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날들

일상 2014. 10. 6. 00:18

  이렇게 마음 편히 지낸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도 일주일 동안은 잘 풀려갔고, 아픈 데도 없고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역시 날씨가 좋으면 사람이 너그러워 진다.

 

  연휴 역시 평화롭게 보냈다. 토요일에는 여름 내내 못만나던 친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떠들었다. 부평에 오랜만에 갔는데, 지하상가에 예쁜 옷이 많았고, 내 친구는 원피스와 내가 추천한 가디건을 구입했다.

  친구와 함께 첫 직장 후배가 하는 카페에 갔는데 오래전 사귀던 애가 걸어 들어와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어떻게든 옛 남자친구가 날 못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선글라스를 끼고 미친듯이 뛰는 것 처럼 걸어 카페를 빠져나왔다. (걔 집은 부평이랑 아주 가까웠다) 그런데 사장 후배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내가 옛날 남자친구라고 확신 했던 애는 후배 남동생의 친구랜다. 난 너무 신기해서 다시 되돌아가서 내가 착각한 애를 관찰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후배 남동생 친구라는 이름 모를 애는 내 예전 남자친구와 너무나도 닮았던 것이다. 내가 착각한 게 무리도 아니었을 정도로.

  그런데 내가 걔랑 헤어질 때 당시 모습은 아주 어렸을 적 모습이니 지금도 20대 초반의 어린 그 모습은 아닐텐데 그 점을 간과했다. 휴. 얼마나 다행인지. 걔가 아니라.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날이 갈수록 회사에서 알게 된 사람들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어지고, 나도 진실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슬픈 일이다. 이런 게 삶의 지혜 라면 지혜일 수도 있는 건데... 이건 확실하다. 회사 사람들한테 진심을 말하면 안된다는 거 말이다.

 

  언제나 여기에 말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혈연 빼고 가장 고차원의 관계는 우정이 아닐까. 친구만큼 전 일생에 걸쳐 필요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중고등학교 때는 절대적으로, 20대에도 30대에도 아마 늙어서도 친구는 계속 필요하겠지. 솔직히 애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늙어서까지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드는데 친구는 아니다. 이번 주말에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나서 다시 느꼈다. 친구는 진짜 필요하다는 걸.

 

  친구를 만나기 전날인 개천절에는 미용실에 가서 앞머리를 자르고 앞머리 파마를 했다. 난 미용실 갈 때 원래 하던 사람한테 하는 유형의 손님은 아닌데, 내가 가는 미용실은 꼭 어떤 선생님한테 받았냐고 물어본다. 마침 지갑에 예전에 받은 명함이 있어서 보여줬더니 낯익은 어린 여자 미용사가 왔다. 난 그 어린 여자 미용사가 좋아졌다. 조용해서 다른 미용사들 처럼 나한테 말도 안걸고,  얼굴도 웃는 상이고, 미용실 보조 애들한테도 친절하게 대한다. 저번 그 어린 여자 미용사가 알아서 해준 파마도 친구들 회사 사람들한테 잘 됐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다. 이번 앞머리도 우리 엄마 말로는 딱 좋댄다. 약간 길다 싶게 잘린 것만 빼면 마음에 들긴 드는데 없다 갑자기 생긴 앞머리가 아직까진 무지 귀찮다.

 

  오늘은 교회 안가고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을 봤다. 난 메이저리그 시즌은 안 챙겨 보는데 포스트 시즌은 2009년인가 부터 엄청 열심히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재밌다. 우리나라는 류현진 때문에 LA 다저스 위주로 중계를 해줘서 어쩔 수 없이 다저스 경기를 제일 많이 보게 된다. 오늘 경기에서는 잭 그레인키가 엄청 멋있었다. 잭 그레인키는 나랑 똑같은 83년생인 우완 투수로, CSI 같은데서 싸이코 패스 냉혈한 연쇄살인마 역할하면 딱이게 생겼고, 던지는 거 뿐 아니라 잘 치기도 하고 뛰기도 엄청 잘 뛴다. 야구보면서 내년에 야구보러 미국 갈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주말동안 Mamas Gun 이라는 밴드를 알게 되고 그 밴드가 저번달 낸 Cheap Hotel 이라는 앨범의 Burn and fade 라는 무척 좋은 곡을 발견했다. 여기에 링크 걸고 싶었는데 방대한 Youtube 에도 동영상이 전혀 없다.

