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충무로

일상 2010. 4. 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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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누구나 한번씩은 생각한다는 사직서를 썼다.꼭 자필로 작성하라고 해서 자필로 작성을 했다. 퇴직 사유에 구체적으로 기술하라고 써 있었는데 적성에 안 맞는다고 썼다.학창시절에 적성검사도 하고 학교 선생들이 생활기록부에 적성에 대해서도 써주고 하는데 왜 난 28살이 되도록 내 적성하나 못 찾아서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생각보다 사직서를 쓰는 기분은 담담했다.
우리 부모님은 나때문에 심란하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보면서 난 한 직장에서 오래 붙어 다녀야지 결국 3년을 못 넘겼다. 그래도 참고 참아서 2년 9개월임.
25살에서 28살 어떻게 보면 제일 좋다면 좋은 시절을 회사에서 보낸 건데 생각 나는 거라곤 기상, 출근, 업무, 퇴근이것 밖에 없다.한의원에서 나한테 한약 지어먹으려고 지어낸 말일지도 모를 나의 80세 노인 체력으론 솔직히 회사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 너무 무난하게 살아온 거 같아서 갑자기 우울해진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닌데. 적어도 모든 것이 불만인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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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하는 곳은 다른 팀과는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유리로 막혀 있었는데 앞에 앉는 새로온 사람이 달력을 덕지 덕지 붙여 놓는 바람에 바깥 동향을 알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작년 다이어 살 때 준 12월치 다 나와 있는 달력을 붙여 놓으니까 일하기 편하고 그래서, 사서 붙여놨었다. 저 달력은 새로온 분한테 주고 왔다. 집에 있을 땐 12개월치 다 보면서 일할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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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달력 밑으로 내려오면 다른 달력이 보인다. 퇴직 전까지는 스케줄이 빼곡하나 그 이후로는 하얗다. 탁상 달력을 대학 때는 전혀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사용해보니까 편하다. 앞으로는 애용해주기로 했다. 탁상달력 옆에는 스피커, 그 앞에는 핸드폰 꽂아놓는 강아지. 그리고 모니터.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건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모니터 뒤의 코르크 보드에도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혹은 필요한 사이트 비밀번호 아이디 목록. 모니터 밑에 있는 건 내가 사용하던 노란 연습장. 난 A4 만한 연습장을 세로 말고 가로로 놓고 쓰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해야 내 책상에 놓고 쓰기 편했다.. (이 사진 한번도 사용안해본 DSLR 로 찍었는데 촛점이 저기 연필꽂이에 딱 맞았다) 그리고 사진 제일 앞쪽으로 보이는 건 사원증하고 교통카드 넣고 다니는 카드지갑이랑 남들은 웬만해선 안쓰지만 한번 사용해보면 편한 푸카 모양의 팔꿈치보호대. (강추합니다. 여름에 팔꿈치 아프지 않아요) 그리고 내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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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뒤로 보이는 코르크보드는 처음 왔을 때 부터 붙어있었던 건데, 잡다한 영수증, 버리기도 뭐하고 언젠가는 한번 찾아볼 거 같은 메모를 죽 꽂아놓기에 안성맞춤. 내 방에도 붙여놓고 싶은데, 지저분할까봐 참는다. 저기 있는 코르크보드 상태는 내가 정리하느라고 엄청 깨끗해진 상태이다. 코르크보드 최고 상단 가운데에는 기형도의 우울증 걸릴 것만 같은 시 "질투는 나의 힘" 이 붙어 있다. 그 앞으로 보이는 최근 교체하여 준 흰색 컴퓨터 본체. 그리고 그 본체 위에 있는 샤파.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난 일하면서 연필을 애용했다. 컴퓨터 본체 옆에 보이는 플라스틱 검정 책꽂이는 원래는 자주 사용하는 클리어파일이랑 서류를 보관했다. 그 앞에 보이는 건 물 넣어뒀던 던킨도너츠 텀블러. 책꽂이 옆에는 엄청 편리한 미니 서랍. 미니 서랍 안에는 한 달에 한번 할까말까면서도 색조화장품(마스카라 아이섀도, 블러셔 등)을 잔뜩 넣어놨었고, 챕스틱이랑 하드렌즈 케이스 등을 보관했다.  미니서랍 위에는 아직도 정을 못 붙인 레드스타 화분. 화분 옆에는 생명과도 같았던 핸드크림. 난 비누로 손 씻는 걸 좋아하는데, 약한 체력으로 감기도 안걸리고, 눈병에도 잘 안걸리는 이유가 손을 자주 씻어서가 아닌가 싶다. 대신 손에 주름이 많다.;; 여기엔 안 찍혔지만, 회사에 핸드워시도 가져다 놨었다. 그리고 키보드 옆에는 마우스와 타이거 맥주 마크기 찍혀 있는 마우스패드랑 손목보호대. 난 오른손잡이인데도, 마우스를 왼쪽에 놓고 썼는데 왼쪽에 놓는게 빈자리가 많아서 배치하기 쉬웠던 것도 있지만, 오른손을 너무 많이 쓰니까 오른쪽 어깨만 너무 아파서, 일부러 왼쪽에 놓고 썼다. 왼손으로 마우스 하면서 오른손으로 글씨쓰기도 편했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보니까 사진 한장이면 다 들어가는 좁은 공간에서 참 오래도 뭉갰다는 생각이 든다.



