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인선



집 앞에 전철역이 생겼다. 우리집 역사상 전철과 이렇게 가깝게 살아본 적은 없었다. 아직 역주변 정리가 끝나진 않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내부는 깨끗하다.

안산, 시흥 가기 좋아진거라 나와 큰 관계가 없다는 게 좀 슬프다.

일요일에 AS 맡긴 부츠 찾으러 갈 때 수인선 체험도 할 겸 한번 타고 가봤는데, 버스 타면 넉넉잡아 30분 잡아야 하는 인하대가 한 정거장 밖에 안되고, 시내버스로 가려면 배차간격이 너무나도 긴 버스를 타야했던 송도도 정말 가까워졌다. 

우리집에서 원인재역까지 가며 창 밖을 보았는데, 도저히 2016년의 풍경이라 볼 수 없는 후진 풍경이 내내 나왔다. 다시한번, 그래 인천이 이런 곳이었지 하는 생각을 했다. 뭐 그런 동네까지 전철이 다니게 된 거니 좋다면 좋은거다.

아, 그런데 원인재역은 인천같지 않았다. 인천같지 않다는 건 후지지 않고 좋다는 뜻이다.


2. 승리

호들갑 떠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기는 관심이 갔다. 일요일에 이세돌이 승리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솔직히 세번 다 졌을 때 다섯번 다 질 줄 알았는데, 그런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다니..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걸 직접 보여준 이세돌 구단, 정말 멋졌다.

괜히 세계 최강 자리를 오래 지킨 게 아닌 것 같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이세돌 구단의 몸매와 비율이 옷발 참 잘 받을 것 같은데 너무나도 펄럭거리는 양복을 입은 모습이 전세계로 생중계되었다는 점.


3. 마른 손

제일 친한 친구와 나는 정말 상극의 남자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번에 이세돌 구단 보면서 다시한번 깨달은 건, 난 흔히 어른들이 듬직하다고 표현하는 몸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친구는 약간 나온 뱃살에 평균 몸무게보다 살짝 더 나가면서 키가 큰, 전형적으로 듬직한 남자를 좋아하고, 나는 그와 정반대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제까지 좋아했던 남자들을 돌이켜봐도 대부분 마른 편이었고, 손과 손목이 가늘고 긴 편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바둑을 하나도 볼 줄 모르는데도 이세돌 구단의 손과 얇은 손목을 몇 시간 내내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것이다. 이세돌 부인 부럽다.


4. 티어가르텐

독일을 다녀와서 의외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베를린에 있던 티어가르텐 이라는 공원이다. 런던에서 갔던 유명한 공원들보다 백배는 좋았다. 나무가 엄청나게 크고, 조용하고, 가로등 모양이 고전적이어서 예쁘다.

만약 베를린에 다시 한번 갈 수 있다면 티어가르텐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며 음악을 듣고 싶다.

그런데 티어가르텐 안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난 험한 일을 겪었다.

시내로 가는 길에 장이 요동쳐서 하는 수 없이 그 화장실에 뛰어 들어갔는데 쥐가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나도 긴박하고 진땀나는 상황이라 난 죽은 쥐가 있던 그 칸에서 일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흑흑.

어딘가에 깨끗한 유료 화장실이 있었겠지만 찾을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때는 죽은 쥐 따위 아무 문제도 아니긴 했지....)

내가 이런 일을 겪고도 티어가르텐이 그리운 걸 보면 베를린의 티어가르텐이 얼마나 좋은 공원인지 알 수 있다.


5. 결산

생전 처음해보는 년 회계 결산이 끝났다. 뭐, 회계사사무실에서 거의 알아서 한다지만 좀 힘들었다. 어쨌든 하나만 끝나면 재무제표도 끝날 것이다. 큰 일 하나 끝낸 것 같아서 후련하다.


6. 문제적 남자

일요일 밤마다 문제적 남자를 보며 월요일이 다가와서 우울한 마음을 위로한다. 내가 문제적 남자를 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하석진. 이장원도 매력있지만, 하석진 외모 너무 훌륭하시다. 못푸는 문제만 주구장창 나오는데도 오로지 하석진 하나로 기분 좋게 잠드는 일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