 

  내가 원래 배우던 영어 선생님이 휴가가서, 이번 주 토요일 다른 선생님 수업을 들었는데, 맙소사. 선생님이 너무 잘생겨서 수업 들을 맛이 났다. 금발에 파란눈인 키 엄청 크고 덩치도 큰 40대 남자 선생님이신데, 엄청 낡은 바지에 막 입은 셔츠, 스킨 한번 안 바른 것 같이 거칠한 피부에 전혀 다듬지 않은 금발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벅벅 긁는 모습이 아주 사나이 다운, 진짜 미남 선생님이었다. 역시 얼굴 잘생기면 옷이고 머리스타일이고 뭐고 다 필요 없나보다.

  수업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남자가 낯이 익는다 낯이 익는다 생각했는데, 왜 낯이 익는지 생각해보니 그 남자 분 꼭 교회 전도사 처럼 생겨서 낯이 익는 거였다. 전도사 처럼 생긴 남자라니 짱웃기다 싶어서 혼자 쿡쿡 웃어서 속으로 쫌 찔렸다.

 

  2주 연속 중간의 휴일이 낀 행복한 주중을 맞게 되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첫째는 날씨, 둘째는 휴일.


3월 시작

일상 2013. 3. 3. 23:27

새해를 시작하는 기분은 1월보다는 3월에 더 강한 것 같다. 난 3월만 되면 맨처음 대학 왔을 때가 떠오른다. 인천의 겨울은 어찌나 추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전라도에서 와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전라도에서 겨울을 보낼 땐 오리털을 입지 않았다. 지금은 오리털파카만 4개. 그 오리털 4개만 입으면서 겨울을 보내는 실정이다. 내 겨울 옷장을 보면서 내가 의외로 옷이 많단 걸 깨닫는다. 뭘 이렇게 사서 모았지. 오리털만 4개라니..  

근데도 딱 요즘 입는 얇은 모직코트 같은 걸 사고 싶어졌다. 

한가한 일요일이라 진지하게 2월 지출결산을 해 보았다. 엄청난 지출을 했다. 2월에는 아빠 잠바도 사드리고 엄마 코트도 사드렸다. 뿌듯했다. 부모님께 돈을 쓸 때 내가 이러려고 돈을 벌고 있구나 싶다. 딱히 크게 수입이 없는 우리 엄마 아빠. 내가 시집가면 누가 돈을 드리려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된다. 

내가 시집가서도 엄마아빠께 돈 드리고 그러려면 나도 당연히 계속 돈을 벌어야 할 것이고, 남편될 사람도 경제적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크크크 (한명도 제대로 못만나고 있으면서 이딴소리 해서 뭐하나) 

매년 3월 1일은 친할아버지 기일이라 안산 큰아빠댁으로 간다. 우리 친가 쪽은 서로 소원해서 일년에 딱 두번 만난다. 할아버지 기일과 할머니 기일. 할아버지 기일은 안산에서 해서 매년 가는데, 할머니 기일은 대전이라 거의 안간다. 

내 나이가 서른 한살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직장인 티가 난다고 했다. 좀 슬펐다. 어디 가면 아직 학생같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난 내가 충분히 어려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다.  

안산에서 바로 친구를 만나러 삼성역으로 갔다. 날이 갈수록 코엑스에 가도 재미가 없다. 맛있는 곳도 없고... 옷이나 신발 같은 거 구경해도 별로. 친구네 집이 워낙 우리집이랑 멀어서 중간을 정하느라고 삼성에서 만난건데 다음에는 삼성역 안가야겠다. 카페도 몇 개 없는데다가 자리도 부족하고 지저분하고.

난 강북 스타일인가. 그냥 서울서는 종로 쪽이 제일 좋더라. 물론 서울보다 인천이 더 좋고. 흐흐흐. 

친구의 직장생활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온 것 같았다. 많이 우울한 것 같았다. 난 첫직장 오래다니는 사람들 보면 신기하고 존경스럽고 그렇다. 난 첫직장은 그만둘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난 애초에 별로 가고 싶었던 회사에 간 것도 아니었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런 상태로 2년 9개월을 다녔으니 오래 버텼다. 이름난 직장에서 많은 월급을 받는 친구도 직장생활은 힘들고 싫은 모양이다. 어딜 가나 다 그런 건가. 

지금 그룹연수 들어간 동생은 인생 최고 의기양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가고 싶은 회사에 가고 싶은 부서에 행복하고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나야 큰 회사도 못다녀봤고, 원하는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직장은 항상 내 생각같지 않다는 거. 동생의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아서 걱정될 지경이다. 

