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인선



집 앞에 전철역이 생겼다. 우리집 역사상 전철과 이렇게 가깝게 살아본 적은 없었다. 아직 역주변 정리가 끝나진 않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내부는 깨끗하다.

안산, 시흥 가기 좋아진거라 나와 큰 관계가 없다는 게 좀 슬프다.

일요일에 AS 맡긴 부츠 찾으러 갈 때 수인선 체험도 할 겸 한번 타고 가봤는데, 버스 타면 넉넉잡아 30분 잡아야 하는 인하대가 한 정거장 밖에 안되고, 시내버스로 가려면 배차간격이 너무나도 긴 버스를 타야했던 송도도 정말 가까워졌다. 

우리집에서 원인재역까지 가며 창 밖을 보았는데, 도저히 2016년의 풍경이라 볼 수 없는 후진 풍경이 내내 나왔다. 다시한번, 그래 인천이 이런 곳이었지 하는 생각을 했다. 뭐 그런 동네까지 전철이 다니게 된 거니 좋다면 좋은거다.

아, 그런데 원인재역은 인천같지 않았다. 인천같지 않다는 건 후지지 않고 좋다는 뜻이다.


2. 승리

호들갑 떠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는 관심이 갔다. 일요일에 이세돌이 승리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솔직히 세번 다 졌을 때 다섯번 다 질 줄 알았는데, 그런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다니..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걸 직접 보여준 이세돌 구단, 정말 멋졌다.

괜히 세계 최강 자리를 오래 지킨 게 아닌 것 같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이세돌 구단의 몸매와 비율이 옷발 참 잘 받을 것 같은데 너무나도 펄럭거리는 양복을 입은 모습이 전세계로 생중계되었다는 점.


3. 마른 손

제일 친한 친구와 나는 정말 상극의 남자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번에 이세돌 구단 보면서 다시한번 깨달은 건, 난 흔히 어른들이 듬직하다고 표현하는 몸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친구는 약간 나온 뱃살에 평균 몸무게보다 살짝 더 나가면서 키가 큰, 전형적으로 듬직한 남자를 좋아하고, 나는 그와 정반대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제까지 좋아했던 남자들을 돌이켜봐도 대부분 마른 편이었고, 손과 손목이 가늘고 긴 편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바둑을 하나도 볼 줄 모르는데도 이세돌 구단의 손과 얇은 손목을 몇 시간 내내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것이다. 이세돌 부인 부럽다.


4. 티어가르텐

독일을 다녀와서 의외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베를린에 있던 티어가르텐 이라는 공원이다. 런던에서 갔던 유명한 공원들보다 백배는 좋았다. 나무가 엄청나게 크고, 조용하고, 가로등 모양이 고전적이어서 예쁘다.

만약 베를린에 다시 한번 갈 수 있다면 티어가르텐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며 음악을 듣고 싶다.

그런데 티어가르텐 안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난 험한 일을 겪었다.

시내로 가는 길에 장이 요동쳐서 하는 수 없이 그 화장실에 뛰어 들어갔는데 쥐가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나도 긴박하고 진땀나는 상황이라 난 죽은 쥐가 있던 그 칸에서 일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흑흑.

어딘가에 깨끗한 유료 화장실이 있었겠지만 찾을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때는 죽은 쥐 따위 아무 문제도 아니긴 했지....)

내가 이런 일을 겪고도 티어가르텐이 그리운 걸 보면 베를린의 티어가르텐이 얼마나 좋은 공원인지 알 수 있다.


5. 결산

생전 처음해보는 년 회계 결산이 끝났다. 뭐, 회계사사무실에서 거의 알아서 한다지만 좀 힘들었다. 어쨌든 하나만 끝나면 재무제표도 끝날 것이다. 큰 일 하나 끝낸 것 같아서 후련하다.


6. 문제적 남자

일요일 밤마다 문제적 남자를 보며 월요일이 다가와서 우울한 마음을 위로한다. 내가 문제적 남자를 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하석진. 이장원도 매력있지만, 하석진 외모 너무 훌륭하시다. 못푸는 문제만 주구장창 나오는데도 오로지 하석진 하나로 기분 좋게 잠드는 일요일 밤.