 


관두기 3일전

일상 2010. 4. 7. 12:00
이제 금요일까지만 나오면 이 회사 생활은 끝이다.
이제 3일 되서 나 솔직히 일하기 싫어서 일 대충하다가 일이 커져서 다른 지점에서 이제 금방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후배들도 나때문에 욕 먹어서 눈치 주는 거 느껴지고. 그나저나 난 나름 후배들 신경써 줬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관두는 마당이지만 골치아픈 건 다 선배가 해결해라 하는 게 느껴져서 또 서럽다. 아흑. 아무래도 퇴사 바로 직전까지 일 해야 할 것 같지만 이제 이번 주면 영원히 안녕이니까 참는다.  

오늘 아침에 번뜩 블로그에 써야겠다 한 내용은 이게 아니고, 다른 내용이다.
지금 나 바로 위에 있는 남자 과장은 무슨 얘기만 하면, 남녀관계(육체적 정신적 관계 모두) 쪽으로 이야기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내가 평소 힘들어 하는 것도 애인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못풀어서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면서 결국에는 또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고 심지어는 새로 입사한 사람에게도 나를 지칭하며 쟤가 몇년째 남자친구도 없어서 주말에 뭐 할일도 없어서 저렇게 회사생활 오래 못하고 관둔다고 말하는 걸 엿들은 적도 있다.
더불어 유부남은 젊은 여자 좋아하면 안돼? 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회사에 있는 젊은 여자들 외모를 지가 뭔데 하나둘씩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난 내 위에 남자 과장이 열라 쪽팔리고 남자 망신 다 시키는 미친놈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어느 정도 대놓고 이야기 하는 편이었다. '젊은 여자가 또래 결혼 안한 남자 놔두고 유부남을 왜 좋아하는데요?' 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저 여자가 나한테 관심 있는 거 같다. 이런 식의 착각을 무지하게 할 때에는 '전혀 아닌데요. 착각인데요.' 라고 말하거나 나 정도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뭐 나처럼 느낀 여자가 한 둘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내가 너무 가기 싫어 빠진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했다고 부장한테 경고 먹었다는데, 회식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눈이 완전히 풀려선 만만한 여자 허리 감고 헤벌레 하고 있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딸만 둘이던데 그러고 싶나.  
여하튼 일 때문에 같이 차를 타면 또 어이상실한 소리를 계속 하는 통에 난 아예 대꾸를 안했는데, 내 후임으로 들어온 애(나보다 2살 어림) 한테도 어제 하루종일 그런 이야기를 한 거 같아서 내가 어제 그 과장이 이런 이런 이야기 하지 않았냐 라고 물어보니 후임이 사실을 실토하였다.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대꾸를 안할 수도 없고, 남자 과장은 계속 이야기 하고 지금 일하는 나랑 후배는 술을 싫어해서 퇴근 후에 술 마시자는 이야기를 못했는데 **씨는 가끔 맥주 한잔 들어가자는 등의 이야기를 하루 종일 했다는데 참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앞으로 이걸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는데 어떡하냐. 내 후임은 들어온지 이제 한 달도 안됐는데 쯧쯧. 그래서 내가 그런 거 참고 있는 건 미련한 행동이니까 다음에 또 그러면 지금 이러시는 거 내 입장에선 성희롱으로 밖에 생각 안되니까 그만하시라고 이야기 하라고 그랬다.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데에는 ㅅ차장이 있었는데 거기 일하던 계약직 여자들에게 지금 생각해보면 수위높은 성희롱을 여러 차례 행했다. 나중에는 내가 이걸 녹음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피해 다녔는데 어느 봄날 그 ㅅ차장이 자기가 가는 강남에 있는 룸살롱 사이트라면서 보여준 사이트에 있는 사진들이 정말 심했다. 충격을 받고 할 말을 잃은 체로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는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차장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앞으로  아까 같은 행동을 다시는 하지 말라. 기분 나쁘니까. 라고 말했더니 아니 뭐.. 이러면서 말을 막 얼버무리더니, 결국 얼굴 귀 까지 다 빨개져선 나랑 아예 눈도 못 마추쳤다. 그 뒤로는 그 ㅅ 차장이 나를 의도적으로 피하는게 느껴져서 으이구 저 병신.... 하면서 뭐 어떻게 보면 편히 회사생활 했다. (지가 알아서 피하니 얼마나 편한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성희롱 하는 인간들은 대놓그 그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지들도 쪽팔린 행동을 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면상에 대고 한 여자에게는 더이상 그런 행동을 안한다는 거다. 갑자기 옛날 생각하니까 화가 나서 지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