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친구한테 메모리카드를 통째로 받은 탓에 이번 큐슈 여행은 꽤나 풍요로운 사진들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하. - 근데 나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은 심할 듯 함.

난 휴가를 8월 12일 부터 냈다. 여행 다녀와서 이틀 쉬는 게 더 좋았겠지만 친구가 12일은 도저히 안된다고 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이게 나았다.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 12일 하루동안 어디어디 갈지도 정하고, 짐도 챙기고.
아침 8시 비행기라 빨리 자려고 했는데 여행 준비 때문에 그렇질 못했다. 여행 때문인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흥분하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난 뜬 눈으로 새벽 2시까지 버티다가 잠이 잠깐 들었는데 새벽에 무지막지한 천둥소리 때문에 다시 깼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큰 천둥소리는 처음이었다. 우리집 바로 앞에서 천둥이 친건지 거짓말 안하고 우리집 베란다 창문이 흔들리고 바닥에 까지 진동이 오는데 말 그대로 자연의 힘이었다. 아아 무력한 인간이여~~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는 3시간 자고 공항으로 출발.
아빠가 공항까지 태워다 주셨는데 출발하는 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와도 비행기가 못뜨는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생각해보니 안개 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들었어도 비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못 들었으니까..
최고 성수기에 여행을 예약하여 그런지 최고 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결국 면세점 쇼핑은 이번에도 많이 못했다. 지금 큐슈 여행 찾아보니 내가 갔을 때 보다 가격이 한 15만원 가량 저렴하구나.아 제길.
난 면세점은 24시간 풀가동인 줄 알았는데 이날 보니 그건 아니었다. 7시부터 문을 여는 모양이었다. 나는 여행 때 들고 다닐 뒤로 매는 가방을 하나 구입했는데 시중보다 많이 저렴하게 싸서 기분이 좋아졌다. (크흑 남들은 여행가면 면세점서 쇼핑 많이 하던데 난 오사카 여행때도 이번에도 딸랑 하나씩)

012

기내식 다 먹을만하니 내릴 때가 되어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한시간 십분정도 소요) 후쿠오카공항은 국내 터미널과 국제 터미널이 나누어져 있는데 국제 터미널은 매우 한산했고, 무료셔틀버스 타고 국내 터미널 가니 복작복작했다. 우리가 갔던 시기가 딱 일본에서도 오봉휴가 시즌이고, 큐슈가 일본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라고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저번 오사카 때와는 달리 한국여행객보다 일본 가족단위 여행객이 더 많아 보였다.

01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내리는 순간 공기가 다르다고 느꼈다. (사실은 그냥 다른 나라 왔다는 거 실감하고 싶어서 공기가 다르다고 나혼자 세뇌시킴) 첫번째로 느꼈던 건 "우와! 날씨 엄청 좋다! 가시거리 거의 200km!!!!" 이거였고. 그 다음은 "아이고 뜨거워" 이거였다. 습도도 높고 무엇보다 그냥 뜨거웠다. 근데 비오는 거 보다가 쨍하고 맑은 거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휴가시작! 이 생각 때문에 더 즐겁기도했고.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로 진입할 때는 꽤 시간이 오래걸리고 지하철값도 비쌌는데 후쿠오카 공항에서 후쿠오카 하카타역까지는 아주 가깝고, 가격도 250엔으로 매우 저렴해서 좋았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데 초등학교 야구부 애들이 모여 있는 걸 봤다. 귀여웠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못 찍었다.

하카타역에 도착하여 우리는 JR 북큐슈 레일패스를 받았다. 이건 650엔정도 하는 JR 패스인데, 오사카와는 달리 JR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여행자에게 아주 강추하는 패스다. 보통 산큐패스 아니면 JR 패스 둘 중 하나를 사라고 하는데 작년 까지만 해도 큐슈 전체를 3박 4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우리나라돈으로 약 15만원 정도 했댄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3박4일 정도면 대부분이 북쪽 규슈만 여행하기 때문에 그닥 필요는 없다.(후쿠오카에서 저기 남쪽 미야자키 가는 데만 철도로 5시간 정도)  그런데 고맙게도 올해부터 북쪽 큐슈만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북큐슈레일패스가 생겼다. 우린 새로 생긴 북큐슈 레일패스 이걸 모르고 처음에 15만원 너무 비싸다고 산큐패스 구입할 뻔!!  산큐패스는 시외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패스인데, 우리가 머물렀던 텐진역에 버스센터가 있어서 산큐패스를 샀다면 기차타러 하카타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가끔가다 차멀미를 심하게 하고 처음 타본 JR 은 승차감도 우왕 굳! 이고 북큐슈 레일패스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권보여주고 패스를 교환 받는데 친구가 일본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잘 해서 별 어려움 없이 패스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우리 옆에 있는 창구 언니(여자에게 있어 만인의 호칭 언니!!-여자들은 알겠지만 가게에서는 나보다 나이 적어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도 허다함) 는 한국어를 무지 잘하는 언니라 그쪽에는 한국 여행객이 바글바글 했다.
도착하니 10시 정도 되었는데 유후인노모리 라는 이쁜 열차를 타겠다고 오후 2시 30분쯤 떠나는 열차 지정석을 예매 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생각해도 아주 탁월치 못한 선택이었다. 괜히 시간낭비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여행 사진도 많은 데 결국엔 인천공항에서 하카타역가서 레일패스 받은 데 까지 마무리 짓고 나중에 또 쓰겠다. ; 사실 저번 주 일요일부터 이 포스팅 붙들고 발전을 못시키고 있었다.


우선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에 같이 여행간 친구가 여행가서 사진 하나도 안 찍고 딩가 딩가 놀다가 돌아와선
니가 찍은 사진 다 나도 공유해주면 안돼?
라고 말을 하면 어떨 것 같나?
(참고로 그 친구는 카메라를 한시도 손에서 안놓고 거의 모든 곳의 모든 사진을 다 찍었다.)

내 주변 몇명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아무 상관 없댄다. 나라면?? 흠... 친구랑 여행가본 적이 이번이 처음인데 난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데. (진심임)
 
휴가 때 큐슈를 잘 다녀오긴 했는데 저번 오사카 여행 때 처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뒤로 매는 가방을 매서 손은 편했지만, 카메라를 넣고 빼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사카 갔을 땐 동생이 짐꾼역할 해서 좋았는데. 이번엔 그것도 안되었으니.
또 내 사진기가 너무 후진대다가 밧데리까지 살짝 맛이 간 것을 모르고 그냥 가져가서 오전에 사진 찍음 이미 밧데리가 다 닳고 없었다.
물론 물론 다 핑계거리 맞다.

진짜 이유는 그냥 사진 찍기가 귀찮았다.

저번 오사카 여행가서 사진 찍느라고 정작 봐야할 것도 별로 못보고 즐길 것도 별로 못 즐긴 감이 없지않아 있어서 이번에는 사진 찍을 시간에 그냥 한 걸음이라도 더 걷고 보자는 생각으로 안 찍어봤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거 이제와서 후회가 되는거다. 물론 편하긴 했다. 뒤로 매는 배낭에 그냥 씩씩하게 팔 휘두르면서 걸을 수 있었으니까.

