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2008년 큐슈 여행 이야기. 두둥. 드디어 2010년까지 왔다. 설마 올해는 다 정리할 수 있겠지.

오늘은 우리 숙소가 있었던 후쿠오카에서 JR을 타고 구마모토역에서 내려 스이젠지를 가는 여정까지를 쓰겠다.
우선 일찍 일어나서 호텔 1층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난 이제까지 갔던 호텔 조식들이 다들 참 괜찮았다. 센트럴호텔 후쿠오카도 괜찮은 편이었다. 든든하고. 8월 15일은 일본 오봉 휴가라 호텔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렇다고 밥 먹는데 밀리고, 많이 기다려야 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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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오사카 도쿄보다 교통비가 매우 매우 저렴한 곳이다. 오사카는 간사이 패스가 요긴하게 쓰이지만 도쿄 같은 경우에는 정말 교통비가 내 여행 경비의 대부분일 정도로 부담이 무지 됐는데, 후쿠오카 버스는 엄청 싸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출발. 북큐슈 레일패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끼며 그 패스로 JR을 탄다. 내가 적어놓은 예전 자료를 보니 아침 9시 30분차 라고 적혀 있다. 1시간 14분 가량 달려서 후쿠오카보다 더 남쪽에 있는 구마모토에 도착.
예전에 읽은 나츠메 소세키의 "산시로" 주인공이 구마모토 출신인데, 그래도 가본 지역이라고 엄청 반가웠다. 구마모토는 기차역도 작고, 건물들도 다 아담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구마모토가 제일 내 취향에 맞았던 거 같다. 살기에는 도시가 좋지만, 가끔 여행가기에는 시골이 좋은 거 같은데, 또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 갔을 때도 나름 재밌었다. 일본은 시골이라고 해도 교통 등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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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찍은 내 사진을 지금 보니, 일본 물이 나한테 안 맞는지 얼굴에는 트러블이 난데다 퉁퉁 부어 있고 눈에서는 잠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이었다.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일까. 비가와서 조금 심란했는데 가면 갈수록 비올 확률 제로에 가까운 바깥 풍경이 펼쳐져서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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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구마모토 날씨는 엄청 더웠다. 구마모토는 작은 전차로 움직였는데 보통 한국에서 에어컨을 풀로 가동을 하면, 아무리 여름이어도 난 대번에 콧물을 흘리거나 추워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디건을 꺼내 입는데 워낙 더워서 그런지 그런 느낌도 없었다.
후쿠오카 타워에 가서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안 쓰는 인력을 많이 소모 하는 것 같다. 버스 안내하는 여자의 경우도, 솔직히 버스 내 방송으로 다 대체할 수 있는 건데 사람이 서서 다 마이크로 방송하고, 후쿠오카 타워도 엘리베이터 내 방송으로 하면 될 것을 안내하는 여자가 하나하나 설명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어주고 닫아주고 다 한다. 선진국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뭐든지 세분화 하기 좋아하는 걔네들 특성 때문에 그런걸까. 모르겠다.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공원 앞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리자마자 뜨거워서 죽는 줄 알았다. 난 그 더운 와중에서도 긴팔 가디건을 절대 벗지 않았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참 잘한 짓이다. 아마 긴팔 안 입고 다녔으면, 살이 다 타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햇빛을 차단해주는 기능을 해서 오히려 긴팔이 더 시원한 거 같기도 하고.
자외선이 작렬하여 걸어다니는데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구마모토에서 찍은 사진들은 웬만한 사진은 다 잘나왔다. 흔들린 사진도 없고, 다 또렷하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인데 난 왜 휴가가기전에 머리를 안 잘랐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머리를 제일 많이 길렀던 때가 저 때인데 항상 머리카락이 땀에 절어 있고 감고 말리는 데도 엄청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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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야구 볼 때만 해도 내가 결혼하기 이전에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하는 걸 볼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2009년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을 봤다.
야구 보는 재미에 살았던 2009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난 야구를 열심히 봤다. (블로그 못한 이유 중 하나)
어제 아침 뉴스가 너무 재미 없어서 MBC ESPN을 틀었는데 한국시리즈 직후에 리플레이를 너무 많이 봐서 지겨웠던 한국시리즈 하이라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정리를 하기로 결정! 경기를 안 본 사람에게는 암호 같은 포스팅 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 그런게 아니라 진짜 이번 한국시리즈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남을 명 시리즈였다. 두 팀이 어찌나 치열했는지 7차전 내내 양팀이 득점한 점수가 같다.
말 그래도 용쟁호투(SK 마스코트는 용, 신기하게도 진짜 용쟁호투다) 였던 한국시리즈의 감동을 되살리며 시작! (야구에 대해 쓰면 왠지 이런 오글거리는 표현을 하고 싶어진다)  

