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랜만이다.
일본여행 갔다온 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오랜만에 사무실 한가한데 틈틈히 이제 여행기나 정리해야지.
저번 1탄에서는 공항에서 하카타역에서 JR패스 발급 받은 거 까지 끝냈으니 그 다음부터 시작해야지.
우리는 예쁜 열차를 타겠다고 2시 34분 유후인노모리5호 열차를 예약했는데 그러고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어디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책을 보고 하카타역 주변을 보니 뭐 갈만한데도 없고. 공원이라고 갔더니 그늘이라곤 하나도 없고 하여 "요도바시카메라" 라는 전자제품 상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5층인가 하는 건물인데 전자제품부터 화장품 등등이 밀집된 건물이었다. 평소 일본 전자제품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는 건성건성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기가서 디카나 하나 살 걸 그랬나보다. 우리나라보다 싸다던데. 근데 일본에서 디카사면 액정 다 일어로 나오나? 영어버전도 있겠지. (에잇 아깝다)
저번 오사카 가서도 덴덴타운이라고 엄청 큰 전자상가 같은데가 있었는데 일본은 용산같은 전자상가가 어딜가나 있나보다.
카메라 구경보다 재밌었던 건 핸드폰 구경. 핸드폰이 진짜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았는데 색깔도 여러가지고, 액정도 진짜 크고 무엇보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디카 뺨치게 좋았다. 슬라이드보다는 거의 다 폴더형태였다. 어디서 보니 일본은 무선 인터넷이 훨씬 발달되어 있어서 핸드폰 액정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왜 유선인터넷을 건너뛰었을까. 흠. (이건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요도바시카메라 바닥에 앉아서 면세점에서 산 거 가방에 좀 정리하고 목에 선크림도 더 좀 바르고.. 새벽에 일어나서 몰골이 말이 아닌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했는데 아.. 그래도 남아도는 시간이었다.
유후인노모리 때문에 허비한 시간이여. 흑. 그냥 유후DX 12시 18분 차를 탔어야 했어.
사진은 친구 사진이랑 내가 찍은 사진이랑 짬뽕인데 둘다 요도바시 카메라 안에서는 하나도 안 찍었는데 그 안에서 어찌나 시간을 허비했든지 요도바시 카메라 주제곡을 나중에는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디게 코믹한 노래였는데)

배가 고파서 친구가 책을 또 막 찾더니 요도바시 카메라 맨 윗층 회전초밥집이 괜찮단 정보가 있다고 거기가서 밥을 먹자는거다. 11시 쯤에 문을 열었던 거 같은데 열자마자 들어가서 회전초밥을 먹었다. 한국 사람이 하도 많이 가서 그런지 메뉴판에 한글안내도 다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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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온도" 에서는 초밥 뿐 아니라 입가심 할 수 있는 푸딩 같은 것도 파는데 거기서 먹은 푸딩도 엄청 맛있었다. 근데 평소 연약한 장의 소유자인 내가 일본에서 너무 날생선 가득한 초밥을 먹어서 그런지 그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흑.

점심을 후다닥 먹고나서도 시간이 남아서 하카타역 지하상가를 구경하는데 난 벌써 다리가 아파서 친구한테 카페들어가면 안되냐고 사정사정해서 결국 카페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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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나서 기다리던 열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가는데, 예전 오사카 여행 갔을 땐 무거운 짐 동생이 다 들어줘서 편했는데 계단을 캐리어 들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려니까 힘들었다. 키가 작아서 그 캐리어를 가슴높이까지 들어야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흑. (아 열등한 신체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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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안에는 매점 같이 밥 될만한 거 파는 칸이 하나 따로 있는데 저기 유후인노모리는 카페같은 칸도 따로 있고 저 안에서 먹는 커피랑 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유후시까지 가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때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라 유명한 열차이다. 저 열차 안에서 무슨 은하철도 999 에서 나오는 기관사 모자 같은 거 쓰고 날짜 쓰여진 푯말들고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친구랑 둘이 찍었는데 꽤 코믹하다)

아무리 바깥풍경이 멋지다고 해도 3시간 밖에 안자고 온 터라 헤롱거리다가 결국 잠들었다. 어차피 잘 것 같아서 창가쪽도 친구에게 양보한 상태였고, 결국 나는 30분정도 지나서 미친듯이 자버렸다. 흐흐. 어차피 유후인에서 하룻밤자고 다시 후쿠오카로 올 예정이라 오는 길에 구경해도 되겠지 하고 잤는데 오는 길에는 커텐을 열면 너무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다른 자리 사람들을 위하여 커텐을 칠 수 밖에 없었다. ; 그리고 결국 오는 길에서도 난 잤다.
친구처럼 가는 2시간 반 동안 열렬히 바깥 풍경을 구경하진 않았지만,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기차 바깥을 보는데 미세먼지 0%에 도전하는 바깥 공기도 그렇고, 작열하는 햇빛도 그렇고, 피곤한 것도 그렇고 여행온 게 막 실감나서 난 들뜬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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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친구한테 메모리카드를 통째로 받은 탓에 이번 큐슈 여행은 꽤나 풍요로운 사진들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하. - 근데 나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은 심할 듯 함.