흠.. 새로 산 내 친구 디카 속에는 내 인물사진도 꽤 있었는데 친구가 사진 보냈다고 해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진짜로 딱 내 인물사진 밖에 안 들어 있었다.
이럴 경우 친구가 얘는 인물 사진 이외에는 필요로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이걸 다 편집해서 보낸 것인가?
아니 근데 1기가 정도 되는 메모리를 풀로 다 채운 친구인데 그 사진을 하나하나 골라냈다는 게 더 놀랍잖아. 난 그 수고도 수고라 생각하기도 했고 공짜로 배경 사진도 좀 얻을 요량으로 그냥 메모리 전체 다 보내달라고 말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내 인물사진만 보내줬단 말이다.

우와... 이거 내 일기 블로그이긴 하지만 이런 고민까지 쓰게 되다니.

여하튼 나의 소심한 고민거리는 과연 내가 동행한 친구한테 니 사진 다 보내달라고 말하면 얘는 싫어할까? 하는 이것이다. 크크크. 아 진짜 캐소심.
근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바는 이번에 같이 동행한 내 친구는 나랑 진짜로 친한 친구가 아니구나 하는 거. 진짜로 친한 친구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두세명) 같았으면 이런 고민 할 게 뭐있나. 하긴 진짜 친한 친구 같았음 아마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냥 사진 다 보내줬을거야. 아. 근데 진짜 친한 친구들은 다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사진도 안 찍었겠구나. 왜 나랑 진짜로 친한 친구들은 다 돈을 안벌고 있지. 흑. 같이 여행가고 싶은데.-잠깐 골룸처럼 혼잣말과 정신병자 모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아마 안면불수하고 친구한테 사진 다 보내달라고 말할 거다.;;

이번 여행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저번에 미즈키님 블로그에서도 말했지만, 여행가서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전혀 없는 나와 여행가면 맛집을 꼭 찾아가야 한다는 내친구와의 가치관 충돌이었다. 나는 배가 고프면 그곳이 설령 전세계가 표준화된 맛을 자랑하는 맥도널드라 하더라도 들어가서 음식물을 섭취해줘야 하는데 친구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책에 나와있는 맛집을 찾아서 1시간 이고 2시간 이고 찾아야하니. 추후에는 혼자 오는 것도 괜찮단 생각도 들었다.
오사카 여행 때는 5박 6일 내내 쓰미마셍, 아리가또 를 각각 2번씩 일본어를 딱 4번 밖에 안했고, 의사소통이 안되면 그러면 그런가보다. 이러면 이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친구가 일어를 잘하니 이것저것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고 길 찾기도 쉽고 그거 하나는 좋았다.

내 디카에 있는 사진은 고작해야 몇십장 정도인데 그마저도 정리를 못했다. 아아악.
그래도 다 잊기 전에 여행기는 조금씩 남기겠다. 벌써 여행이 아주 머나먼 예전 일 같다. 8월 20일 조금만 있으면 나의 여름도 끝이나고...

P.S 일본 여행가서 2번씩이나 회사관련 꿈을 꿨다. 첫번째 꿈은 너무 생생해서 꿈이야 생시야 했는데 내용도 최악이어서 회사에 일 터졌으니까 당장 회사로 복귀하란 내용이었다. 으악. 진짜.

6월에 일이 많고 받는 스트레스도 많고 해서 그런지 주말마다 담이 왔다.
이제 담은 나와 일심동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조금만 무리해도 담이 오니. 이제 오는 부위도 꽤 다양하다. 양쪽 등, 허리, 날개뼈 아래 등등.
저번주말에도 토요일에 12시 넘어까지 자고 있는데 좀 추워서 이불을 덮으려고 하는데 이불을 덮을 수가 없는거다. 이런 쉩! 목하고 어깨 부분 이어지는 곳에 담이 와서 왼쪽 팔이 맘대로 안 움직였다. 자느라 한의원 갈 시간도 늦었고, 씻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그러고 있었다.
저녁에 부모님께 "내 팔이 안올라가~"(문희준 포즈로) 하고 반병신된 팔의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안되겠다면서 흑염소 엑기스 넣은 한약을 지어오셨다. 겉봉에 흑염소 라고 써있고 흑염소 사진도 붙여져 있는데 이런 건 흑염소의 어느부분을 달여 넣는거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요즘 자기 전에 꼬박꼬박 흑염소 한약을 챙겨 먹고 있다. 내가 챙겨먹는 건 아니고, 엄마 아빠가 챙겨주시는데 먹은지 한 일주일 밖에 안되서 아직 효과는 모르겠다. 맛은 굉장히 호러블 하다. 정관장은 나름 먹을만 했는데.
몸이 허한 사람들의 특징은 운동할 생각은 안하고 몸에 좋은 거 먹어서 건강 유지하려고 하는 거라던데 맞는 말인 듯 싶다.

작년에는 2월부터 일하다가 한번도 못쉬고 7월에 취직을 했다. 벌써 취직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니 참 장하다. 취직 처음 해서는 정말 개같이 일만 했다. 그때는 원래 이 직장이 이런건가 싶어서 꾹 참고 한 3개월 일했는데 그때 부터 지금까지도 내가 취직해서 3개월 만큼 일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그땐 정말 죽을 것 같았지만, 취직 직후에 회사에 일이 많았던 건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때 그렇게 버텼는데 지금이라고 못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버티기 좀 쉽다.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나에겐 여름 휴가 같은 것도 있을리가 만무했는데 이번 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름 휴가 가 생겼다.

내 친구 중 최고 잘나가는 친구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에서 벌써 두차례 인도에서 일하라고 내보냈다 들여왔다. 그 친구가 인도 가 있을 때 우리 이번 휴가 날짜 똑같이 맞춰서 훗카이도 에 가자고 다짐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훗카이도는 북쪽이니 좀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확신 때문에. 그리고 친구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라마, 책 등을 무지 좋아해서 언젠가 한 번 일본을 가리라 다짐하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친구가 한국에 와서 우리 둘이 본격적으로 훗카이도 여행에 대해 알아보는데 이게 너무 비싼거다. 그래서 100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구나. 싶어서 우리 그냥 도쿄 가자 도쿄. 하고서 도쿄를 알아봤다. 근데 도쿄도 훗카이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리 둘은 큐슈에 가기로 합의 했다. 큐슈로 합의한 이유는 단 하나. 싸서.
주변에 큐슈 갔다온 사람이 없다. 헐. 이미 여행사에 예약도 다했고, 여행사에서 벌써 숙소예약까지 끝낸 상태. 일본 최북단 가자고 해놓고 결국 최남단으로 가긴 하지만, 뭐 나는 혼자 집에서 있는 것 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친구가 안가려고 하면 그냥 혼자라도 어딘가 가려고 했는데 그것보단 낫지.
여행 후기 보면 덥단 얘기 엄청 많지만, 괜찮아 괜찮아.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휴가가기 전 까지는 휴가 간단 사실 하나로 즐거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일정은 8월 13일부터 3박 4일.