일사천리

일상 2015. 8. 16. 18:55

내일부터 성수역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 대학교에 근무하기 시작한게 7월 21일인데 정확히 4주만에 그만두고 다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고 잊고 있었는데, 어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직접 가서 보니 괜찮은 회사인 것 같고, 또 정규직이고 다만 우리집에서 너무 멀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회사이니... 결국 가기로 했다.

하고 있었던 학교 일은 무조건 계약직이고, 입사를 제의한 회사는 무조건 정규직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로서 한동안 내 길이라 생각했던 대학원 입학도 없던 일이 되었다. 대학원에 붙긴 붙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교수님께 그만둔다고 말하기가 죄송해서 잠을 한 이틀 설치고 살도 빠졌다. 하지만, 교수님들도 날 잡을 순 없었다. 학교는 2년 뒤에 무조건 짤리니 말이다.

나와 같이 면접을 봤었던 사람 한명을 다시 불러서 앉혀놨고, 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인수인계 해줬다. 교수님이 다시 모집공고내서 사람 모집한다고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보통 다른 과 교수님들은 내가 맘에 드는 애 뽑는다고 시간 끌어서 전임자가 속타고 힘들고 그런다고 하든데... 난 하루만에 그만둔다고 말하고 사람 뽑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나와 같이 일하던 교수님 별명이 "엔젤" 인데 왜 별명이 엔젤 인지 알 수 있었다. 공부도 최고로 잘하시고, 직업도 교수고, 인간성도 최고 좋고 대체 그 교수님께 부족한 게 뭘까.  

새로 오는 아이는 오자마자 시간표도 바꿔야 하고 수강신청도 해야되서 힘들것 같지만 의욕있고 똘똘해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걔도 일자리가 급했는데 일자리를 갖게 되서 잘됐고 나는 인수인계 제대로 시켜서 사람을 앉혀놓고 가니 마음이 편하고 누이좋고 매부좋았다.

7월 21일부터 8월 13일까지 제일 더웠던 시기에 모교 사무실에서 혼자 시원히 잘 보냈다. 집에 있었다면 그렇게 시원히 있을 수 없었을 거다. 낮에는 혼자 라디오 듣고 음악도 들었으니 피서를 갔어도 그보다 좋을 순 없었을 거다.

정확한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알 수 없어서 독립을 하기도 뭐하고, 처음부터 지각하면 안되니 일단은 전철을 타야 하는데 7시에 집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잘 할 수 있겠지?

 

어제는 수술한 친구 병문안 때문에 아산병원에 갔는데, 정말 크긴 무지하게 컸다. 환자가 엄청나게 많고 친구도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나같으면 내 친구처럼 온화하게 친구 맞아주지 못했을 것 같은데 친구는 참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존경스러웠다.

 

나는 아마도 내일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면서 전철에 탈 것이다. 몇 년전에 충무로로 회사 다니면서 신도림에서 내리는 사람들 보면서 정말 딱하다 생각했는데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역시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나보다.  


민망한 꿈

일상 2010. 3. 10. 12:31
언제부턴가 3월에 눈이 오는게 당연시 되어버렸다.
눈이 많이 왔길래 오늘도 지각이구나 했는데 역시 15분 가량 지각을 했다.
대방역에서 갈아타느라 전철에서 내렸는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때문에 불편한 건 불편한 거지만, 눈 내리는 모습이 진짜 이뻐서 새삼 감탄했다.
올해는 눈만 왔다하면 전철이 연착되는데 동인천역에서 타는 용산행 직통은 5분만 연착되어도 미어 터지는데 오늘은 거의 10분가량이 연착되다보니 엄청 미어터졌다. 그런데 뭐 저번 1월 달 교통대란을 맨몸으로 버틴 나에게는 하찮을 뿐. 으흐. (고수의 여유)
그런데 오늘 전철에서 좀 황당한 일이 있었다. 출발역에서 전철을 탄 나는 무사히 앉아서 모자쓰고 눈감고 자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나한테 묻지도 않고 엄청 큰 자신의 가방을 내 다리위에 척 하니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선 그 큰 가방에서 여러가지 화장품을 찾으면서 비비크림 바르고 파우더 바르고 아이섀도 바르고 뷰러로 속눈썹 올리고 이 모든 과정을 계속 하시는거다. 그 사람 많은 가운데서 그것도 서서. 나한테 올려놔도 되겠냐 물어봤으면 싫은데요. 하지도 않았을 거 같은데.
서서 화장 하시는 건 그렇다 쳐도 아니 조용하게 앉아 있는 사람 무릎에 쌀포대만한 가방 내려놓으시는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물론 사람이 엄청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쳐도 최소한 양해는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묵묵히 그 아줌마 가방을 무릎위에 올려놓은 채로 구로까지 왔다.(그 아줌마가 구로에서 내림) 그렇다. 내 성격이 이 모양이니 그 아줌마도 그걸 알아보고 그러셨겠지.
난 이른 시각에 전철을 타다보니 전철 안에서 화장 하는 여자들 모습을 자주 보는데, 보통은 그걸 굉장한 비매너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 화장하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쳐도 아침의 10분은 엄청난거다. 오늘 본 아줌마처럼 다른 사람 무릎위에 가방 올려놓고 화장 하는 거 아니면, 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고싶지 않다. 내가 전철 안에서 화장을 못하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한테 비매너라고 생각해서 안하는게 아니고, 화장을 하다보면 왠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난 그냥 회사와서 화장한다. 화장이라고 해봤자 비비크림만 바르는 정도지만.

