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인격자

일상 2010. 5. 10. 00:33
중학교 3학년 때 아직 순진하고 성장도 느려서 사춘기도 제대로 지나지 않았던 시절 나는 내가 이중인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 원래 이렇고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비겁한 것 아닌가? 하는 아주 중학생스러운 고민을 자주했다.
중학교 3학년 3월달에 인천으로 전학을 갔을 때 난 모든 게 다 어색하지만, 학교에 적응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인천과 대전은 정말 다른 도시 였기 때문에 다 어색했지만 대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면 불량학생이 될랑 말랑 했던 외줄타기도 완전히 관두고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고, 친한 애들도 다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모범생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가 일을 관두고 집에 가면 엄마가 문을 열어주시고 저녁밥도 차려주신게 마음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난 가끔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으면 집에서 애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난 내가 문 열고 들어가서 동생 병원 데리고 가고 학원 가고 관리비 내고 밥도 차려주고 했으니까. 난 언제나 키도 작고 언제나 촌스럽고 인기 없는 애였지만, 혼자서 많은 걸 알아서 잘해왔다.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난 교복입고 교실에 앉아 있을 때는 전학생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된 정말 친한 친구는 한명도 없는 애였지만, 그럭저럭 점심 밥 같이 먹을 친구,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앉아서 같이 말할 수 있는 친구, 숙제 배낄 친구 정도는 있는 그런 애였다.
하지만 한동안은 교복을 입고 현관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눈물을 뚝뚝 흘렸고 문을 따고 들어가서부터는 내방으로 바로 직행하여 침대에서 엉엉 소리내서 많이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우울증 초기 같은 증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근데 신기한 것은 학교가선 안그런척 잘 지내고, 또 집에와선 잘 울고.난 이중인격자인가? 난 왜그런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난 사실 집에가서 울어. 이런 이야기 할 주변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저런 생각을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위 사건의 결말은 엄마가 담임선생님한테 미영이가 집에와서 너무 운다고 말하는 바람에 난 교무실에가서 ㅎ 담임 선생님한테 왜 바보같이 울어요? 이런 이야기로 핀잔이나 듣고, 속으로 아... 난 집에서도 이제 맘편히 못 울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와선 그날부터 엄마가 없는 날에만 울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던 것 같다.
며칠전에는 집에 놀러온 친구랑 친구가 갑자기 "나 원래 이렇잖아." 라는 멘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난 정말 싫다고 대답했다. 원래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하는 건 난 원래 이러니까 니가 다 이해하라는 뜻인데 말이되냐고 나도 모르게 흥분을 했다. 어떻게 보면 원래 내 속마음과 겉으로 보여지는 행동이 완전히 다른 게 최소한의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으니까 겉과 속이 다르다고 무조건 넌 위선자 난 솔직해 하고 말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난 솔직하고 뒤끝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 못봤고, 그리고 난 뒤끝 쩔고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거 전혀 이해 못하겠다.
해야할일은 많은데 새벽 1시를 앞두고 무슨 뻘글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의  엄청난 악플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평소 때는 멀쩡하고 근엄하고 쿨한 척 쩌는 인간이겠지 라는 생각에서 생각이 이렇게 발전을 했네.  

예전과 다른 나.

일상 2009. 4. 30. 10:41
난 16살 때 더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딱 중3때 였는데 원래 어릴 때면 어서어서 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데 난 16살 때 지금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3때 살던 동네나 그때 당시 친구들 담임 선생님 교복 등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집은 중학교랑 참 가까웠는데 그런데도 난 맨날 지각을 했다. 학교 다니면서 최고 신기한 애들은 8시까지 학교 오는 건데 항상 7시 반쯤 학교 와 있는다는 애들이었다. 가끔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오면 항상 내가 보던 애들 바글바글 한 학교가 아니라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학교라 마음까지 안정되고 좋았지만, 난 때려 죽여도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체질을 타고나서.. 대학교 때도 지각은 밥 먹듯이 했고.
지금도 난 현재의 내 정신을 버티게 해주는 건 다 중3때 형성된 모든 것들이라 생각을 하는데 중3때 난 완전 야행성이었다. 크크 유치하게도 예술 하는 사람들의 야행성 체질을 본받고 싶어서 새벽 5시 6시에 자는 걸 좋아했더랬다. 난 성장기가 늦게 와서 그때 사춘기도 오고 성장기도 온 거 같은데 지금 맨날 장염에 시달리고 키가 우리엄마보다 작은 건 다 그때 야행성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되기도 하지만 맨날 그렇게 새벽에 혼자 영화보고 라디오 듣고 책 읽었던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 내 정신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아마 없었을 거다. 아. 그러면 매우 황폐했겠지.
중3때 그만 컸으면 생각해서 그런가 난 중3때부터 했던 취미나 읽었던 책 영화, 음악에 무지하게 집착하는 편이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랑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채널 돌려가며 3개씩 꼬박꼬박 들었다. 아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역시.
중3때 기억이 강렬했던 이유는 내가 살던 동네에 딱 중3만 다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마을버스의 종점일만큼 외진 동네고 후졌지만, 처음 전학와서 버티기 힘들었던 것 만큼 이 동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어제 2009년 들어 야심차게 구입한 다이어리를 펴 보았다. 1월만 열라 빡빡하다. 뒤에 노트에도 1월에 읽은 책 내용만 가득하고 1월 weekly만 빽빽하다. 일기도 안쓴다. 영화도 안본다. 라디오도 안듣는다. 아... 변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좀 슬펐다. 근데 난 이제 16살이 아니고 27살인걸. 처음에는 막 서글펐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근본은 같을거야. 하는 생각에 위로를 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근본은 같았을 거라고.
월요일에 쉬면서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던 음악들을 드디어 바꿨다. 멜론은 진짜 진짜 좋은 거 같다. 물론 1년치 돈을 다 내려면 돈이 만만치 않긴 한데 너무 편한거다. 진짜로.
우타다 히카루 새로 나온 앨범을 다운 받았는데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가 최고 좋다. 이 곡 원래 ryuichi sakamoto 곡인데 저번에 마사지 받으로 동대문 갔을때 두타 지하에서 이 곡 듣고 누구곡인가 완전 궁금했는데 우연히 찾았다. 이 곡 말고 다른 곡은 안들어도 되겠더라. 우타다 히카루 내가 알기론 나랑 동갑인데 저음이 아주 괜찮다. 그냥 미국에서 그만 망신당하고 일본와서 다시 일본에서 음반내지. 미국가서 만든 노래는 죄다 별로다. 내가 뭐 우타다 히카루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sakura drops 나 travelling 은 mp3 산 이후로 한 번도 플레이어리스트에서 지워본 적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며칠 전 서부터 블로그에 뭐 하고 싶다 뭐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엄청 많았는데 이런 생각 날 쯤이면 블로그 관둬야 하는건가. (쌩뚱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