이 포스팅은 어제부터 쓰던 건데.. 내가 말하는 빅매치는 프로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 VS 기아 타이거즈. 였다. 일명 단두대 매치. 왜냐하면 이번 3연전에서 이기는 팀이 4강에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붙여진 게 단두대 매치다. 어제는 삼성의 에이스 배영수랑 기아의 에이스 윤석민의 대결이었고, 워낙 중요한 경기라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 이 포스팅을 처음 썼을 때 부터 벌써 이틀이 지났다. 우와. 진짜 포스팅 하나 완성하기 힘드네.
하던 이야기 마저하자면, 단두대 매치 첫째날은 윤석민 VS 배영수 의 대결이었는데 윤석민은 그럭저럭 잘 던지는 느낌이 안들었는데 배영수가 너무 못던져서 승리.
두번째날은 믿었던 이범석이가 내야수 실수에 흔들리면서 2실점, 번트댄 공 송구를 못해서 또 4실점 하면서 2이닝에 6점을 헌납한 결과로다가 패배.
역시 야구는 모르는거다. 이범석이 선발이라고 했을 때 당연히 이겼구나 했는데, 역시 설레발=패배 인건가.
흠... 이 단두대 매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우선은 3일내내 끌어온 포스팅을 끝마치는 게 급선무라 이정도로 얘기하기로 하고.

이번 삼성전 보면서 마음이 짠했던 건 삼성 투수 배영수 때문이다. 사람들이 배영수보고 이제 완전히 맛이 갔다고 만만히 보는데 인생에서 배영수 만큼 최고 절정기를 맞아본 적도 없는 놈들이 참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이녀석들아!!! )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 따위도 없이 발단도 못하고 있는 놈들이 지금 위기 맞고 있는 투수한테 그리 욕을 해도 되는건지.
수술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던 배영수 저번 인터뷰 보니 수술하지 말고 재활할 걸 그랬다고, 은퇴할까도 심각히 고려했다고 하는데 으헝헝. 남일이지만 너무 슬펐다. 겨우 28살 밖에 안됐는데 무슨 은퇴야.
내년에 배영수가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해서 언터쳐블 되었음 한다. 타팀이지만, 최고 에이스가 요즘 계속 얻어터지는거 가슴아파서 못보겠다. 흑. ;
이런거 보면 운동 선수들 대단하다. 난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딱 1년 일하고 내가 전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혹은 두려움이 드는데 선수들은 부상 있을 때 마다 평생 해온 이 일을 못할 수도 있겠단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하니 말이다.

아... 기아타이거즈가 4강에 가면 진짜로 좋겠지만, 기아의 6위 본능은 만만히 볼 게 아니다. 5위 되었다고 좋아했더니 하루만에 다시 6위 되버렸다. 오늘은 비와서 야구 안할 거 같은데, 잘됐다. 난 오늘도 야근. 제길.

아 벌써 4월인데 이제서 일본 여행의 마지막날에 대해서 쓴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앞의 모든 일정이 애초에 계획대로 안되었기 때문에 마지막날은 일정대로 가보지 못한 곳 중에서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했다.
이제까지 호텔에서 먹은 아침밥을 한번도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올린다. 내가 묵었던 호텔 힐라리즈 라는 곳은 비지니스 호텔이라 그 안에 식당 같은 건 없고 그 건물 1층에 있는 Pronto 라는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토스트하고 샐러드를 줬다. 커피는 진한 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있는데 나는 너무 썼다. 거의 탕약 수준. 좋은 원두에 잘 내린 커피였지만, 역시 난 그냥 카페모카 같은 달달한 커피가 더 좋다. 아니면 너무 쓰지 않은 아메리카노.

012345

오사카에 여행왔는데 오사카를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오늘은 오사카 주유패스로 할인되거나 공짜인 곳만 쭉 둘러보자! 라고 결심하고 가이유칸이 있던 오사카코 역으로 다시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 없는 이유로 오사카코역에 갔는데, 간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오사카 주유패스로 공짜로 탈 수 있었음 몰라, 그냥 할인인데 그거 한번 타 보겠다고 갔던 데를 또 갔다. 아이고 돈 아까워)  갔는데 타는 사람은 딱 3팀 이었다. 첫번째는 우리, 두번째는 중국여행객, 3번째는 또 다른 한국 여행객.

01234567

관람차를 타고 오사카 주유패스를 이용해 공짜로 전망대를 볼 수 있다고 하여 WTC 타워 정망대에 가기로 했다. 오사카코역에서 뉴트램이라는 귀여운 전철을 타고 이동한다.

012

뉴트램을 타고 코스모스퀘어역에 도착하여 WTC 타워에 도착.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반쯤인데 전망대는 11시 부터라는거다. 아니 어떤 책자에도 이런 얘기는 없었어!! 라고 생각하며 이걸 기다려 말어. 하다가 그냥 다른데 가기로 했다. 거기까지 간 것이 좀 아까웠지만, 내가 그냥 다른 데 가자고 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히메지성(姬路城)에 미련을 못 버렸기 때문이었다. 동생은 너무 멀다고 안 내켜 했는데 나는 어떤 게시판에서 히메지성 진짜 좋다는 말에 혹해서 가보고 싶어서 내심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동생이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갈래면 가자고 해서 우리는 우메다역으로 가서 산요히메지행 급행을 타기로 했다. 근데 히메지성까지 가는 요금에 헉. 하고 놀랬다. 1290엔이었나?? 남은 돈도 별로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간사이쓰루패스로 공짜로 갈 수 있는데까진 가서 거기서 내려서 다시 산요히메지 직행을 타자고 하고 일단 우메다역에서 한 두정거장 갔다. (거기까지밖에 공짜가 아니었다) 이름모를 유명하지 않은 역에 내려서 어디서 표를 사는건가 하고 둘러보아도 표 사는 기계만 있고, 그 기계는 근거리 표 밖에 안 팔았다. 거기서 얼쩡거리다가 발권기에 남아있던 거스름돈을 줏었다. 한 800엔 됐나? 흐흐 누가 볼까봐 무서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황급히 그 기계 앞을 떠나서 다시 한신 철도 역사무실 같은 데를 찾아서 들어갔다.
역사무실을 진짜 순진하게 생긴 35살 정도 보이는 젊은 아저씨 혼자 지키고 있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히메지성 가고 싶어요. 라고 말을 했는데 그 젊은 아저씨도 영어를 엄청 못했다. 피차 영어 못해서 어찌나 맘이 편하든지, 그 아저씨가 one day ticket 이라고 딱 한마디 하시길래 그냥 우리는 히메지성 가는 티켓만 주세요. 라고 말을 했더니 그 아저씨가 흰 칠판을 꺼내드니 원데이 티켓 가격은 2000엔 임을 강조하느라고 거기에 '2000'  이렇게 쓰셨다. 모자쓰고 당황하면서 쓰는 모습이 매우 귀여우셨다. 그 젊은 아저씨가 말한 원데이 티켓 가격이랑 히메지성가는 왕복 차비를 비교해보니 그 원데이 티켓이 580엔이 더 쌌다. (1290엔 왕복하면 2000엔이 넘으니) 그래서 오케이 오케이 해서 원데이 티켓을 샀다. 일단은 한신철도를 타고 가다가 산요라는 회사에서 만든 철길을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역 이름도 산요 히메지역) 그 아저씨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는 한신타이거즈 응원하기로 맘먹고, 일본은 여행객한테 절대 바가지 안 쓰게 하는구나. 선진국은 선진국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하는 내내 여행객이라는 이유 하나로 뭘 속인다는가 강요하는 느낌은 한번도 받지 않았다.
 