어제는 전에 여기에도 썼던 유일한 남자 회사 동기랑 서울역까지 같이 갔다. 그 분은 수원이고 난 인천이니까. 전철안에서 그 분이 올해 두산 베어스 시즌권을 샀는데 바뀐 마스코트 때문에 카드가 다시 왔다. 두산 베어스 이번 캐릭터 프랑켄슈타인의 곰 버전이다. 구리다.  우리회사 진짜 어이 없는 회사다. 다 일러 바쳐 버릴거다.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별 일 없이 헤어졌는데 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그날 밤에 그 분이랑 키스하는 꿈을 꿨다. 이게 뭡니까.헐.
어쨌든 내가 평소 때 겉모습이 베트남 사람 같아서 베트콩이라고 혼자 별명까지 지어놨는데. (실제로 회사 처음 입사한 사람은 저쪽 동남아쪽에서 와서 취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말 해서 엄청 놀랐다고) 아침에 출근해서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짜증나 있는 상탠데 뭐 필요한 게 있다며, 나 있는 곳으로 오셨는데 왠지 죄책감이 느껴졌다.
뭐 나 혼자만 아는 문제 가지고 부끄러워할 필요까진 없는 거지만,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느낌이 생생했다. 아. 나 미쳤나?

1. 반복 훈련의 효과.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전화가 오면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고 평소때와는 다른 멘트로 전화를 받는다. 전화오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어쩔 땐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에 이미 전화기에 손이 가있고  저는 누구누구 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거다. 이제 금방도 그랬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할 때도 난 어떻게 가면 가까운 지 알고 내 몸은 본능적으로 어느 새 그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우리집에서 동인천 역으로 가는 경로는 2개인데 어떤 경로가 몇 분 정도 더 빠른지, 이 순간 신호등에 걸리면 다음 신호등에 걸리는지 안걸리는지, 이로 인해 나는 9분 직통을 탈 수 있는지 아니면 16분 직통을 타야 하는지, 버스를 타러 오면서 고개를 들어 신호등을 보고 저쪽 신호등이 켜졌으니 이 다음은 이 신호등 그러니깐 난 여기서부터 뛰어야 한다. 는 것 까지 이젠 다 알게 되었다.
2개의 경로 중 내가 선호하는 경로로 동인천역에 도착했을 경우 4-3칸에 타야 대방역에서 갈아 탈 때 바로 계단과 연결되고 대방역에서 1호선을 탈 때는 10-4칸을 타야 서울역에서 바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지만 10-4 칸은 정말 바쁘지 않음 안타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안다. (종점인 용산역에서 안갈아타고 대방역에서 갈아타는 이유는 대방역 환승로가 훨씬 가깝기 때문에) 정말 바쁘면 종종 타지만 그 칸에 탔다가는 단 4정거장만에 힘이 다 빠져버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방역에서부터 10-4번 문 앞은 단 한사람도 못탈 듯 미어터지는데 아무리 미어터져도 용산역에서 기다리던 15명 남짓한 사람 모두 무사히 그 10-4번 칸에 탄다는 것. 항상 그렇다. 그럴 때 마다 난 한국인의 저력을 느낀다. 위대한 한국인들.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출근시간 지하철 안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서울역에서 4호선을 탈 때는 6-3번 칸 까지 가야 충무로역에서 바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는데, 정말 늦지 않았으면 내가 서울역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내려가고 있는데 당고개행 전철문이 열렸다 하더라도 전혀 서두를 것이 없다. 그 시간대 당고개행 전철의 배차간격은 거의 3분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퇴근길에는 정확하게 이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전에는 집에 지각한다고 시말서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러 열심히 걷냐 싶어서 환승도 느릿느릿 하고 용산역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그냥 서있지 안 걸어올라왔다. 하지만 그렇게 느릿느릿 하다가 직통 한개를 그냥 놓쳐버렸을 경우 굉장히 열 받는단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무조건 환승할 때도 빠르게, 그 경사 심한 용산역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막 뛰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은 전혀 관심없을 이런 것들에 쓰는 이유는 갑자기 내가 단 몇개월 위에 것들을 반복한 것으로 지금의 나는 거의 단 한번의 오차도 없이 저 모든 것을 매일 해내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또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생활해야 별 탈없이 일주일이 지나간다는 것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그렇다. 일부러 다르게 행동해볼테야! 라고 동인천역에서 직통탈 때 1-1칸에 타는 등의 일상에 대한 소심한 반항을 해봤자 고달픈 건 어차피 나 니까.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는 것 처럼 판에 박힌 변명도 없지만.