어제는 부모님이랑 동생이 성남 가서 원룸을 계약하고 오셨다. 목돈이 없기 때문에 옵션 없는 월세 싼 방으로 잘 계약 했다는데 다음주 다다음주 토요일에는 거기 가서 청소하고 필요한 거 사기로 했다. 내가 돈을 좀 빌려줘야 할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냉장고나 세탁기 둘 중 하나를 사줄까... 원룸이긴 하지만 그거 청소하고 옮길 생각하니까 끔찍하다. 그냥 청소 업체 쓰자고 했는데 엄마가 방 한칸인데 무슨 업체 쓰냐고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 엄마는 동생이 이제 엄마 품을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안 좋은 모양이다. 첫 직장인데 혼자 원룸서 먹고 자고 할 동생 생각하니 불쌍하긴 한데, 남자일수록 혼자 살면서 집안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제 파마를 했다. 아 머리도 단발로 잘랐다. 동네 미용실에 갔는데 그 미용실 위치도 안좋은데 사람이 끊임없이 왔다. 나도 한 30분 기다렸다. 거기서 한 파마 3번 했는데 일단 가격경쟁력이 최고다. 솔직히 이름난 미용실에서 15만원 주고 파마도 해봤지만 다른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싸서 영양도 넣어달라고 했다. 

앞머리 없이 일년정도 산 것 같은데 어렵게 길렀던 앞머리를 그냥 다시 싹둑 잘랐다. 밤에 머리를 감기 때문에 앞머리가 있어도 제대로 간수를 못할 것 같은데 고민 중이다. 앞머리만 아침에 감아야 하나.

오늘은 어제 파마 해서 머리를 못 감았다. 안그래도 머리에 기름이 많이 끼는 편인데 감지도 못하니까 간지러워 죽을 것 같다. 항상 파마하고 나서 이 고비를 못 넘겨서 다음날 밤에 머리를 감아버렸는데 이번에는 오래 버텼다. 

이번 연휴가 끝나면 당분간 연휴가 없고 휴일도 없고. 

원래는 이번 연휴 때 올 추석 연휴 때 어디를 갈 것인지 결정하려고 했는데 결정 못했다. 그냥 어렴풋이 유럽가야지. 하고는 있는데 이러다가 티켓 못구하고 표 있는데 가게 될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이 다들 예민한 것 같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답답하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싶고...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난 여기 아니었으면 분명 한달에 130만원 남짓한 돈 받으면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었을 것 같다. 또 돈 못벌었으면 저번 처럼 엄마아빠께 선물도 못 사드렸을 거다. 불평 그만하고 제발 다음 주에 별일이 없길 바라면서, 또 이렇게 일기에 우울한 맘을 토로하면서 이번 주 마무리. 


매일 하는 결심.