그 급행을 타면서 이제까지 어딜 가든 여기 책에 써 있는 시간보다 짤게 걸렸다. 이 책에는 1시간 반이라 써 있지만 분명 이것보단 빨리 도착할거다. 라는 말을 하면서 탔지만, 이번만은 그 책의 소요시간이 진짜였다. 정말로 1시간 반이 걸렸다. 그동안 내동생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사실 이동시간이 좀 아깝긴 했지.

바깥구경을 하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다가 엄청나게 큰 다리를 봤다. 그것은 바로 아카시 해협대교! 세계에서 제일큰 다리라는데 높이만도 29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길기도 엄청 길어서 끝이 안보였다.

01234

생각보다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점심을 먹고 있을 시간이 없어 히메지역에 도착하여 도너츠를 포장하여 길 가면서 도너츠로 점심을 때웠다. 히메지성이 있는 도시는 히메지시 라는 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굉장히 한가롭고 오사카보다 더 남쪽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겨울임에도 가로수 나무가 그대로 다 살아 있고, 따뜻하기도 엄청 따뜻했다. 한가롭고 왠지 서양 같은 분위기도 나는 도시였다. 가로수 있는 곳에 조각상도 많고 이쁘게 꾸며놓은 곳 이었다.
역에서 나와서 바로 정면에 히메지성이 보여서 찾는데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0123

히메지성은 1333년경에 처음 지어졌으며,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천수각을 증축했다. 그리고1601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사위 이케다 테루마사[池田輝政]가 대개축을 시작하여 1609년에 완성했고 현존하고 있는 건물의 대부분은 이때 지어졌다고 한다. 성의 구조가 거의 온전하게 남아있는 성이고, (오사카 성처럼 박물관으로 개조하지도 않았음)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미로같이 설계된 것도 인상 깊었다. 그리고 성이 흰색인 이유도 불에 강한 회반죽을 칠해서 그런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성처럼 평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성 안에 들어가면 길이 엄청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천수각까지 올라가는 것도 꽤 힘들다. 그 길의 중간중간에는 함정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 2000개도 넘었다고 하는데, 난 함정에 한번도 안빠졌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미로의 벽에 아주 조그만하게 문 같은게 뚫려 있었던 것도 거기 통해서 적한테 화살 쏠 수 있도록 하느라 그랬나보다.
보디가드들이 모여서 운동했던 운동장도 있고, 크기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오사카성보다 20배는 좋았다. 1993년에 일본에서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오오 정말 뛰어나고 멋있고 아름다운 성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흰색 성이 멋있긴 하지만, 군데 군데 귀여운 (귀엽다는 건 나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 디테일 같은 것도 부족하고, 또 니조조 처럼 나무나 정원 같은게 이쁘지도 않고 회칠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시멘트칠 같기도 하고, 벽은 하얗고, 지붕은 까만게 계속 보니 좀 심심하기도 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일본 여행가서 내가 어딜 가기만 하면 비가 왔는데 히메지성도 마찬가지였다. 위에 맨 처음 사진 보면 하늘색이 심상치 않은데, 저 덴슈카쿠 가느라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비가 조금씩 오더니 덴슈카쿠 들어가기 전에는 아주 가열차게 비가 오기 시작하는거다. 여름 소나기 정도는 아니지만 보슬비인데 많이 오는 정도? 바람도 엄청 불고. 역에서 히메지성을 향해 뛰어 갈때만 해도 오 날씨 엄청 좋아. 이러면서 뛰어갔는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어두워지고 비가 오다니!!!

0123456789101112131415


오사카로 가기까지도 1시간 반이나 걸리고, 비도 오고 하여 우리는 덴슈카쿠만 갔는데 여기 덴슈카쿠는 7층짜리라 올라가는데 엄청 힘들다. 계단이 거의 이건 사다리 수준이라 무섭기까지 하다. 올라가서는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옛날 여기서 살 던 사람들은 겨울에 어떻게 버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벽난로도 없던데.;;
덴슈카쿠 맨 윗층은 히메지성과 관련된 사료들로 꾸며져 있는데 그 중 한문으로 쓴 편지도 있었다. 근데 옆에 중국 여행객이 중얼 중얼 거리면서 그 편지를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중국사람은 일본에 와도 글때문에 불편하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 사람 중에서도 한자를 잘하면 다 해석이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일본은 히라가나보다 한자가 훨씬 더 흔한 나라였다. 우리나라도 단어 역시 한자가 많지만 그래도 우린 그 단어들을 한글로 쓸 수 있는데 일본은 그걸 다 한자 그대로 쓰니 중국 사람들이 일본을 무시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해보였다. 어쩐지 아직도 중국의 속국 같잖아. (뭐 중국은 세상 모든 나라를 무시한다고 하지만서도) 한자 그대로 다 빌려다 쓰고. 이런 거 생각하면 단어까지 다 한글화 시킨 북한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0123

성에서 내려와 다시 역으로 가는데 가까운 곳에 있던 중학교가 마침 끝나는 시간이었다. 일본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그 중학교 애들도 여자애 남자애 할 것 없이 자전거 타고 하교하는 애들이 많았다. 역시 어린 애들은 어느 나라나 귀여워서 넋놓고 구경을 하는데 어떤 남자애 보니까 뿔테 안경에 반듯한 자세에 펌퍼짐한 교복까지 (러브레터에 나오는 교복과 흡사했음) 완전 전교 1등 이었다. 나랑 동생이랑 오~~ 전교1등 전교1등 하고 말했는데 걔는 눈길 한번 안주고 묵묵히 자전가 타고 지나갔다. 학교 앞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입시 학원 같은 학원도 있었는데 도쿄대학 몇명 교토대학 몇명 이런거 써 있는 거 보니까 입시 역시 우리나랑 비슷한 듯 했다.
다시 1시간 반이나 전철을 탈 생각에 한 숨쉬며 전철을 탔는데 내동생은 맞은 편 여자가 완전 이상형이라고 떠들었다. 외국이라서 우리나라 말로 이런 저런 얘기해도 그 나라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고 편했다.  피곤해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오사카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었다.

사실 동생은 오사카 시내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었는데 나때문에 이미 밤이 되고, 오사카 시내 구경하기엔 너무 늦어버려서 좀 서운했나보다. 그리고 일본은 뭐 구경하고 싶어도 10시 이전에 문을 다 닫아버리니까 밤 늦게까지 구경도 못하고 기념품 사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돈이 없어서 사고 싶은 옷도 많았는데 하나도 못사고, 오사카 주유패스는 하나도 활용 못하고. 아쉬운 일본의 마지막 밤이 저물고 있었다.


