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

단문 2017. 5. 12. 13:18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다들 이상하다고 한다.

  감상평은 못썼지만, 며칠 전 '프랑켄위니' 를 봤다. 거기 나오는 괴짜 과학선생님은 이상할 뿐이지, 절대 악의는 없는 사람인데도 학교에서 쫓겨난다. 이 사회의 사람들은 악한 사람보다 이상한 사람을 더 못참는 것 같다. 팀버튼은 본인이 워낙 이상한 사람이라 영화에서 그런 주제의식을 자주 드러내는데, 아마도 그래서 내가 팀버튼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남한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우울할 땐 그냥 가끔 혼자 징징거릴 뿐인데, 내가 이상해지지 않기 위해 무슨 노력을 얼마나 해야 한다는 말인가.


  30대 중반인데 결혼을 못했다는 이유로 어제 엄마랑 동생한테 잔소리 듣다가 결국 울고 말았다. 나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행동할 뿐인데, 내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단 말인가.

  엄마와 동생이 가진 나에 대한 불만은 싫지 않은 남자가 너에게 호감을 표시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절하고 만나도 모자랄만큼 나이 먹은 주제에 도망만 다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집 가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안하고 기다리고만 있으면 어떡하냐며 그렇게 도망만 다니다가 결국 혼자 늙어서 너 좋다고 한 과거의 남자들 아깝단 후회만 할 거라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한다. 

  끝끝내 내가 불편한 마음을 못 견디고 남자와 다 정리하고 들어오면, 동생은 나에게 화를 내고 엄마는 한동안 나랑 말도 안하신다.

  나는 엄마랑 동생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고 아무 문제 없다고 나를 격려해 줬으면 좋겠는데, 매번 너는 왜 그러냐. 너는 진짜 이상하다. 이런 말만 듣는다. 정작 나는 몸 건강하게 혼자 잘 사는데, 우리 가족은 30대 중반에 결혼 못한 성격 이상한 딸 혹은 누나를 가졌단 사실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독립일텐데, 가진 돈이 없다. 하.. 가난한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나. 



근황과 푸념 가득

일상 2016. 4. 25. 18:24

1. 바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유방암으로 수술을 하고 복직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수술한 가슴에 다시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 가는 중이라는 메세지를 보고, 내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유방암이 재발하면 (내 입에 이 단어를 올리기 싫지만) 사망 위험이 크다는 말을 어디 선가 봤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가 내 곁을 먼저 떠날 것이란 상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가 검사결과 말해주기까지 몇 분 동안 만약에 만약에 결과가 최악이라면, 친구는 어떻게 해야하고, 난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의사에게 암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눈물이 또 핑 돈다.

2. 요즘 다시 읽고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보면 (정확친 않지만) 주인공 소피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자신의 인생에 대단한 일이 벌어질 확률이 매우 낮음을 너무 빨리 알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책은 이래서 좋다. 내가 느꼈던 걸 정확히 표현해주니까.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 보다는 내가 더 경제적으로 발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한 때는 동화 작가 같은 꿈을 꾼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난 언제나 사회진출에 유리한 쪽으로만 행동하고 그 방면에서 뛰어나길 원했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다 부질없었단 생각이 든다. 점점 더 내 인생이 내 기준에서는 실패한 인생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내 자신이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더 강하게 버텼다면, 지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 때문에 점점 더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3. 이 말을 글로 쓰는 순간 더 사무칠 것을 알기 때문에 웬만해선 일기에도 안쓰던 말이지만, 요즘 들어 정말 외롭다. 내 짝을 찾은 사람들이 세상에 엄청나게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짝을 만난 게 하나같이 다 기적에 가까운 일임을 알고 그들은 행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4. 주말에 영어학원에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인터넷으로 영작한 후, 첨삭 받는 걸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두번 써서 내는 게 그렇게 힘들다. 호기롭게 써서 내면 온통 빨간색으로 틀린 부분이 표시되서 되돌아온다. 벌써 6번 정도 썼는데 자꾸 틀린 걸 또 틀린다.

5. 고용노동부에서 보낸 대표이사 출석요구서 사유를 보고, 이 회사 역시 오래 있을 회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또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이 되서 이력서 쓰는 게 너무 힘들고, 그거 때문에 올 봄은 꽃 한번 제대로 못봤다. 그렇게 4월이 끝나간다.

6. 어떤 남자의 메세지 혹은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엄마는 또 일단 사귀라고 성화다. 이제 내 의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남자가 좋다고 하면 무조건 만나야 되는 나이인가 보다. 동생 부모님 다 협공 중이다. 너 그럴 나이 아니니까 정신 차리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러가지로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