양팀 선발 투수는 로페즈 : 카도쿠라. 한국시리즈 시작 전에 로페즈가 워낙 다혈질이라 고민을 했는데 무려 8이닝을 소화하며 그 몫을 충분히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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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에 SK 한테 겁먹었던 건 기아 타자들이 못할 것 같아서였다. 투수들은 충분히 잘한다고 생각했고. 근데 아니나 다를까 위 기록지에서 보듯 1회말 1번부터 3번까지 카도쿠라에게 상쾌한 삼진 퍼레이드.
앞선 플레이오프에서 SK 가 보여준 타격이 정말 공포스러웠고,(특히 박정권- 진짜 미친 타격) 기아 타이거즈는 너무 오래 쉰 느낌이 들었다. 거깃다 기아 타이거즈 특유의 팀컬러인 야수들의 에러 부분도 많이 걱정됐는데, 위 기록지에서 보듯 에러 2번하고도 이기긴 했다. 1차전이 70% 이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1차전의 중요성이 컸는데 한국 시리즈 다운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로 승리했다.
기아 타이거즈 타자들은 잘 던지던 카도쿠라가 4회 볼넷로 김원섭이 나갔을 때 안타 후 희생플라이로 처음 찾아온 찬스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아 타이거즈는 SK 가 던진 볼넷 총 5개 그 중 4번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적시타가 터지지 않는 변비 같은 야구를 하지 않을까 걱정한 건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야구에서 볼넷은 안타 홈런보다 안좋은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줬다. 선두타자 볼넷은 선두타자 안타보다도 득점확률이 높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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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의외로 박재홍이 1번 타자로 나왔는데, 3타석에 2번 출루했으니까 그럭저럭 테이블세터로서 역할은 했으나 1회 선취점 찬스에서 3루수 김상현의 실책을 틈탄 출루 때 바로 도루사를 한 건 정말 아까운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때 미친 타격을 보여줬던 박정권은 역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SK 분위기의 분수령이 되었던 시점은 4회 나주환이 1루 직선타로 아웃이 된 것이었다. (김성근도 경기 후 가장 아쉬웠던 장면으로 뽑았음) 정근우가 선두타자 좌중간 2루타, 미친 박정권의 깨끗한 중견수 앞 2루타 로 가볍게 1점을 득점하고 주자 2루, 그 후 최정의 희생번트, 주자 3루, 이 상황에서 로페즈는 흔들리며 김재현에게 볼넷을 내주며, 1아웃 주자 1,3루의 찬스였으나, 그 다음 나주환이 친 엄청 잘 맞은 타구가 최희섭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며 간단히 더블아웃이 되면서 이닝이 종료되었는데, 그 때 그 공이 최희섭 글러브를 빠져 나갔다면 적어도 2루타였고, 4회에만 3득점 이상 할 수 있는 찬스였으나, 기아 타이거즈가 이기려고 그랬는지 거짓말 처럼 나주환이 친 공은 최희섭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플레이오프때 보여준 나주환의 더티 플레이가 생각나면서 쌤통이었다.
이후 4회 말이 기아 타이거즈의 선취점을 얻었다. 너무 좋은 찬스가 무산 되었기 때문에 카도쿠라도 흔들렸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근데 박정권도 박정권이지만 광주에서 1차전 2차전 때 정상호가 가장 인상깊었다. 정상호 내년 시즌 풀타임으로 치루면 국가대표 포수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박경완이 리드를 잘한다고는 하지만 WBC 때 그가 타석에 섰을 때의 지독한 무료함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SK 팬들은 박경완을 신격화 하기 때문에 이 글을 본다면 욕 좀 먹겠지만)
이 날도 이종범이 6회 2타점으로 2:1에서 3:2로 역전 시키고 바로 7회에 정상호는 엄청난 홈런을 날려버렸다. 내년은 정상호한테 기회를 많이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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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와 SK의 투수기록을 보면 자랑스러워지는데, 1차전에 SK 가 투입한 투수는 무려 6명, 믿고 내보냈던 고효준이 이용규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뒤 시리즈에서도 고효준은 이상하게 이용규만 보면 볼넷 내줬고, 우리 아버지는 고효준 아무래도 기아 선수인 거 같다고 농담까지 하셨다. (고마워요. 고효준!)
시리즈 전 예상으로 기아 타이거즈는 선발이 강하지만 중간이 SK 투수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이었는데, 1차전은 아예 중간 투수 없이 선발 후 바로 마무리 투수로 가는 간지나느 투수기용을 보여주며 이번 시즌 기아 타이거즈 선발은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유동훈이 간단히 주자 없이 3아웃을 잡고 감격의 한국시리즈에서 1승을 신고 하며 2차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경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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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의 히어로 - 이종범.