2. 전철 탈 때 선호하는 옆 사람의 유형.
난 용산-동인천 급행을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가기 때문에 항상 앉고, 항상 어떻게든 자서 조금이나마 내 피로를 해소하려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급행을 탈 때 옆에 앉는 사람은 나에게 무지하게 중요하다. 옆 사람을 제대로 못 만나면 그 아까운 40분 내내 잠도 못자고 짜증만 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옆 사람은 메트로, 포커스 같은 공짜로 주는 신문을 읽지 않고, 이어폰 음악 소리 크지 않고, 팔장끼고 전철에 앉자마자 자려고 워밍업하고 있는 여자다. 그 이유는 신문을 보는 사람은 보통 신문을 넘기면서 자꾸 내 옆구리를 건드리고, 이어폰 음악소리가 크면 좋지도 않은 노래를 옆에 사람이랑 같이 들어야 하고, 팔장을 끼고 자려고 하는 사람은 어찌되었든 나와 목적이 같은 동지같은 사람이고, 남자는 덩치가 여자보다 커서 가만히 있어도 신체가 접하기 때문에 자는데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 자는데 방해안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옆 사람 자는데 방해를 전혀 안하느냐. 그건 아니다. 근데 내가 방해할 때는 이미 내 몸의 상태가 내 의지를 벗어났을 경우다. 즉, 내가 자느라고 고개가 나도 모르게 옆사람의 구역을 계속 침범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문 바로 옆에 자리, 그러니까 머리를 벽에 기댈 수 있는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이럴 때 잘못 자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 채로 잠을 자는데 예전에 된장녀 같은 시리즈가 유행할 때 처럼 별명을 지어보자면 입벌녀 정도 될까? 흐흐. 가끔 날 보면서 흉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별로 신경 안 쓴다. 걔네들이 내 이름 아는 것도 아니고 다시 만날 사람들도 아니니까. 일단! 나에게는 이런들 저런들 자는게 남는 거니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은 이러다가 좀만 더 가면 침까지 흘리는 거 아닌가 하는 거다. 아무리 낯짝 두꺼운 나지만 침까지 흘리는 건 좀 아니지 싶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침 흘리며 잔 적은 없다.