얼마만에 다시 쓰는 여행기인가. 이번 주말에는 약속이 하나도 없었다. 잠을 계속 잤더니.. 그래도 또 졸리네.
어찌되었든 여행 갔던 기억을 떠올려서 시작해보자면,
교토에서 기요미즈테라 이외에 별다른 구경을 못한 우리는 원래 가려던 나라 일정을 취소하고 교토를 한번 더 들르기로 했다. 전날 10분 차이로 입장하지 못했던 니조조로 가기로 하고 교토로 이동했다. 2월 5일에 교토로 갈 때는 limited express를 타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내려 12번 버스를 타고 니조조마에역에서 내려  니조조(二条城)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

니조조는 1603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숙소로 지은 성이라고 한다. 니조조의 좋은 점은 성 안까지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 못 찍었지만 금칠한 벽이나 벽화, 일본식 방이 꽤 볼만했다. 안에 실물크기로 사람 인형도 제작해 놓고 거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까지 써놓아서  재미있었다. 아 근데 영어로 써 있는 안내에도 그냥 '쇼군' 이라고 써 놓았던데 왜 '장군' 이라고 해석 안해놓았나. 생각을 했는데 '쇼군' 이라고 써 놓아도 외국 사람들도 그게 장군인지 다 아는 모양이다. 성 안 복도를 걸을 때는 눈치 못챘지만 니조조 안의 복도는 수상한 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삐걱거리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일본성에는 꼭 하나씩 있는 덴슈카쿠가 니조조안에는 불타서 없다.
난 기요미즈테라보다 니조조가 더 좋았다. 정원도 아담하니 이쁘고 무엇보다, 성 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교토에서 고베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교토에서 딱 하나 더 볼 수 있는 시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킨카쿠지(金閣寺)를 보느냐, 긴카쿠지(銀閣寺)를 보느냐 고민하기 시작했다. 절 자체로만 보면 킨카쿠지가 더 멋있었겠지만 왠지 철학의 길 때문에 긴카쿠지도 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의 길이 있다고한들 그 길을 유유자적 걸을 순 없을 듯 하여 킨카쿠지로 결정하고 다시 12번 버스를 타고 킨카쿠지로 향했다. 우리와 함께 니조조를 구경하던 외국인들도 모두 킨카쿠지로 향하는 것 같았다. (갔다와서 안 사실이지만 우리보다 일찍 일본 여행 갔다온 사람이 말하길 긴카쿠지는 공사 중이라 별로 볼 게 없었다고)

012345678

킨카쿠지는 1397년에 별장으로 지었던 곳을 로쿠온지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석가모니의 유골을 모신 3층의 사리전(위 사진에 보이는 킨카쿠)이 유명하여 모두들 킨카쿠지로 부르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킨카쿠지에 도착했더니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본에 온 이후로 비가 안 온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결국 우산을 쓰고 킨카쿠지의 정원을 구경하고 이젠 고베로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교토역으로 향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보다 돈이 좀 모자른 상태라 우리는 또 교토 시내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 먹자 하고 정말로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그 음식점은 내가 일본 음식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일단 음식이 너무 짰다. 저 위에 보이는 건 동생 메뉴고 나는 카레를 시켰는데, 나중에는 너무 짜서 더이상 못 먹을 것 같아서 반 이상을 남겼다. (태어나서 그렇게 짠 음식은 처음이었다) 일본 음식이 싱겁다는 건 다 거짓말. 그리고 이제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저 음식점 컵에 휴지가 들어 있었다. 정말로 말 그대로 휴지였다. 그냥 깨끗한 휴지도 아니고 테이블을 닦은 휴지가 내 컵안에 들어 있었다. 난 한모금 마셨었는데.. 한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보니 거기 더러운 휴자기 들어 있는 것 아닌가. 맹새코 내가 넣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물을 받자 마자 마시고 발견한거니까.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결국 여기 휴지 들었다고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동생 물 마셨다. 완전 기분이 나빠져선 일본이라고 뭐 특별히 깨끗하고 실수 없는 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 음식점을 나왔고 너무 짜서 제대로 못 먹은 배를 채우기 위해 옆에 있던 제과점에서 빵을 사 먹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다시 오사카 가는 전철을 탔다.

우메다역에서 내려서 우리는 교토와 정반대방향인 고베(神戶)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루트이지만, 사람들 말이 고베는 야경 빼면 볼 것 없다고 해서 굳이 오랜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산노미야역에 도착해서 기타노이신칸카이를 가려고 보니 이미 씨티루프(고베 시내 관광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버스)도 끊길 시간이고 가봤자 많이 못볼 것 같고 하여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했다. 그래 뭐 기타노이신칸카이 그냥 이쁜 집들 빼면 볼 거 없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산노미야 역에서 전철을 타고 모토마치역으로 향했다.

0123

모토마치역에서 메리켄파크로. 메리켄파크에서 고베항으로 걸어서 도착. 고베항에 도착해서 우리는 여기 완전 월미도다 월미도! 이랬다. 고베라는 도시 전체의 느낌이 인천 중구 신흥동 같았다. 인천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개항을 했고, 고베도 일본에서는 빨리 개항을 하여 기타노 이신칸카이 같은 외국인 거주지역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개항한 만큼 빨리 흥하고 또 지금은 도시 전체가 좀 죽은 느낌이 들었다.  (고베는 1868년 개항, 인천은 내 기억으론 1883년 개항) 고베 역시 인천항 주변처럼 오래되지 않는 과거에 흥했고 지금은 별 볼 일 없어진, 뭐랄까 그런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처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월미도처럼 사람이 별로 없기도 마찬가지. (고베가 인천보다 도시 자체 겉모습만으로 보자면 100배는 더 세련되긴 했지만)
고베에 오면 대부분 아리마온천인가? 거기를 가던데 전에도 말했듯이 뜨거운 곳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온천도 과감히 생략했다. 결국 내가 고베에서 본 거라곤 야경 뿐인데,.. 책이나 인터넷이나 백만불짜리 야경 어쩌고 하지만, 백만불 짜린 아니고. 야경보다 그냥 우리 동네 분위기 나서 그게 난 더 좋았다.  
어렸을 때 TV를 통해 봤던 고베 지진을 아주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는데 내 동생은 전혀 기억이 없댄다. 1995년이면 난 초등학교 6학년 때고 동생은 2학년 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느 부근이 피해가 최고 심했는 지 모르겠지만 지진이 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고베는 낡았지만 정갈한 느낌이었다.