1차전에서 이종범의 6번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난 사실 이종범이 리그를 평정할 당시에는 야구팬이 아니었고, 다른 기아 팬들처럼 이종범을 절대 신격화 하지도 않고, 이종범 보다 다른 선수들을 더 좋아하지만, 이날 12년만의 한국시리즈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까 보기 좋았다.
그리고 문제의 신의 손 사건. 흐흐흐. 정대현이 던질 때 완전한 스윙인데 볼판정을 받으며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안타를 날려버렸는데, 이런 거 보면 왠지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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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 없으면 정말 정말 못살아.

로페즈 없었으면 기아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 우승 못했을 것.


연말 연시 내가 했던 일을 쓰느라 좀 길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정리하는 의미에서.

 

12월 24일 월요일 종로

대부분은 이 날 휴가를 내고 4일 연속의 연휴를 즐겼다. 나는 휴가를 낼 수 있는 부서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휴가를 내도 할 일도 없고 나중에 일본여행 갈 때 연차가 부족할 수 있는 여러 상황 때문에 그냥 나와서 일 했다. 대신에 5시부터 출근 준비를 해서 5시 반 땡 하자마자 퇴근을 했다. (빨리 한다고 했는데 내가 우리 팀 일등 퇴근자가 아니었다.) 5시 반에 충무로에서 출발하니 6시가 되기 이전에 시청역 앞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에 시청 앞 루체비스타가 켜지는데 날이 날이니만큼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난 그 인파들 가운데 혼자 서 있었다. 얼마간 그 주위를 혼자 맴돌았는데, 우울할 수 있는 상황인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 날은 월급날이기도 했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뭐 하지만 6시 넘어서는 혼자가 아니었다. 명동을 갔는데 아마 그때 당시 대한민국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았을지도 모른다.

 

12월 25일 화요일 백화점

휴일이니만큼 난 그냥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약속이 없기도 했고. 24일이 월급날이고 이틀 뒤가 내 생일이니 나에게 뭔가 선물을 사야겠다 결심하고 백화점에 갔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긴, 크리스마스에 그런 일상적인 곳에 올 사람이 별로 없겠지. 가서 맘에 드는 바지와 니트를 샀다. 바지에서 좀 무리를 했다. 정말 맘에 들긴 했지만, 내가 가진 바지 중 제일 비쌌다. 원래는 좀 여성스러운 원피스 같은 거 사려고 갔는데, 한 번 입어보고 그냥 맘에 들어서 그만 백화점 갈 때 모르고 핸드폰을 안 가지고 갔는데 들어와서

엄마 나 핸드폰 놓고 갔지? 물어봤더니 엄마께서 말씀하시길.

. 문자 하나 안 오더라.