난 휴가를 8월 12일 부터 냈다. 여행 다녀와서 이틀 쉬는 게 더 좋았겠지만 친구가 12일은 도저히 안된다고 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이게 나았다.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 12일 하루동안 어디어디 갈지도 정하고, 짐도 챙기고.
아침 8시 비행기라 빨리 자려고 했는데 여행 준비 때문에 그렇질 못했다. 여행 때문인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흥분하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난 뜬 눈으로 새벽 2시까지 버티다가 잠이 잠깐 들었는데 새벽에 무지막지한 천둥소리 때문에 다시 깼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큰 천둥소리는 처음이었다. 우리집 바로 앞에서 천둥이 친건지 거짓말 안하고 우리집 베란다 창문이 흔들리고 바닥에 까지 진동이 오는데 말 그대로 자연의 힘이었다. 아아 무력한 인간이여~~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는 3시간 자고 공항으로 출발.
아빠가 공항까지 태워다 주셨는데 출발하는 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와도 비행기가 못뜨는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생각해보니 안개 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들었어도 비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못 들었으니까..
최고 성수기에 여행을 예약하여 그런지 최고 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결국 면세점 쇼핑은 이번에도 많이 못했다. 지금 큐슈 여행 찾아보니 내가 갔을 때 보다 가격이 한 15만원 가량 저렴하구나.아 제길.
난 면세점은 24시간 풀가동인 줄 알았는데 이날 보니 그건 아니었다. 7시부터 문을 여는 모양이었다. 나는 여행 때 들고 다닐 뒤로 매는 가방을 하나 구입했는데 시중보다 많이 저렴하게 싸서 기분이 좋아졌다. (크흑 남들은 여행가면 면세점서 쇼핑 많이 하던데 난 오사카 여행때도 이번에도 딸랑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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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다 먹을만하니 내릴 때가 되어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한시간 십분정도 소요) 후쿠오카공항은 국내 터미널과 국제 터미널이 나누어져 있는데 국제 터미널은 매우 한산했고, 무료셔틀버스 타고 국내 터미널 가니 복작복작했다. 우리가 갔던 시기가 딱 일본에서도 오봉휴가 시즌이고, 큐슈가 일본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라고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저번 오사카 때와는 달리 한국여행객보다 일본 가족단위 여행객이 더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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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내리는 순간 공기가 다르다고 느꼈다. (사실은 그냥 다른 나라 왔다는 거 실감하고 싶어서 공기가 다르다고 나혼자 세뇌시킴) 첫번째로 느꼈던 건 "우와! 날씨 엄청 좋다! 가시거리 거의 200km!!!!" 이거였고. 그 다음은 "아이고 뜨거워" 이거였다. 습도도 높고 무엇보다 그냥 뜨거웠다. 근데 비오는 거 보다가 쨍하고 맑은 거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휴가시작! 이 생각 때문에 더 즐겁기도했고.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로 진입할 때는 꽤 시간이 오래걸리고 지하철값도 비쌌는데 후쿠오카 공항에서 후쿠오카 하카타역까지는 아주 가깝고, 가격도 250엔으로 매우 저렴해서 좋았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데 초등학교 야구부 애들이 모여 있는 걸 봤다. 귀여웠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못 찍었다.

하카타역에 도착하여 우리는 JR 북큐슈 레일패스를 받았다. 이건 650엔정도 하는 JR 패스인데, 오사카와는 달리 JR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여행자에게 아주 강추하는 패스다. 보통 산큐패스 아니면 JR 패스 둘 중 하나를 사라고 하는데 작년 까지만 해도 큐슈 전체를 3박 4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우리나라돈으로 약 15만원 정도 했댄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3박4일 정도면 대부분이 북쪽 규슈만 여행하기 때문에 그닥 필요는 없다.(후쿠오카에서 저기 남쪽 미야자키 가는 데만 철도로 5시간 정도)  그런데 고맙게도 올해부터 북쪽 큐슈만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북큐슈레일패스가 생겼다. 우린 새로 생긴 북큐슈 레일패스 이걸 모르고 처음에 15만원 너무 비싸다고 산큐패스 구입할 뻔!!  산큐패스는 시외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패스인데, 우리가 머물렀던 텐진역에 버스센터가 있어서 산큐패스를 샀다면 기차타러 하카타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가끔가다 차멀미를 심하게 하고 처음 타본 JR 은 승차감도 우왕 굳! 이고 북큐슈 레일패스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권보여주고 패스를 교환 받는데 친구가 일본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잘 해서 별 어려움 없이 패스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우리 옆에 있는 창구 언니(여자에게 있어 만인의 호칭 언니!!-여자들은 알겠지만 가게에서는 나보다 나이 적어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도 허다함) 는 한국어를 무지 잘하는 언니라 그쪽에는 한국 여행객이 바글바글 했다.
도착하니 10시 정도 되었는데 유후인노모리 라는 이쁜 열차를 타겠다고 오후 2시 30분쯤 떠나는 열차 지정석을 예매 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생각해도 아주 탁월치 못한 선택이었다. 괜히 시간낭비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여행 사진도 많은 데 결국엔 인천공항에서 하카타역가서 레일패스 받은 데 까지 마무리 짓고 나중에 또 쓰겠다. ; 사실 저번 주 일요일부터 이 포스팅 붙들고 발전을 못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