0123456789101112

아.. 얼마만에 다시 쓰는건지! 3월 2일에 쓰다가 결국 마무리 못 짓다가 오늘이 벌써 3월 7일!
일단 고베 여행기를 어떻게 쓰려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사진 보니까 고베항을 얘기하려고 했나보다. 음.. 고베항을 온 이유는 거기 야경이 이쁘다고 해서 였는데 야경을 볼만큼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고베시내로 가서 시내구경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서 그냥 고베항 주변을 슬슬 걷는 데 바닷바람이 처음에는 상쾌하다가 나중에는 어찌나 차갑든지. 추운 칼바람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이었다.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어딜가나 바글바글하던 한국 사람도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의외로 고베항에 뭔가가 없어서 딱히 구경할만한 것도 없고..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없이 시간 보낸 곳 여기 고베항 아니었나 싶다. 계속 걷다보니 쓰잘데 없이 다리도 많이 아팠고.

012345

고베 포트타워 전망대를 갈까? 했는데 그것 역시 과감하게 생략.;; 결국 고베에서 한 거라곤 역에서 내려서 고베항 걸어다닌 것 밖에는 없었다는 거. 고베 포트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다를 봐도 별로 볼 거 없을 것 같고, 도시방향을 봐도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딱히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고베 포트 타워는 높지도 않고 많이 낡았지만 모양이 귀여웠다. 근데 일본은 어딜가도 타워가 있는데 원래 도시에는 그 상징인 타워 하나씩 만드는 게 당연한건가?

0123456

계속 고베항 주변을 돌기에는 너무 추워서 유명한 레스토랑인 모자이크 가든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던 팬시점 구경도 하고 오락실도 구경하고 그랬다. 팬시점 같은 건 우리나라 코엑스에 있는 팬시점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별다르길 기대했던 건 가격이었는데 일본 현지에서도 비싸서 결국 그냥 안샀다.

012345678

드디어 밤이 되었고 우리는 야경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삼각대도 없고 DSLR 카메라도 아니라 찍기에 많이 힘겨웠는데 심지어는 내동생이 내머리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내 머리를 삼각대 삼아 찍어보려고 했음에도 찍을 수 없었다. 구경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도 아니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해서 집에 가자 했는데 저 멀리 한큐 라고 써 있길래 옳타쿠나. 저기에 한큐전철이 있나보다. 하고 갔는데 거기는 한큐전철역이 아니라 한큐백화점이었다. 난 한큐가 철도전문 회사인 줄 알았더니 (우메다역에서 한큐전철만 봤기 때문에-지금 생각함 참으로 단순한 발상이다.;) 그게 아니어서 괜히 백화점까지 갔다가 다리만 더 아파지고 말았다. 결국 저 멀리에 있는 모토마치역까지 힘겹게 걸어갔다. 걸어가는 중에 인천 차이나타운과 꼭 닮은 일본 차이나타운을 봤고 그 날 밤 세븐 일레븐에서 야식을 구입할 때 쯤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지쳐서 야식을 구입했고 숙소에서 야식먹으며 TV를 보고 씻기 귀찮아서 죽겠다 투정부리며 늦게만큼 씻고 잠들었다.

우와.. 이 포스팅 진짜 무지하게 길다. 나중에 이렇게 여행기 쓰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날이 왔음 좋겠네.

아침에 일어나 일본 뉴스를 보는데 비가 온다고 나왔다. 우리는 원래 여행 초기 힘이 있을 때 넓은 교토를 가자는 계획이었는데 도저히 우산쓰고 버스를 타기 싫어져서 가까운 오사카 주변을 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세븐일레븐에서 399엔짜리 투명우산을 사들고 오사카의 쓰텐카쿠(通天閣)으로 향했다. 쓰텐카쿠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만화책에서 본 것 같이 익숙했다. 설마 21세기 소년은 아닌 거 같고. 일본에 하도 타워가 많아서 햇갈리는건가?
1912년에 만들었다는 쓰텐카쿠를 보면서 한일합방 하는 동안 이놈들은 이런거 짓고 앉아 있었구나 싶었다. 워낙 낡았고 뭐 그렇게 굳이 꼭 찾아서 볼만한 탑은 아니지만 오사카의 상징이라고 해서 그런가 우리가 갔을 때 다른 지역에서 온 일본관광객들이 엄청 많았다. 전망대 내부는 딱 내가 7살 때 건물 내부와 비슷하고 담배냄새가 진동하고 빌리켄이라고 하는 무슨 신이 있는데 그에 관련한 조악한 기념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근데 그 빌리캔이라는 신 아무리 생각해도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애 같은데.. 아닌가.
쓰텐카쿠의 허름한 겉모습을 보고 우리가 왜 왔을까 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서는 오늘 우리가 대략 어디 방향으로 움직여야 되나를 알게되어서 올라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허름한 거 치고는 이름이 멋지다. 통천각 이라.

0123456

쓰텐카쿠 전망대에서 아주 멀리 멀리 오사카성이 보였는데 저게 바로 오사카성인거 같다고 동생한테 말했더니 그럴리가 없다고 무슨 색이 저렇게 멋없냐고 그랬는데 오후에 가서 보니 진짜로 그게 오사카성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 책 표지도 오사카성인데, 이건 완전히 사진발이다!! 오사카성도 나중에 나오니깐 그건 또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쓰텐카쿠에서 내려와서 우리는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안가가고 텐노지공원만 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시텐노지가 있는 줄은 여행 끝날 쯤에나 알았다. 593년에 만들어진 절이고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데. 왜 나는 전혀 몰랐을까!!  어찌되었든 동물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소풍이후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가려고 생각하면 왜가나 싶다가도 가면 일단 가서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텐노지 공원으로 향했다. 쓰텐카쿠에서 텐노지 공원은 바로 앞이라 걸어갈 수 있는데 그 주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도 그쪽에 한인들이 꽤 많은 것 같았는데 그 주변 허름한 민박집에 한글도 많았고 식당가를 잘 살펴보면 한국음식점도 꽤 된다고 했다.


0123456

우리 엄마는 일본 가서 원숭이 많이 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예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에서 일본 원숭이가 단골 손님이라서 그런 얘기를 하신건지. 근데 난 원숭이가 너무 싫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심리테스트를 해 주셨는데 원숭이,사자,양,말 을 데리고 간다고 가정할 때 뭘 최고 먼저 버릴꺼냐 물었을 때 난 1초도 생각치 않고 원숭이 먼저 버린다고 했다. 원숭이 너무 징그럽잖아..;;근데 이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를 나타내는 거라는데 원숭이는 배우자 랜다. 크크. 난 남편 최고 하찮게 생각하는거야 뭐야. (참고로 양은 자식, 사자는 명예, 말은 자기 자신이랜다. 난 나중에 말 타고 편히 간다고 끝까지 데려간다고 했는데) 저번에 뉴스에서 봤는데 일본 원숭이들이 여자들이 약한 걸 알고 길가는 여자들 막 머리털 잡아 뜯고 괴롭힌다고 했다. 아니 어디 감히 동물주제에!!!!
비가와도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내 보기엔 그 동물원 안에 사람이 10명도 안되는 것 같았다. 한적하고 좋았지 뭐. 아 그리고 연인들도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을 해보니 일본 연인들의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한번도 목격을 못한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감정표현을 잘 안한다는데 그게 정말인건가. 끽해봐야 손잡고 다니기 이정도 였던 것 같은데.. 심지어 팔짱낀 사람도 별로 못봤잖아.

