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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6 장례식장 다녀오는 길

  지난 금요일에 이종사촌 언니의 남편이 돌아가셨다. 고등학생 때 잠깐 같이 살기도 했던 언니라 각별했던 언니다. 공부를 너무 잘했고, 최고의 대학 의예과를 졸업하고, 역시 최고 좋은 병원의 의사면서도 절대 잘난 척 한 적 없고 수수하고 소탈한 언니였다.

  언니가 결혼할 남자라고 가족들에게 그 분을 소개했던 날이 기억난다. 그 둘은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알콩달콩 빙그레 웃고 있었고, 늦게라도 인연을 만나 시집가는 언니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작은 교회에서 올린 결혼식때 풍기던 향기로운 꽃향기와 행복해 보이는 신부와 신랑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그때 행복한 남편이었던 분이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도 이게 진짜인가 싶었다. 가서 막상 언니 얼굴을 보니 눈물이 났다. 큰 병을 얻으면 주변인들이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그 죽음이 닥쳤을 때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겨우 맘을 추스르고 다른 친척들과 이야기를 하는 중에, 대체 주님 뜻이 뭘까.... 정말 이번에는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다 다른 언니가 지금 이 슬픔알고 위로할 수 있는 건 주님 뿐 이다.. 사람 힘으로 안된다고 말하는데 또 한번 눈물이 났다.

  사람이 미칠 듯 외롭고 힘들고 우울할 때는 살아 있는 것들한테는 위로를 구할 수 없는 것 같다.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약이겠지. 언니에게 "언니는 극복할 수 있어.. 이겨낼 수 있어.." 라고 말했지만, 언니가 다시 희미하게나마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일요일에 남자친구도 만나고 어제부터 출근도 하고 친구와 얘기도 하며 가끔 웃는 나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언니가 너무 안됐다. 정말 착하고 똑똑한 언니가 너무... 너무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