을 거라고.
월요일에 쉬면서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던 음악들을 드디어 바꿨다. 멜론은 진짜 진짜 좋은 거 같다. 물론 1년치 돈을 다 내려면 돈이 만만치 않긴 한데 너무 편한거다. 진짜로.
우타다 히카루 새로 나온 앨범을 다운 받았는데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가 최고 좋다. 이 곡 원래 ryuichi sakamoto 곡인데 저번에 마사지 받으로 동대문 갔을때 두타 지하에서 이 곡 듣고 누구곡인가 완전 궁금했는데 우연히 찾았다. 이 곡 말고 다른 곡은 안들어도 되겠더라. 우타다 히카루 내가 알기론 나랑 동갑인데 저음이 아주 괜찮다. 그냥 미국에서 그만 망신당하고 일본와서 다시 일본에서 음반내지. 미국가서 만든 노래는 죄다 별로다. 내가 뭐 우타다 히카루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sakura drops 나 travelling 은 mp3 산 이후로 한 번도 플레이어리스트에서 지워본 적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며칠 전 서부터 블로그에 뭐 하고 싶다 뭐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엄청 많았는데 이런 생각 날 쯤이면 블로그 관둬야 하는건가. (쌩뚱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