의외로 넓었던 동물원을 다보고 우리는 이제 오사카성(大阪城)으로 가기로 했다.

0123456789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최대의 성이라는데 왜이렇게 작나 했는데 20% 정도 밖에 복원이 안된 거라고 한다. 오사카성 덴슈카쿠를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내려갈 때는 무조건 걸어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걸어 내려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한 인물이지만 난 일본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좋을 수도 없고 임진왜란이 딱 떠오르고 그랬다. 오사카성 덴슈카쿠는 건물 전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박물관인데 (1931년에 오사카 시민이 재건한 것임) 속으로 '이거 꼭 걸어서 내려가게 한 거 이 박물관 보고 가란 거 같잖아!' 라면서 혼자 기분 나빴다.
저번에 고등학교 국사 문제에서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을 묘사한 글을 봤는데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은 죽은 사람 뇌수를 먹었다. 고 되어 있던데.. 얼핏 그 성안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물건들을 보니 우리나라가 대단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버렸다. (이순신 장군니임~~~: 완전 민족주의자 같네)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하고 단순한 내 눈으로 (? 무식한거겠지) 우리나라 성과 비교를 해보자면 일본성은 일단 목조가 아니다. 그리고 각 성에는 덴슈카쿠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 성과는 달리 여러 층으로 지어져 있다. 성을 보면서 아 정말 전형적으로 일본스럽다고 느꼈는데, 가까이서 본 일본의 처마의 장식은 우리나라 성보다 훨씬 못하다. (적어도 내 생각으론 그렇다. 왠지 아기자기한 면이 부족하달까) 그리고 오사카성 공원은 그 안에 모조리 아스팔트로 길이 깔려있어서 나중에 다시 지은 게 너무 티났다.
일본 와서 성을 보고 있자니 왠지 우리나라 궁도 가보고 싶어졌는데 우리나라 역사나 건축양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비교도 안되고 이 성이 지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알아볼 수 없었다. 내 무식을 탓하면서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는 가이유칸(海遊館) 이라는 일본의 수족관이 있는 주오센 오사카코역으로 향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너무 비싸 못 가본 나에게는 기대되는 장소였다. (가이유칸은 2000엔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아쿠아리움이 30000원 인 것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님)동물원에 수족관에 얼쑤! 오늘은 동물의 날 이로구나! 했다. 아. 그리고 육지와 바다를 통틀어 최고 좋아하는 동물을 하나 꼽으라면 당연 돌고래라 왠지 기대했더랬다.
일요일이라 일본 가족들끼리 구경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데이트 중인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수족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얘네들이 너무 왕성히 움직이고 수족관 내부가 어두워서 많이 못 찍었다. 우리 사진기가 후져서 그런가 하고 옆 사람들을 슬쩍 봤는데 다들 마찬가지였다.
가이유칸에는 내가 좋아하는 돌고래도 있었는데 과연 깜찍하고 귀여웠다. 또 가이유칸의 상징 4미터 정도 되는 고래상어도 있었는데 귀엽긴 귀여운데 왠지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다. 오사카 앞 바다에 그냥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불쌍한 것...;;

0123456789101112

사진으로 보면 오사카 여행 잘 한 것 같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첫째로는 오사카 주유패스(오사카 안에서 지하철 전철 버스를 무료로 타고 각종 기구나 시설 공짜 혹은 할인 혜택이 있음) 활용을 너무 못했다. 피곤해하지 말고 덴포잔 관람차도 타고 WTC 전망대도 갔어야 했다. 둘째로는 만약 피곤해서 다 못했으면 그냥 포기하지 뭐. 하고 포기했어야 하는데 굳이 또 오사카 주유패스를 1일권을 하나 더 구입해서 마직막날 다 공짜로 보고 말테야 하고 다짐을 해버렸다는 거. 그럴 줄 알았음 한국에서 2일권 사지 도대체 왜 1일권만 샀는지. 한 개에 2000엔이나 하는데;; 결국 1일권을 하나 더 구입했는데 마지막날 뽕뽑으려던 계획은 물 건너가고 우리는 생돈 2000엔을 날렸다.

뭐. 이제 다 지난 일 이지만 과욕을 부리면 결국 돈만 낭비할 뿐 이라는 교훈!
근데 나 처음 여행이었으니 어쩔 수 없잖아?!


잊기 전에 그래도 일본에서 내가 뭘 했는지 정도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생각보다 많이 못찍고 원래 계획했던 여행 일정도 결국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오늘 만난 내 친구 말대로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드디어 해외를 나가본 거 아닐까.
뭐 대학때는 시간이 남아 돌았는데 돈은 없었고, (여행을 위하여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여행이 필요 할 만큼 괴롭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요즘도 대학생인데 여행가는 건 별로 안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 때 여행은 돈 있고 마음 있음 갈 수 있는 거 니까.
그런데 직장인이 여행 가는 건 진짜 부러워 미친다. 돈 있고 가고 싶은 맘은 굴뚝같아도 상황이 안되면 절대 못가는 거니까 말이다.
나도 회사에서 일본 간다고 말했더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해줬다. 그 마음 내가 안다. 저번에 대리님이 추석연휴 이용해서 아일랜드 가는 거 보고 정말 부러워서 반쯤 기절할 뻔 했으니까.
내가 여행한 곳은 일본의 오사카 (大阪) 우리나라 말로 읽음 대판. 뜻 풀이를 하면 큰 비탈. 도쿄 이전에 계속 일본의 수도가 있었던 관서지방의 상징인 곳이다. 갔다와서 생각이지만 도쿄 안가고 오사카 가길 잘한 것 같다.

01234567


01234

원래는 도착하자마자 어딘가를 가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호텔을 찾느라 너무 고생해서 뭐 다른 거 할 엄두가 안났다. 우리가 묵은 비지니스 호텔은 약도가 정말 알아보기 힘들게 그려져 있었는데 나 같음 그냥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역 1번 출구에서 오른쪽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 방향으로 육교가 있을 때 까지 쭉 걸어와 길을 건넌 다음 다음 오른쪽을 보세요. 1층에는 세븐일레븐과 Pronto 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겠다. 당최 알아볼 수도 없었던 지도 때문에 어찌나 고생을 했든지. 물론 난카이센 난바역에서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 역을 가려면 2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그게 훨씬 빠를 뻔 했다.

일본에 도착해서 느낀 내 첫 느낌은 경차도 많고 자판기도 많고 자전거도 많구나. 하는 거랑 사람들 키가 크다는 거랑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큰 것 같았다) 옷 입는 거나 생긴거나 우리나라랑 완전히 비슷하구나. 하는 거였다. 내 생각엔 한중일 중에서 가장 튀는 건 역시 중국사람이고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이랑 일본 사람은 엄청 비슷한 거 같았다.
그리고 일본에 있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한마디로 '일본 철도 짱' 이였다. 진짜 철도 짱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딜가도 전철역이 있고 수많은 종류의 전철이 있어서 어디든지 철도로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교토 시내 안에서 빼고) 우리나라에도 용산역 급행 말고 서울역 특급 쾌속 등등의 열차가 있어서 내 출퇴근 시간 좀 줄어들었음 좋으련만.