3. 난 저러지 말아야지.
이 포스팅을 처음 시작한 건 어제였고 난 원래 이 말은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써야겠다. 우리 회사에도 꼴보기 싫은 루꼴라(키드님 블로그에서 차용했습니다)가 있다. 제발 성숙해라. 루꼴라여. 물론 나도 하나도 잘난 거 없는 사람이고 누가 날 옆에서 본다면 욕먹을만한 짓만 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우리회사 루꼴라는 너무 심하다. 그 루꼴라는 가까운 부서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다혈질인데, 뭐 저번에 어떤 사람 말로는 아마 우리회사에서 제일 구린 사람 중 하나. 랜다. 불행히도 그 루꼴라와 나는 일을 같이 한다.(불쌍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처음 한 3개월 간은 심각하게 다른 이유 하나도 없이 순전히 루꼴라 때문에 회사 관두려고 했다. 근데 3개월 지나니 이젠 이 월급이 없음 생활이 안될 것 같아서 참고 정을 붙여보려고 했다. 지금은 뭐 포기단계다. 왜냐면 대화가 안되는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에. 루꼴라 때문에 회사를 관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만 총 8명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나만 저 인간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루꼴라는 시도 때도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ㅆㅂ 이라는 두글자로 된 욕을 한다. 아... 나도 나름 귀하게 컸는데 저런 욕 들으면서 돈 벌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뭐 더 심할 땐 ㄱㅅㄲ, ㅁㅊㄴ 등 욕도 하고, 그냥 아주 평온한 상태에서는 말 끝마다 씨~ 라는 말을 달고산다. 이제금방도 저런다. 그 입 제발 닥쳐라.
아까 오전에 아주 인텔리젼트 한 모 부장님이 루꼴라한테 왔는데 그 부장님이 루꼴라를 다그치면서 우리한테 원래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같은 말을 쓰게 되는데 너희들은(우릴 보면서) 꼭 이사람 말투 배우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리고 넌(루꼴라를 가르치며) 여기 책상위에 있는 약 (약 봉투를 집어들고) 먹고 정신이나 차려. 라고 말하고 가시는 거다. 그 부장님은 오늘부터 2008년 들어 최고 멋있는 남자 1위다.
루꼴라의 황당한 행동을 열거하자면 아예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어서 하루에 하나씩 써도 365일이 모자를 정도이니 이쯤 해야겠다. 내가 루꼴라를 보면서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나는 저러지 말자. 제발' 이다. 그런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들을 다 실천하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끔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흠칫 놀란다. 앞으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것에  대해서는 정말 저러지 말아야겠다. 많이 힘들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눈에 루꼴라 처럼 보이면 당장 충무로역에서 투신자살 해버릴테다.

4. 강력한 마취주사.
난 화요일에 치과에서 마취주사 3방을 맞았다. 치과 점심시간이 1시부터 2시라고 해서 나는 12시에 예약을 했는데 때문에 밥을 못 먹은 상태였다. 상태를 봐선 마취가 당분간은 안 풀릴 것 같고 점심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 마취주사가 내 위를 마취시킨 건 아니기 때문에 배는 무지하게 고프고 해서 마비된 왼쪽 대신 오른쪽으로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런데 마취가 너무 강력해서인지 씹기가 매우 힘들었다. 고달픈 점심을 다 먹고 휴지로 입을 닦는데 피가 묻는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응? 이거 왠 피야? 이러고선 거울을 봤다. 그런데 왼쪽 아랫입술과 윗입술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내가 추리해본 바로는 내가 오른쪽으로 씹는다고 씹었지만, 습관적으로 난 왼쪽으로도 씹었고 씹는 과정에서 난 입술을 아주 힘껏! 깨물었다. 그러나 나는 마취가 안 풀린 상태라 그것도 모르고 그냥 계속 샌드위치를 먹은 거였다. 상태를 봐서는 한번 깨문 것도 아니고 아주 여러 번은 깨물은 것 같았다. 그 상태로 샌드위치 먹었을 광경을 생각해보니 피는 철철 나는데 나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고있는 매우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그려졌다. 시간이 좀 지나자 이제 피는 철철 안났지만 계속 조금씩 피가 났는데 오후 4시 반 경 되서야 마취가 풀리면서 그때서야 나는 입술에서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때문에 그 이후로 나는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다행히 붓기는 가라앉았다. 아. 밥먹기 불편하다.

5. 성인 게시판.
내가 사랑하는 한 게시판이 있다. 22살인가부터 가입했던 싸이월드 클럽 익명 게시판인데.. 비밀클럽이고 나잇대가 다 내 나잇대고 무엇보다 웃기다. 가입원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남자도 몇 있긴 하지만 100% 중 한 10% 정도? 내가 요즘 블로그질이 좀 뜸했던 이유 중 거기 익게 읽느라. 도 있다. 심각한 얘기서부터 웃긴 것 까지 많은데 요즘 내가 최고로 웃기게 봤던 게시물은 바로 이거다. (댓글부분은 확대하여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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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했던 사무실에서 풋. 하고 웃어버렸다. 저 게시물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이 애인이 없고, (그렇다고 애인 없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만든 클럽은 아니다) 또 대부분이 루저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익게에 여기 클럽 여자들은 성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느껴진다. 참 걱정이다. 우리 19세 이상 게시판을 만드는 건 어떠냐? 이런 제안을 올려놓은 거다. 난 이거 보면서 참나. 오지랖도 참 넓으셔. 라고 비웃었다. 아니 그래서 자기가 성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알려주겠다고? 어이쿠~남자 구성애 나셨네. (구성애님 죄송합니다. 저 구성애님 좋아합니다)  
난 그냥 저 남자가 좀 변태같다. 성인 게시판은 도처에 널렸다. 그런데 왜 굳이 여기 클럽에까지 성인 게시판을 만들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남자도 그런 얘기 할 게시판도 많을텐데.. 흠.. 내 머리론 이해가 안된다. 난 왠지 그 게시판 반댈세.

