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일상 2010. 3. 5. 11:29
아직도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백야행을 읽고 있다.
읽으면서 멈췄다 또 읽고 멈췄다 또 읽고 그런다.
드라마 영화 책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볼 때 너무 감정이입하는 게 탈이라면 탈인데, 이 백야행도 너무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유키호가 너무 무서워 죽겠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진짜 무서운 소설을 못봐서 그렇다는데, 난 유키호 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고.
난 그냥 딱 레이먼드 챈들러 수준이 좋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해갈만한 합당한 사유가 있었는데 이놈의 백야행은 무서워.
세수 중 얼굴을 문지르면서, 서울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면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유키호는 허구의 인물이야." 라고 수없이 말하면서도 막상 책장을 넘기면서는 공포에 떨고 있다.
아 유키호야 너 너무 무서워. 영화도 드라마도 안볼거야. 나쁜년 같으니라고.
그러면서도 결말이 궁금해서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난 빨리 유키호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을 읽은 내 친구 두 명은 유키호가 불쌍하고, 이해가 간댄다. 물론 어떻게 보면 뼈속까지 불쌍한 인물인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부분까지는 승리자도 이런 승리자가 없다. 이럴수가.
오래전에 읽은 밀란쿤데라의 불멸 주인공 자매 중 둘째랑 비슷한 캐릭터다. 난 이런 캐릭터 싫다고.

이번 주에 잠을 제대로 못자고 그래서 아침에 아메리카노를 컵 가득 내려서 물처럼 마시고 그 여파로 또 잠을 못자는 악순환이 계속되서 피곤과 커피에 찌든 상태다. (커피를 너무 마셔서 코풀면 커피가 그대로 나올 거 같은 느낌이다)
주말내내 푹 잘테다.

즐겁지 않은 금요일.

일상 2009. 2. 20. 14:39
2009년 들어서는 금요일 아침마다 항상 시름시름 앓는다.
일주일이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토요일 하루 완전 푹 쉬고 잠만 퍼자고 그러면 나아져서 일요일에 회복할 때 쯤 되면 이미 잠잘 시간이고 월요일이다.
목요일 밤부터 업되고 기분 좋았던 나 인데 이제는 목요일 밤부터 아플 징후가 보이다가 금요일 아침에는 열나는 상태로 출근하고 있다.
이제 금방 해열제를 먹었다. 많이 나는 열은 아니니 금방 떨어지겠지만, 열이 나면 난 왜이렇게 뒷골이 땡기는지 모르겠다.아 거슬린다. 오늘은 일 그냥 하나도 안하려고 생각 중이다.
일이 계속 막 밀려도 우선 나부터 좀 살아야겠다.

어제는 우리 엄마가 내가 사준 핸드폰을 미용실에 놓고 와버렸다고 완전 울 거 같은 표정으로 퇴근하는 나를 맞아주셨다. (24만원 주고 산건데) 산지 6개월 정도 밖에 안되서 조금 속상했지만 그냥 또 사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다시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정지해놨었는데 114에 전화해서 정지된 거 풀었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응용력 뛰어난 우리 엄마. 아빠라면 아마 내가 가서 해드릴 때까지 못하셨을 거다.

날이 갈수록 하루하루 내가 살면서 이렇게 피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 자고 일어나면 이제금방 태엽감긴 장난감 처럼 괜찮아지던 내가 그립다.
요즘에는 자기 전에 하도 근육이 뭉쳐서 운동책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비록 야매로 선생님 없이 하는 것이지만 요가도 하고 자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날 몸이 굳어서 못 일어나겠음) 인삼도 잘 먹고 있는데 아 소용이 없고나.
집에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아침이 싫어요.

일상 2008. 7. 25. 08:51
대학생때 하는 거 없이 마음이 허하고 외로울 땐 잠들기 전이 참 힘들었다. 그냥 좀 외롭고 어디에 전화도 좀 하고 싶고 영화 보고 싶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일기 쓸까 하다가 냉장고 열어서 물 좀 마시다 결국 CD Player 를 틀고 천장만 바라봤다. 아 그때만 해도 mp3 파일 보단 CD player 로 음악을 훨씬 많이 들었는데. 여름 밤에 누워서 듣는 음악은 참 좋았다.
참 팔자 좋은 시절이었다. 내가 그렇게 누워서 한 생각이라곤 고작......다른 각성한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심각히 고민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생각은 정말 하잘 것 없는 것들이었다.
외롭긴 했지만, 난 그냥 그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 가기 싫음 안가도 되고, 공부 하기 싫음 안해도 되고. 가진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아니었을까. 뭐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 하나는 오지게 많았으니까. 돈까지 있었음 좋았겠지만, 그냥 시간 많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좋았다. 그 시간을 뭔가 더 보람차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하질 않았는데, 어렴풋이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냐..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 허송세월의 댓가로 난 내가 있기 싫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요즘에는 잠드는 건 크게 문제가 안된다. 씻고 머리 감고 누우면 거의 다이렉트로 잠이 드니까.
문제는 아침이다.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면 약 10초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 오히려 드라마 보고 11시에 하는 시덥지 않은 프로그램 보면서 웃기도 하는데, 우와... 아침에는 정말 답이 없다.
나의 기상시간은 5시 50분. 6시까지 세수하고 밥먹고 맨날 똑같이 전철타고 오는데, 전철에서 실컷 자다가 내릴 때 되서 일어나서도 약 5초간 아. 죽고싶다. 는 생각. 원없이 잠을 못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그냥, 별 건 아니지만 직장인 되면서 부터 생긴 차이라면 차이라서.

오늘은 월급날. 닥치고 각성!


절실했다.

일상 2008. 2. 21. 17:13
어제는 전철안에서부터 완전 재수 옴 붙은 날이다.
그런 날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날.
어제는 하루종일 진짜 재수가 없었다.
피곤한 하루가 지나고 금요일. 금요일임에도 전혀 힘이 나지 않는다.
내일도 일하러 와야하기 때문이다.
피곤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나라 평범한 직장인 중 만성 피로 아닌 사람이 있겠냐만은..
2월은 여행도 갔다왔는데 왜이렇게 하루하루가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피곤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이제 한차례 마무리 되었나? 했는데 이젠 귀에 염증이 생겨버렸다.
아.. 내일은 하루종일 바깥에서 일해야하는데 아. 피곤해.
마음껏 자고 싶어. 집에 가고 싶다고!!!! (절규)
의도적으로 어제 점심 때 말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웃긴 것도 많이 봤는데 상태가 워낙 메롱이라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으으. 만성피로여!

그냥 내가 본 웃긴 것들이 혼자 보기 아까워서 포스팅 한다. 한 번은 헛웃음이라도 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