하하하하하하.. 확인해보니 엄마 말이 진짜였다.

 

12월 27일 목요일 내 생일

그냥 평소와 똑 같은 날이었다.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했다.

 

12월 28일 금요일 종무식

사옥이 없어서 그럴 가능성이 최고 높지만 우리회사는 공장에서 종무식을 한다. 흠. 하긴 공장 인원이 본사 인원보다 많기도 하고. 회사 행사가 싫은 게 아니다. 그냥 공장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은 거다. 행사가 끝나면 충무로로 오고 나는 충무로에서 다시 한 시간 반 동안 차 타고 집에 가는 거 자체가 너무 피곤해서. 그 날은 행사가 끝나고 나니 비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충무로에서 다시 집으로 오는 게 싫어서 그냥 그 동네 터미널에서 인천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면 고등학교 때 엄마랑 헤어져 살았을 때, 자취하면서 전주 갔던 일 이 생각나서 우울해진다. 특히 밤에 버스를 타면.. 예전에 어떤 게시판에서 어떤 대학생 여자가 집에 내려갔다가 버스 타고 자취방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써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밤에 자취방으로 뛰어가면서 우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그냥 일반인일 뿐인 그 여자가 글을 너무 잘 써놓은 바람에 게시판 글 보면서 나도 덩달아 운 적이 있다. (뛰어가면서 우는 상황이 어찌 보면 굉장히 코믹하지만) 나 역시 터미널에서 내려서 엄마가 싸준 음식을 낑낑대면서 들고 오랫동안 보일러를 틀지 않아 냉골 같은 방으로 혼자 기어들어간 그 날 밤은 항상 울다가 잠들었던 것 같은데.

 

12월 31일 월요일 고흐전

12월 31일은 왠 일로 우리회사에서 쉬게 해줘서 쉴 수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라 생각하고 고흐 전에 갔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작품 중 가장 좋은 작품을 내놓는 시기는 항상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닐까. 원래 내가 느꼈던 감동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는 잼병이라 표현을 제대로 못하겠지만, 틀림없이 멋진 그림들이었다. 역시 난 넘치는 기쁨을 표현한 작품보다는 슬픔이나 고뇌 등을 잊기 위해 혹은 위로 받기 위한 작품에 더 끌리는 것 같다 노래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그림도 역시 마찬가지다. 궁지에 몰려서 유일하게 이것 이외에는 달리 이겨낼 방도가 없을 때 나온 작품들, 한마디로 말하면 처절함 이 느껴지는 것 들 말이다.

 

1월 1일 화요일 목욕재계

나는 원래 뜨거운 방이나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견디는 것을 잘 못한다. 찜질방에 한번도 못 가봤지만, 안 갔다고 표현해도 괜찮을 듯 하다. 목욕탕도 안가고 온천도 그닥 끌리지 않는다. 근데 1월 1일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꾹 참고 들어가서 앉아있다가 나와서 목욕을 깨끗하게 했다. 4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지만, 어찌되었든 2008년이 되었고 이젠 26살이 되어서 뭔가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을 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놓고 고작 한 것이 집에서 혼자 목욕하기 다. 크큭)

 

1월 2일 수요일 연말정산

생전 처음으로 하는 연말정산이라 아예 개념이 잡히질 않았다. 1월 2일에 전 직장 이상형 과장님께 전화한 이야기는 이미 썼으니.. 넘어가도 될 듯 하고.

 

1월 3일 목요일 비법전수

7년 동안 남자친구가 없다는 대리님이 남자친구가 무려 5명이나 된다는 친구에게 도대체 비법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한가지 비법을 알아왔다면서 나한테 얘기해주시는 거다. 그 비법은 우선 1. 남자들이 많이 가는 모임에 간다.  2. 괜찮은 남자를 찾는다.  3. 전화번호를 받는다.  4.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나는 니가 탐나. 라는 문자를 보낸다. 이거 였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푸하하하하. 하고 웃는데, 대리님께서는 야 진짜래 진짜. 이렇게 하면 남자들이 반응이 온대. 이모티콘은 넣지 말고 진짜 딱 저렇게 나는 니가 탐나. 이렇게 도발적으로 하면 된다고 그랬다니까. 라고 하시는 거다. 나는 니가 탐나. 라니!