비도 많이 오고 어두컴컴해지고 해서 우리가 항상 전철을 탈 난바역 주변이나 점검하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난바역은 오사카에서 우메다역과 함께 큰 도심지인데 난카이센 난바역, 미도스지센 난바역, 요쓰바시센 난바역, JR 난바역, 긴테츠 난바역 이 있었고 우리가 주로 이용할 전철선은 미도스지센 이었다.

012345678

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저녁 9시만 되면 도시가 조용해 진다는 거다. 9시 경의 일본 도로는 우리나라 1시 2시쯤 과 비슷할 정도로 차가 없는데 상점도 8시면 다 문 닫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벌써부터 노숙자들이 상자로 하룻밤을 지낼 자리를 마련하고 그런다. 한국은 9시부터가 시작인데 말이다.
그걸 보면서 선진국은 선진국인가 싶었던 게 어찌되었든 8시 이전에는 다 퇴근을 한다는 건데 부러웠다. 우리도 9시쯤 되니 딱히 도심에서 할 일이 없어져서 호텔 1층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서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라왔다.
방에 있던 온풍기 리모콘을 보니 모조리 한자라 결국엔 호텔 프론트에 있는 여자 불러다가 따뜻한 바람 나오게 하는 법을 배웠다. (알고보니 우리가 에어컨으로 켜놓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자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를 보며,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일본에 도착해서 일본어 한마디도 안했는데 전철 표도 끊고 저녁도 먹고 숙소도 잘 찾아온 거 보면 앞으로도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잠자리에 익숙치 않았던 탓인지 첫날밤에 난 중간 중간 계속 깨고 뒤척거렸다. 날씨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던데.. 하는 걱정도 하고, 비가 안오면 교토. 비가오면 오사카를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생각보다 별다를 것 없었던 일본에 도착한 첫날 밤 이었다.


발등에 불.

일상 2008. 1. 31. 23:17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5박 6일 오사카 여행 일정을 이번주에야 눈 벌게지면서 짰습니다.
제 동생이 책 두권에 있는 일정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고 배짱을 부리고 안한 결과지요.
뭐 애초에 예상은 했지만 말입니다.
그 덕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피곤이 누적된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저는 '내가 이것 때문에 산다.' 대략 이런 상태랄까요.
또 한편으로는 갔다와서 우울해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 벌써 걱정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2월 2일 12시 20분 비행기로 떠납니다.
비행기도 처음. 해외도 처음. 일본도 처음. 입니다.
저 생각보다 촌스럽게 살았더라구요.

통장잔고는 바닥나고 있지만,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되고 있어요.
무사히 갔다오도록 응원해 주세요!

P.S 저 TV 틀어놓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 글과 전혀 상관 없는 글이지만, 저는 마지막에 예고 안해주는 드라마 너무 싫어요. ;;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없어!!!! 왜 뉴하트 예고 안해주는거야~~~
 

일본 애니메이션

위로 2008. 1. 17. 16:32

어렸을 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 모두 다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은 어린 나에게 충격이었다. 일본은 그냥 통상적으로 일본놈이라 부르는 아주 몹쓸 나라 아니던가. (일본 좋아하시는 분 들에게는 죄송)
어찌되었든 일제 침략기를 배운 이상은 우리나라사람이 뼈속 깊이 좋아할 수 있는 나라도 절대 아니고, 일본놈은 다 나~~쁜 놈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내가 그렇게 좋아해 마지 않던 만화들이 모두 다 일본산 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이 질 낮은 것들이 아니라 멋지고 고차원적 이라는 것. 등등이 만화시간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어느 정도 책에 대한 기호가 생겨날 무렵에 읽은 일본책들은 죄다 내 취향이 아니라서 지금도 관심없을 뿐더러 우리나라 문학보다는 몇단계 아래라는 확고한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총체적 문화적 깊이로 봤을 때 일본 보다는 우리나라가 더 뭐라고 할까. 확 슬프지는 않지만 은근히 슬픈 것 (단어로 표현하질 못하겠다!!!) 한마디로 더 품위있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져서 흠. 역시 난 한국 사람이군. 하고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어찌되었든 비극적 역사를 가진 나라 아닌가. 유난히 애국심이 뛰어나군. 이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난 일본 애들 문화가 너무 과대 포장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슨 문화학자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기 때문에 위에 한 말은 다 내 생각이고 의견일 뿐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다. 여러모로 성에 안차고 탐탁치 않은 일본이지만 걔네 나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들이 내가 가장 여리고 순수했던 시절  감수성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것 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거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말하자면 많지만, 대체적으로 난 지브리 스튜디오 가 만든 만화들을 좋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귀를 기울이면 중 한 장면


특히 '귀를 기울이면' 이 제일 좋았다. 그 만화 주인공과 내 나이가 거의 같을 무렵에 봤고, 과장하지 않은 일상 묘사와 주인공인 시즈쿠가 고민하는 것들, 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나이 또래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감독이 얼마나 연구를 했으면 저 정도로 정확하게 심리 묘사를 할 수 있는지 감탄스러운 작품이었다. (심지어 보고 찔끔 울기까지 했다!!! 울만한 내용이 전혀 아님에도)

그 애니메이션들이 내 감수성 발달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OST까지 섭렵하며 듣고 또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연주곡들인데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엊그제는 MP3 Player 에 있던 일본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듣다가 새삼 그때 당시 생각이 났고, 아직 어린 나이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 많은 곡 들 중 베스트로 생각했던 두 곡은 바로 아래 두 곡인데, 첫번째는 에스카플로네 OST 중 Cradle song, 두번째는 귀를 귀울이면 OST 중 이름 모를  OST내 12번째 곡이다.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귀를 기울이면' 이지만, 제일 멋있어라 하는 남자 주인공은 또 따로 있다. 바로 '원령공주'의 남자주인공 아시타카!!!! 이 역시 중3때 만화 주인공한테 반해선 두근거리기 까지 했다. 아직까지도 아시타카는 역대 내가 본 애니메이션 중 제일 멋진 남자 캐릭터 1위다.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8FCBBC8ADFE0D8D8E8C3283C926C4DC7C52E&outKey=211de81290ed57b49039f70bf40f0d8c3a520d30daa8b954b2bdabc84f0d85ae59d48d480f92bec450d5c69985bb70c2



 요즘 나온 연예인 중에 아시타카랑 이미지가 비슷해서 눈여겨 보고 있는 애가 있는데 그 애는

그냥 출퇴근길에 음악 듣다가 생각나서 별 시덥지 않은 글을 이렇게 쓰고 있지만(뭐 다른 글은 그럼 안 그런가. 크큭), 사실 요즘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거 잘 찾아보지도 않고 예전 것만 다시 보고 싶고 그렇다. 늙은건가..

P.S 참고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토토로에서 토토로랑 같이 나무 키우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2D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