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2.09 회복 알림 4
  2. 2015.01.05 아빠의 환갑

회복 알림

일상 2015. 12. 9. 13:26

내 블로그 맨 위에 있는 글이 괴로울 때 썼던 글이라, 볼 때마다 다시 짜증이 솟구치는 것 같아 이를 무마하고자 근무시간에 짧은 글을 쓴다.


지금부터 죽을 때 까지 영혼과 신체를 분리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스트레스 안받고 내 뜻대로 살려면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다. 영혼까지 거론하며 거창하게 말했지만, 쉽게 말하면 난 멍하니 있는데 남들은 내가 멍한지 못 알아채도록 하는 연습을 하겠다는 말이다. 

회사에서 종종 써먹고 있다.


기분이 생각보다 좋아졌다. 저번주 내린 함박눈이 역할을 한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근 10년 동안 눈에 관련된 추억은 모두 엉망진창인 것 밖에 없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 보면 아마 강원도 살던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는 눈와서 엄청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그 때 사진을 보면 대부분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고, 난 모자와 목도리안에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있다.


강원도에 살던 시절, 눈이 쌓인 공터에 가서 내 몸보다 큰 눈덩이를 굴렸던 기억이 이상하게 또렷하다. 눈덩이 두개를 만들었지만, 한 눈덩이를 다른 눈덩이에 올릴 수가 없어서, 결국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들었고,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화에 나오는 것 처럼 흙없이 깨끗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까만 부분마다 흰눈을 붙여 땜질했던 생각이 난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이 커서 겪고 행하는 일이 훨씬 많지만, 각자의 정신의 핵심은 만 10세 이전에 거의 형성되는 것 같다.


작년 12월에 존메이어 1집을 너무 열심히 들어서 그런지, 가끔 길을 가다가도 존 메이어 1집에 있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또 12월말에는  내 생일이 있기 때문에 종종 Blur 의 Birthday 라는 노래가 또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호밀밭의 파수꾼 생각도 나고. 겨울이 정말 싫지만 낭만으로 따지면 겨울이 사계절 중 최고인 것 같다. 겨울이 배경인 사랑 영화는 수없이 떠오르는데, 여름이 배경인 사랑 영화와 소설은 인도차이나, 그 후 정도 밖에 안 떠오르는 걸 봐도 그렇고.


저번 1월에 생일인 친구에게 생일 잘 보냈냐 물었더니 Blur 의 Birthday 같은 분위기로 보냈다고 했는데, 나도 아마 올해 그럴 거 같다. 뭐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매년 그랬다.



2015년은 지긋지긋해서 이렇게 끝나는 게 전혀 아쉽지 않다.


아빠의 환갑

단문 2015. 1. 5. 00:24

  12월 31일이 음력으로 11월 10일이라, 우리가족은 외식을 했다. 우리 아빠가 환갑쯤이면 나도 결혼하고 애도 있을 줄 알았는데, 난 혼자고, 동생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하는 수 없이 우리끼리 모일 수 밖에 없었다.

  송도에 있는 비싼 한식점에 갔는데, 주차 때문에 아빠가 또 식당사람들한테 화를 내시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

  아빠 말씀이 우리가 환갑되었을땐 지금 우리집 보다는 살림이 넉넉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럴 수 있을까?  

  마지막날 종무식 점심때도 소고기를 먹고, 저녁때도 가족들과 소고기를 먹고, 하루종일 소고기만 먹은 날 이었다.

  1월 2일도 회사에서 그냥 쉬라고 해서 난 총 4일을 집에서 놀았다. 친한 친구는 시골 내려가고, 이상하게 이번 주말은 서울까지 가기도 무지 귀찮아서 다른 서울 사는 사람들에게는 만나자는 말도 안했다.

  영화를 아무리 찾아봐도 볼만한 영화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집에서 TV를 참 많이도 봤다. 간간히 셜록홈즈도 읽고.

  2015년이 되면서 33살이 되었다. 별거 있겠나? 뭐 올해도 별다른 목표는 없다. 그저 또 하루하루 살다보면 뭐든 되어 있겠지 싶다. 올해는 고등학교 친구와 대만이나 놀러가자 했다. 항상 새해 계획같은거 없었는데 올해는 돈 좀 아껴쓰는게 목표라면 목표다. 영어 공부 하던거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하루에 30분 운동비슷한 거라도 하고. 책도 지금보다는 많이 읽고, 피부관리도 하고, 연애할 기회 있으면 연애도 하고?

  생각보다 올해 하고 싶은일이 많구나. 하지만 나는 안다. 2015년도 2014년 처럼 별 거 없이 끝날 거란 걸.

  한달만에 교회에 가서 작년과 완전히 똑같은 기도를 했다. 4일만에 회사간다고 생각하니 4배로 가기 싫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