 

1월 4일 금요일 소개팅

저번에 친구가 외국으로 파견 나가는 남자도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지나가는 말로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말을 했는데 갑자기 친구가 소개팅을 하라는 거다. . 진짜로 하는 거였어? 라고 물어봤더니 그럼 진짜지. 라면서 결국 약속이 잡혀버렸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내가 타는 버스 왔다고 그냥 버스 타고 가버리는 바보 같은 행동도 안 했는데, 그냥 끝나버렸다. 서로 오늘 즐거웠어요. 라는 예의 상 하는 문자 하나씩만 주고 받고. 흐흐. 흠.. 소개팅을 이제 딱 두 번 했지만, 이게 참 웃긴 거 같다. 그래도 3시간이면 꽤 긴 시간 아닌가? 그동안 이런 저런 말 해놓고 다시는 안보는 거 자체가 좀 웃긴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또 한가지 깨달은 게 난 뭐 외롭다 어쩌다 해도 결국 아직은 남자 사귈 생각이 없다는 거. 그냥 억지로 사귈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거지. 그나저나 이번 소개팅에서 위에 말한 비법이나 한번 써 먹어볼걸 그랬나.

 

1월 9일 수요일 비극적인 현실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사진을 봤을 때 난 엇 이사람이지! 하고 딱 알아 맞췄다. 그냥 딱 봐도 그 친구가 좋아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문제는 여러 정황 상 저번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딱 짝사랑인 것 같다는 거다. 짝사랑 경험자로서 속상했다. 그 친구는 2월부터 5월까지 인도로 현장실습을 간다. 걔네 회사는 좋은 회사라.. 태국 가고 싶었는데 인도 걸렸다고 우울해 하고 있었다. 수요일 근무시간에 걔랑 채팅을 하는데 그 오빠도 인도 걸렸단 소문을 들었다는 거다. 난 혼자 흥분해선 왠일이야! 그럼 인도가서 매일 보는거야? 진짜 매일?  잘하면 잘될 수도 있겠다~~!!!!! 라면서 난리를 쳤다. 근데 그 친구는 요 며칠 상황을 봐선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인도가서 정리나 해야겠다. 했는데 이게 뭐냐면서 진짜 빨리 맘정리 해야겠다고 말을 하는 거다. 예전의 나 같았음 포기하긴 이르다 면서 독려할텐데, 어떤 상황에서는 그냥 맘정리 해버리는 게 덜 상처 받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서 오히려 너한텐 그게 좋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만약에 이 상황이 영화라면 중간에 그 남자가 여자가 인도로 실습가는 소문을 듣고 자기도 인도로 간다고 말을 한다든지 하는 러블리한 장면이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  좋아하는 사람을 집 떠나서 매일 보는 거 어떻게 보면 엄청 괴로운 상황 일텐데 친구가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이 이외에 요즘 회사에서 여러 복잡한 일들이 있었다. 이거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 할 듯싶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진정한 위기가 왔다. 위태위태하다. 내 자신이. 새해부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버티자. 일단은.


2008년 다이어리

일상 2008. 1. 8. 13:58
11월 부터 거의 매주 다이어리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가 다이어리를 몇 번이나 변경하고 그랬더랬다.
원래 저번에 사려고 했던 낢 다이어리를 사려고 했으나,
가볍고 심플한 구성에 끌려서 결국 다른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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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프랑스어로 된 다이어리를 구입하다니.
근데 이름이 너무 맘에 든다. april 히히. 4월은 황사가 밀려오지만, 그냥 괜히 설레고 좋다.
난 요즘 빨리 봄 왔으면. 이란 말을 자주하는데. 아직 1월 8일.. 그래도 아마 빨리 올 것이다.
매년 세월이 점점 빨라지니까.

아 그리고 이제금방 티스토리 접속이 안되서 진짜 깜짝놀랐다. 회사에서 막은 줄 알고;
- 블로그 안되면 나 진짜 일하는 낙이 없음.