6. 모르는 전화번호.
요즘에는 대출받으라는 전화도 핸드폰 번호로 온다. 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끊고, 나중에 부재 중 전화가 있길래 전화해보면 다 대출 전화. 평소에 하루종일 문자 하나 안오는 날도 허다한 (자랑이냐) 나는 처음에는 그런 부재 중 전화가 있으면 전화를 해봤다. 몇 번이나 그런 시도를 했다가 이제는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도. 응. 그래 대출? 이러고 만다. 조금 오래 되었지만, 저번에도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 있었다. 근데 그 번호로 두번이나 부재중전화가 온 것이 아닌가. 흠... 2번이나 똑같은 번호로 대출 전화가 오진 않던데. 싶어서 다시 전화를 해봤다. 엇. 컬러링이 들리잖아. 대출받으란 전화가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드니까 괜시리 가슴이 두근 두근 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뒷자리 4자리가 내가 알던 번호랑 조합 딱 한번만 달랐던 것이다. (가령 원래가 1234 면 1324 로) 2번이나 전화를 해봤으나 끝내 전화를 안 받았다. 난 그때는 그냥 그래 뭐 잘못 전화했나보다. 하고 말았다. 근데 우울했던 어느날 밤 나는 통화목록을 검색하여 그 전화번호를 끝내 찾아냈다. 골똘히 그 전화번호를 바라봤다. 누굴까? .. 도대체 누굴까... 혹시? 너? 이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나 그 번호 하도 되내여서 외워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했든, 내가 지금 생각하는 사람이 전화했든, 아니면 전혀 상상치도 못한 사람이 전화했든 달라지는 게 무어냐. 얼마나 생활이 무미건조하면 이따위일에 마음이 동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궁금한 게 내가 그렇게 힘들었던 것의 100분의 1정도라도 그 사람은 힘들었을까? 아쉬운 건 좀 있었어도 힘든 건 별로 없었겠지.란 생각이 드는데.. 참나. 아직도 이모양 이꼴이니. 질기다 질겨.

+1. 병주고 약주기.
원래 6번까지만 쓰고 말려고 했는데 저 6번 이야기가 너무 우울한 관계로 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하나더 써놔야겠다. 이것은 욕먹을 각오로 쓴다. 금요일에 휴가를 친구와 보내고 토요일은 집에서, 일요일 역시 집에서 그냥 인터넷이나 하고 있을 때였다. 나보고 살빼라고 말했던 분이 자기 기숙사 복귀하기 전에 저녁이나 먹잰다. 비도 오고 날도 춥고 나가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토요일 일요일 내내 집에 있기 싫어서 나갔다. 사람이 많았다.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데 난 원래 하던데로 후드자켓에 붙어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묵묵히 걸어가는데 이럴 땐 보통 팔짱끼지 않냐? 이러길래. 어 그래? 그러고선 그냥 뭐 까짓것. 하고 팔짱을 꼈다.
저녁먹고 차를 마시는데 또 아니 살빼라고 해놓고 왜 또 좋다고 그래? 흥?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데 우리 미영이는 거의 요정이지 요정. 이러는거다. 살빼라는 얘기도 요정 이라는 말도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얘기니 상쇄하여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보고 요정이래. 왠일이야. 푸하하하핫. 진짜 웃기다. 아니 웃긴 것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병주고 약주는 건 안좋은 것이지만, 난 병주는 것 보단 약주는 것의 효과가 훨씬 커서 항상 잘 넘어간다. 귀가 얇아서 칭찬하면 진짜인 줄 알고 좋다고 또. 이런 지조 없는 성격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