일상 2009. 7. 20. 16:17

내 블로그가 초창기의 모습을 되찾은 거 같다. 방문자 수만. ; 내가 인터넷에 가장 집착했던 건 대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때 였다. 하루종일 포토샵에 매달려서 홈페이지 만들고 부지런히 글 써서 올리고 그랬다. 그때도 방문자수는 하루에 2명 3명 이랬지만 지금 보다는 훨씬 모든면에서 알찼던 거 같다. (지금처럼 편리한 인터페이스도 아니데 그걸 다 html 로 제작해서 올렸으니) 요즘 같이 기업에서 방문자수 블로거들한테 돈이랑 자기네들 신제품 갖다 바치면서 제발 글 좀 올려주시옵소서. 하는 세상이 올 줄 알았으면 계속 그 길로 나가볼 껄 그랬다.
저번에 금호 아시아나 채용공고 보니까 블로그나 큰 동호회 운영하는 사람한테 가산점 부여하고 그렇던데, 그런 이유로 난 네이버 블로거들을 싫어하기로 했다. (크크 신기한 결론)
아까 문득 든 생각인데 난 남자들의 대책 없는 자신감이 싫다. 물론 피해의식 쩌는 인간도 싫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90% 는 자기 정도면 괜찮게 생겼다고 생각하나는데 그게 real 인가? 흠. 몇명 알지도 못하지만 내 주변을 봐서는 신빙성 있는 이야기 같다. 아까도 네이트 쪽지로 소개팅 하는 족족 못생긴 여자만 나와서 짜증난다는 쪽지를 받고 짜증나서 남자들은 다 자기가 잘생긴줄 아나봐? 하고 보냈더니 쪽지가 안온다. 뭐 내가 못생긴 여자라 찔려서 그렇게 보낸 것도 있겠다. 아마 그 쪽지 받은 입장에서는 참나 피해의식 쩐다고 생각하겠지. 니 얼굴을 보고 그런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 이 사람아.
저번 주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친한 사람과 아사히 맥주를 먹고 서로 통하는 게 있어서 깔깔깔 웃다가 대리석 계단에서 미끄러졌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난 정말로 그 때 내가 골로 가는 줄 알았다. 종각역에서 이자카야에서 내려오다가 그렇게 되었는데 치마 입고 대단했다. 정말 그 순간에는 치욕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한 10초 지나니 너무 아파서 죽고 싶었다.
그 술집이 진짜 신기한게 다른 데 보다 사람이 없어서 비도 오고 해서 들어간 건데 저번에 갔을 때는 거기 상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쳐서 멍들고 부었었는데 이번에는 강도가 더 심해져서 꼬리뼈에 피멍이 들고 집에 와보니 속치마도 심지어 찢어져 있었다. 꼬리뼈가 너무 아파서 몰랐지만 집에 와보니 팔꿈치에 피까지 질질 나 있었다. 그 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엉금엉금 전철 타고 동인천까지 왔으니.
난 왜 이렇게 계단에서 잘 넘어지는걸까.
이정도에서 그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잘못했다가는 하반신 마비도 가능할 정도로 크게 미끄러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예 입원할 정도로 넘어져서 회사 좀 쉬고 싶다는 몹쓸 생각까지 들었다.
한 2주전에 엄마에게 어디가서 한번도 말하지 못한 내 원대한 결심에 대해 용기내서 말을 했다. 그 뒤로 엄마가 나랑 말도 안하려고 한다. 눈도 안마주치고 웃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응원해 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 싸늘한 반응이란.
난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아닌가 보다. 난 지금 시점도 내 20살 이후의 인생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건가?
저번주 토요일에 이마트 안에 있는 꽤 이름난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는데 하루만에 다 풀려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져서 어제 다시 파마를 했다. 막무가내로 다시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3만원 추가비용 내면서 한 건데 내 머리는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나오는 김간호사 머리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왜 앞머리에 파마를 이렇게 심하게 해놓은거지?
그래도 뭐 다 풀려버린 머리보다는 돈값 하는가보다 하고 생각하니 기분 나쁘진 않다.

요즘도 야구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데 원래 난 기아 타이거즈에서 윤석민을 최고 좋아했지만 1순위가 안치홍으로 바뀌었다. 아 유니폼 마킹 다시할까. 큭.
치홍아 근데 요즘 너 너무 살쪄가고 있는 거 같아. 살빼자.

월요일이라 할일도 많은데 오랜만에 블로그 업데이트. 일한 것 보다 더 뿌듯한 걸.


주말을 피하는 방법.

일상 2008. 11. 18. 16:40
제목이 조금 거창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저기 멀리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아.. 진짜 싫어.

일요일 밤부터 약간 눈에 뭐 들어간 것 같이 아프길래 목욕할 때 녹두가지고 마사지 한 게 눈에 들어갔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것은 다래끼의 초기 증상이었다. 아악.
예전 정읍 살 때 엄마랑 친한 아줌마가 나를 쫌 이뻐라 했는데 그 아줌마가 나보고 얼굴 마사지 하라고 녹두가루를 보내주셨다. 꿀이랑 밀가루랑 섞어서 나도 마사지 해봤는데 오오. 각질 제거에는 효과가 꽤 좋다. 완제품으로 나온 각질 제거제는 하면 얼굴 다 벌겋게 되고 그랬는데 이건 그런것도 없고... 아 근데 그 아줌마께서 (난 아무리 엄마랑 친한 아줌마라고 도저히 이모라고는 못하겠더라) 저번에는 버버리 지갑도 주셨다. 근데 장지갑이라 완전 아줌마지갑... 그래도 공짜라 감사히 쓰고는 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약간 부어 있고 깜박깜박 할 때마다 아팠는데 난 눈다래끼가 눈 위에만 나는 줄 알고 이건 눈다래끼가 아닌 줄 알았다. (눈위에만 다래끼 날 거란 생각은 왜한건지 참나) 근데 그게 아니랜다. 지금도 부어 있는데 무섭다. 어제 눈이 아파서 다 쓰러져가는 불결한 약국 가서 눈다래끼 나려고 한다고 말하니까 약사 아줌마가 역겨운 냄새나는 무식하게 생긴 약을 6알 주셨다. 2개씩 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뭐야 효과 하나도 없어.
결국 오전에 이비인후과랑 안과랑 같이 붙어 있는 병원 갔는데 안대를 붙여줬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안쪽 눈 안보이니 계단 내려가기도 무섭고... 근데 그 병원 진짜 돌팔이 같은 게 의사가 한명이야. 이게 말이 돼? 내과야 뭐 여러가지 다 본대지만, 이비인후과랑 안과를 같이 보다니... 며칠 있다가 와서 째라는데 안가려고 생각중이다. 소염제 열심히 먹으면 없어질거야 암. 사실 내가 살면서 다래끼 난 적이 한 번도 없다. 눈이 조금 아프면 소염제 바로 먹고 그러면 다 없어졌기 때문에. 근데 그 무식하게 생긴 약을 먹었는데도 아무 효능이 없다고. 약사도 돌팔이 아냐 이거. 충무로는 돌팔이 동네인가봐~~~아 근데 이 붓기가 점점 커져서 칼로 째고 고름 짜자고 하면 어떡하지. 아.. 말로만 들어도 끔찍해!!!!!!!!!!!!!!