어찌되었든, 결정을 하고나니 저 다이어리에 무한 애정이 샘솟고 있어서 다행이다.
(벌써 비닐로 싸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애정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운데)

2008년은 분명히 2007년보다 멋진 해가 될 것 같다. 히힛.

어디선가 들었는데
뭔가 새로 시작한다고 해서 그 이전의 것을 깡그리 다 잊고
다시 시작하겠다.
맘 먹는 것은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합니다.

원래 하고 있었던 것을 제대로 하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저는 오늘 아침에 2008년의 목표를 하나 정했습니다.
그리 큰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저의 목표는 퇴근 후 집에 가서 꾸물대지 말고 바로 씻고, 머리를 감고, 책보고 스트레칭 30분 이상 하자.
입니다.

2007년 입사 이후 저의 모든 피로는 5시 반에 기상하여 1시간 반동안 전철 타고 한강 횡단하며 출퇴근 하는 것 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제 퇴근을 하든 집에 가서 피곤하다고 앉아서 뭐 좀 먹다가 TV 보다가 결국에는 자기 직전에 씻기 귀찮아 하지 말고,
가자마자 씻고 TV 그만 보면서 되도록이면 수면시간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운동하기도 아니고 고작 목표가 잠 늘리기 라니)

그리고 아침에 머리를 안 감으니 약 40분 가량이 절약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머리를 심혈을 기울여 감는 저로서는 약 30분정도는 머리를 감거든요. 거기에 드라이어로 말리는 시간 10분 추가요.
비록 두피의 기름은 자는동안 나와서 아침에 머리 감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저는 그냥 전날 밤에 감고 40분 정도 더 자야겠습니다.

아. 저는 왜이리 한심한 목표를 쓰고 있는 것일까요. 크큭.

참. 이번 연휴기간동안 저는 한가지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남들과는 다른 늑골(일명 갈비뼈)를 가지고 있단 사실을요. 평소 제 마지막 갈비뼈가 이상하게 툭 튀어나와있다고 생각했는데 뭐 다른 사람보다 좀 살이 없어서 그런거겠지 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제가 그렇게 살이 없는 편도 아니거든요.
어느날 엄마가 제 갈비뼈를 만져보시더니 깜짝 놀라면서 이거 큰 문제 있는 거 아니냐며 정형외과에 가보라는 겁니다.
가서 이러저러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허리는 S자형으로 휘었으나 5도 미만이라 치료는 안해도 되고 (그렇다고 이게 고쳐지는 건 아니랩니다. 이미 굳어져버려서) 갈비뼈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위의 갈비뼈와 아래의 갈비뼈의 크기가 다르다면서 선천적으로 이렇게 생겼댑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는 몸의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이 맞질 않는데, 돈 들이고 시간 들이면서 요가학원을 다니자니 너무 피곤할 것 같고해서 (또 우리집 주변에 요가학원이 없기도 해요)그냥 집에서라도 운동하자는 생각에 심사숙고하여 운동하는 책도 샀습니다. ;;

며칠 못할거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평일에는 자기전에 30분 이상 열심히 하고 있어요.  

퇴근 후 시간에 공부를 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거창하게 알찬 목표를 세우진 못하지만,
그냥 저는 퇴근 후 꾸물대지 말고 속히 자자. 이걸 가장 큰 목표로 잡기로 했습니다.

일하는 동안의 목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신경쓰지 말자.
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모두 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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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

문학동네











일단은 며칠 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4권 중 가장 볼만한 권을 뽑으라면 4권을 뽑겠다. 흠.. 마지막에 기도 고노스케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점잖아진 건, 아니 갑자기 어떻게 왜?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애초에 작가가 이 소설을 여러 연관관계를 두고 심각하게 쓴 소설이 아닌 듯 보였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사다 지로가 원래 그런건지는 다른 소설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4권을 다 통틀어서, 그리고 현재의 내 상황과 부합하는 글이 있었다.

