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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

단문 2018. 7. 10. 15:49

  늙은 나이에 결혼을 하여 출산을 해야 하는 것이 걱정되어 지난 금요일에 종합검진을 했다. 종합검진 중에 갑상선에 1.3cm 정도 되는 크기의 결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모양이 암으로 의심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제 엄마 퇴원하는 김에 암센터에 초음파 CD 를 맡기고 16일에 조직검사 예약을 하고 왔다.

  23일에 결과가 나온다는데, 아마도 그때까지는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작년 이맘 때쯤 이런 결과를 들었다면 난 오히려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만약 내가 암이라면 어차피 남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면 결혼 못하는 나를 대하는 아빠의 빈정거림, 엄마의 다그침을 더이상 안보고 들어도 됐을테니 말이다.

  양성일 경우가 훨씬 많다지만, 요즘 들어 지나치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은 남자친구에게 아직 청첩장도 안돌렸고 집도 안 구했고, 아마도 식장 대관료도 돌려주는 기간이니 나와 함께할지 아닐지 정하라고 해야겠지. 그리고 난 작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거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영영 결혼할 계획도 없는 그런 나로. 아마도 종종 우울해질 것 같고, 작년에 매일같이 하던 생각, 그러니까 언제가 됐든 엄마가 돌아가시면 그땐 나도 세상을 등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근근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 것이다.

  정말로 그랬다. 작년의 나는 언제라도 내 목숨 내가 끊을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만약 최악이라면... 최악이라면 그냥 원래 살던대로 살면 되고 짧은 기간동안 즐거웠던 기억에 의존해서 어찌어찌 살 수 있을 수도 있지. 작년에는 누군가를 죽도록 좋아했던 기억도 없던 상태였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친구는 오늘 당장 조직검사하고 결과 나오는데로 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고 하지만, 그냥 일단은 암센터 스케줄에 맞추기로 했다.

  23일에 이 일기를 웃으며 읽게 될지, 펑펑 울면서 울게 될지. 하늘에 맡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