근데 이거 눈 아픈거 잘만 이용하면 주말에 저기 멀리가서 일하는거 어떻게 좀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에서 안대 만들어서 금요일날 붙이고 올까... 날도 추운데 이 뭔. 진~~짜로 가기 싫다.

15일에는 큰맘먹고 미용실에 갔다왔다. 작년 추석연휴 때 파마한 뒤로 미용실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더 심한 건 대학 졸업 이후로 머리를 자른 적이 없었다는 거. 다듬는 건 있었지만, 한번 맘먹고 길러보자하고 안 자른 건 아니고 귀찮아서 그냥 죽 길렀다. 자르기 전에 화장실 거울에 뒷모습을 비춰봤는데 조금 아까운 거다. 내가 언제 날개뼈 밑까지 머리를 길러보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 긴머리를 감고 말리고 하는 게 정말 보통일이 아닌거다. 긴머리 유지하는 여성분들 존경스럽다. 아무나 기르는 게 아니다. 머리가 기니까 빠지기도 한 두배는 빠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머리 좀 많이 자르고 아무 파마나 해야겠다 하고 원래 갔던 이철 헤어커커 를 갔다. 여기를 선호하는 건 아니고.. 그냥 세일해준다길래 작년에 파마했던 곳인데, 우와... 세상에 난 파마가 그렇게 비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 있는 언니 가 머리결 상하니까 죽어도 시세이도 펌을 하라는 거다. 그냥 셋팅 하고 싶었는데, 그 언니 말빨에 넘어가서 나는 결국 15만원짜리 시세이도 펌을 했다. (왜 시세이도 펌이냐면 중간에 시세이도 약 넣어서 머리결 안상하게 해줘서랜다. 내 머리결 진짜 강한데) 아아아악. 내 인생에서 이렇게 머리에 돈 쳐바르긴 처음이었다. SK텔레콤이면 25% 할인이라고 해서 11만5천원 주고 했는데.......................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돈 아까워 죽겠네.

근데 그 미용실 언니한테 미용실 온지 한 1년 2개월 정도 되었다니까 필요이상으로 깜짝 놀라면서, 나보고 파마 완전 묵혔다가 왔다고 그러는거다. 그리고 그 파마 다 끝난 뒤에도 이제 1년 뒤에 뵙는건가요? 이러질 않나. 그리고 미용실에도 무슨 헤어크림이나 팩 같은 거 팔아야하는 할당 같은 거 있나? 작년에도 그러더니만 이번에도 진짜 작은 헤어크림이 엄청 좋다면서 4만원 주고 그걸 사라는거다. 입장이 진짜 난처했는데 다행히 그 제품은 구입 안했다. 내년엔 거기 안가. 그냥 동네 가서 4만원 짜리 파마를 하고 말지.

머리를 자르고 나니 감기도 편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파마하고 머리자른 것도 변화지만, 정말 오랜만에 앞머리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어려보인댄다. 키키키키. 이정도만 되어도 대성공? (그 말을 다 믿는 나)

어제는 지옥이었는데 오늘은 꽤 천국스러운 하루였다. 오늘은 칼퇴해야지.

이제금방 친구한테 문자가 왔는데 부천에는 눈이 온댄다. 근데 그 눈을 학원 같이 다니는 약간 정신병자 삘 나는 게이랑 같이 보려니까 암울하다고 한다. 그 남자애 소원이 돈 모아서 태국가서 수술하는 거라는데, 내친구가 보여준 사진 보니까 오 잇츠 호러블!

이거 다 쓰고 읽고보니 진짜 산만하다. 도대체 몇가지 주제가 나오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