" 잘 들어, 사장.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도박의 오의(奧 '깊은' 義 '뜻' - 난 이 '오의'라는 뜻을 국어사전을 찾아본 후에야 무슨 뜻인지 알았다)를 지금 가르쳐주지. 하나도 어렵지 않아."
"오의......?"
오마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진다는 생각은 하지 말 것. 누가 뭐라 하든 나쁜 눈이 나온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 것. 사발 바닥에 사오륙 갓파기가 나오는 광경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거야. 그것만 생각해. 그러면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어."

-프리즌 호텔 4권 봄 P.288-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은 언제나 안전하다. 위험부담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없다. 나는 위의 글을 읽으며 이제까지 내가 생각했던대로 이 모든 것이 나빠진 것 아닐까? 내가 예측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의식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드시 된다고 생각하면 (만약 그것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된다고 생각한 그 시간 동안은 행복하게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하면? 이 모든게 부질없어지고 귀찮을 뿐이다 이거다.

2008년은 대운이 온다. 분명히 대운이 온다고 믿고 있다. 2006년에 내 운은 바닥을 쳤다. 이보다 나쁠 순 없다고 몇 번을 되내였고, 현재까지는 최악의 해였다. 2007년은 좋지는 않았지만, 2006년보다는 좋았다. 2008년은 아마 더욱 멋진 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지금 이순간 나는 1그램의 의심도 없이 2008년은 2007년보다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내가 어떤 것을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지간에, 첫걸음은.
반드시 된다고 믿을 것. 그리고 반드시 된다는 내 믿음이 어리석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
설사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숭고한 일이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들을 마음껏 비웃어 줄 수 있는 위대한 행위 아니더냐.

2008년에는 단 한순간만이라도 저 다짐에 충실하도록 해야겠다.
어울리지 않게 이런 긍정적 다짐을 하고나니 어쩐지 기분 좋은 걸.

극복해야 할 문제

일상 2007. 12. 20. 09:37
난 몸을 엄청나게 사리는 사람이라 어제 밤에 11시에 누웠는데 2시간 넘게 잠을 못 이루며
아.씨. 이러면 내일 진짜 피곤한데!!!!
라면서 끝끝내 누워서 뒤척였다. 누워서 피로라도 풀자 싶어서.
어제는 아빠 생신이었다. 주말에 이미 선물을 드렸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원주에서 보셨다던 '왕이 되려고 했던 사나이' DVD를 추가 선물로 드렸다.
엄마가 맘먹고 갈비를 하셔서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케익까지 아구아구 집어 먹었더니 배가 살살 아팠다.
TV에는 온통 대선특집방송만 하는 중 이었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아서 여론조사는 다 조작한거라고 라고 믿고 있었다.
난 정동영이 흔히 말하는 사표를 찍었다. 그렇다고 이회창을 찍은 건 아니었다.
난 이명박이 싫다.
어디서 봤듯 경제회생이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 되는 것 자체가 비극 아닌가.

어제 누워서는 또 우울한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겐 나 좀 불쌍하지 않어? 라고 말을 했지만, 어제 느꼈던 감정은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찌질한 나 자신에 대한 동정심은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계속 좀 나쁘네. 이것도 거짓말이다. 기분 나쁜 것과는 다른 감정이다.
이 생각 자체를 우울한 생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좀 웃기다.

어제밤에 누워서 2007년에 나에게 어떤 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렇다. 난 사실 7월에 벌어졌던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난 비겁했다. 그렇다. 완전히 비겁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나는 훨씬 더 심하게 모욕하고 비방하고 경멸했을 거다.
그래 이전의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 이후의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생각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새삼 깨닫고 있다.
아직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나서 괴롭다.
난 아직도 궁금한 것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당시 오랜시간 그 말을 기억하면서 괴로워하라는 의도로 그런걸까. 아니면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걸까.
어떤 의도에서든 나는 당분간은 그 말때문에 괴로워할 수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될 말을 하면서 이 사람이 내가 한 말 때문에 얼마나 긴 시간을 괴로워할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었나.
그래.. 솔직히 말하면 한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
내가 이렇게만 말하면 이 상황을 끝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쏟아낸 말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비겁하고 상대방에게 부담과 민폐만을 주는 인물이었다고 해도,
난 진심을 다해 많이 좋아했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사정이 있을 거라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아니 애쓰지 않아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그게 그냥 너무 슬픈거다.
난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 사람은 내 일기를 보면서 나에 대하여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살까 생각했다는 것이.
나는 그 사람에게 있어 끝끝내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고 말도 안되는 불만만을 쏟아내는 여자였다는 것이.
그런 중에도 그래도 내가 그 사람에게 아주 큰 의미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의미있는 사람이겠지.
내가 가끔은 위로가 되는 사람이겠지.
라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서 전화 한통에 울고 웃었다는 것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많은 이유들 때문에
7월이후로 난 말로는 다 못할 만큼 가슴이 쓰리다는 거다.
흠. 그래. 뭐 이것조차도 그 사람의 의도와는 완전히 벗어난 말도 안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겠지만.

2007년이 끝나고 2008년이 쨍하고 밝으면 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순전히 감정적인 문제라 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난 상대방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여자라는 생각에서 언제쯤 자유로워 질 수 있을지.
극복하자. 제발.

2008년의 소원

일상 2007. 12. 18. 14:03
새해가 시작되면 다들 2008년에 해야될 일을 적어보는 것 같다.
다이어리 앞 페이지에도 그런 거 적는 란이 많고.
흠.. 근데 난 그런거 적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지금 당장 원하는 게 뭐냐. 라고 물어본다면 난 항상 구체적으로 말할 딱 한가지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외에는 그냥 막연한 것들.
건강하기나 앞으로 별 탈 없기. 이렇게 막연한 것들이기 때문에 말해도 이건 소원이라 하기에는 좀 웃기다. 그건 소원이 아니라 언제나 원하는 것들이니까.
뭐 나의 최종적인 소원은 '마음의 평화' 인데. 이거는 평생이 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걸 아니까 이것 역시 소원이라 하기엔 뭐하다.

그리고 뭘 해야겠다는 결심을 적다보면 거의 적기 위한 결심을 적게 되지 진짜 결심을 적기는 힘든 것 같다. 결심은 그때그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건가.
나라는 사람 자체가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살기 보다는 그냥 하루 하루 해야할 일이나 잘하고 그날 저녁에 오늘 하루도 잘 끝마쳤습니다. 아멘. 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계획 세워서 실천하기. 정말로 못한다.
딱 한가지 이유를 대자면 '쉽게 지루해하고, 쉽게 지치고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겠지.
한마디로 게으르다 이거다.

왜 얘기가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당장의 2008년 소원이 하나 딱 생겼다. 시기부터 원하는 것 까지 아주 구체화 되어 있는 소원이다. 정말로 이것만 되면 하나님께 감사하고 매주 교회에 가서 찬송가도 열심히 부르고 주기도문도 열심히 외울 수 있다. 근데 하필 그 소원이 내 힘으로 어찌 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내가 어제부터 이렇게 매 순간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원은 바로 전 블로그의 중대결심과도 관계가 있는 것인데 아직 50% 정도 밖에 확신을 못하는 상태다. 나머지 50%의 가망성을 위해서 저는 언제나 입을 함구하고 반항할지도 말지어며 화내지도 말지어다. 주여! (뭐야 왜이래) 어찌되었든 견딜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일이 하기 싫어서 미뤄두고 이런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데, 컴퓨터를 켜도 할 게 없고 읽을 것이 없어서 큰일이다. 정말 재밌는 걸 읽고 싶은데. 출퇴근길에 책읽기는 너무 심심해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 중에 책을 꺼내서 볼 수도 없고.

아. 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책이 깊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경영학 서적들과 이 책대로 하지 않는 당신은 우주에서 가장 멍청한 꼴통이라고 말하는 듯한 계몽서적이다. 그 책과 관련하여 요즘 난 좀 웃긴 사진을 봤다.


잊고 있었는데 내일은 대선투표일.
나는 쉬지 않지만, 다른 분들은 민주시민의 권리 행사하시고 푹 쉬는 하루 되셨음 좋겠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