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2탄 - 유후인

일본 2009. 4. 30. 11:48

이게 또 얼마만인가. 겨울에 여행기를 쓸 때는 언제 여름이 오나 싶었는데 벌써 4월 조금만 있으면 다시 여름이 오겠다.
아주 오래전 여행기에는 긴리코 호수의 오리사진만 냅다 올렸는데 이젠 긴리코 호수에서 유후인 역까지 오면서 본 상점들을 본격적으로 소개 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사진은 엄청 많음. (어쩌면 사진이 전 여행기와 겹칠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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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자 보면 유후인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코스! 이쁜 상점이 가득! 이런 말이 써 있었던 거 같은데 이쁜 상점이 가득! 하면 뭐하나 사고 싶은 거 다 사지도 못하는 거. 그리고 우리 둘다 오후에는 후쿠오카로 떠나기로 해서 많이 구경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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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역에다가 자전거를 반납하고 료칸에 가서 짐을 찾아서 아침에 예약해놓았던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다시 후쿠오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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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에서 점심 먹기로 해서 여러가지 막 먹었는데, 나중엔 배가 너무 불렀다. 저 유명하다는 롤케익은 과연 맛있었다. 쫄깃한 맛도 강하고. 위에 아메리카노는 유후인 노모리에서 파는 건데 엄청 진했다. 그런데 난 부끄럽게도 기차 안에 저걸 다 쏟아서.. ;; 닦느라 진짜 고생했다. 내 캐리어에도 커피 얼룩 다 묻고.

p.s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이더냐.


유후인에서 꿀맛같은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나서 료칸 1층으로 내려갔다. 저녁은 방안으로 들여주지만 아침밥은 료칸에 있는 식당에서 모여 먹는 거였는데 역시 훌륭했다.
우리가 갔던 료칸이 한국 여행사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곳이라 그런가 우리 빼고는 다 일본 여행객 이었다. 료칸에서 나눠주는 하카타 입고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난 너무 일본스러운 옷이라 별로 안 땡기기도 했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너무 크기도 해서 입지 않았다.
그 전날 밤에 아침에 온천 가본다고 하고 결국 자느라 못갔다. 90% 이상 예견된 일이었지만. 내 친구는 부지런하게 아침에도 온천 다녀왔다고. 결국 일본에서도 유명한 온천 관광지 유후인 가서는 온천 한 번도 안하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난 그냥 그때 더 자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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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다 먹고 짐을 챙겨서 유후인 구경해야지 하고 나서려는데 캐리어가 걸리적 거려서 료칸 프론트에 맡겨달라고 하니 완전 친절하게 맡아주셨다. 아. 료칸 카미노유 강추요.
전날 비까지 와서 그런가 하늘이 정말 맑았고 정말 더웠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 20분 가량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걸까? 우왕. 우리나라에서는 익히 느껴보지 못했던 아침부터의 더위. 우리나라는 진짜 좋은 나라. 히히히. 여름도 견딜만한 더위고 겨울도 딱 견딜만한 추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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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유후인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고 하여 자전거를 대여하러 갔다. 거기있던 자전거는 national 제품으로 반전자동 자전거였는데 오르막길 같은데 나오면 자동으로 전기가 공급되서 하나도 힘 안들이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였다. 매우 더웠기 때문에 오르막 올라가는 것 까지 힘들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 하다. 자전거 대여소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적혀 있는 안내문도 복사해서 주셨는데 여기 저기 많이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많아서 친구가 몇 개 고쳐줬다. 그랬더니 거기 운영하는 여자분 두 분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전자 자전거를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봐서 친구가 적어주고 왔다.
근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는 거라 떨렸는데 역시 자전거는 날 배신하지 않고 잘 굴러갔다. 그런데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자전거가 내 키에 비해 너무 높아서 패달은 밟히는데 절대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오랜만에 자전거 타는 나에게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친구가 뒤에서 보기에 완전 불안하다고... 사실 내가 겁이 좀 많아서 사람이나 차가 좀만 가까이 와도 패달 돌리길 멈춰버리는데 넘어질 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자전거로 차 긁을뻔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님) 근육 경직되어서 타니까 엉덩이는 또 얼마나 아프든지. 흑. 키작은게 죄다 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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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리코에는 오리들이 많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와서 보니 오리 사진이 무지하게 많았다. 나 왜 이렇게 오리를 열심히 찍은거지? 흠. 저번에 TV 보는데 오리 새끼들이 나와서 내가 오리는 다른 새들보다 귀엽단 말이야. 이랬더니 아빠가 그래서 도날드 덕 캐릭터도 나온 거라고 하셨다. 음. 맞는 말 같다. 헐. 딱히 쓸 곳은 없지만 아까워서 여기에 올리겠다. 오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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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유후인 구경하고 후쿠오카행 기차 타는 거 까지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건 무리인 듯 하고 또 기약없이 다음에 써야겠다. 진짜로 큐슈 여행기 다 쓰는데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우와... 무슨 3박4일 여행기를 1년 내내 쓰게 생겼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여행기 쓰려고 사진보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다.

전 여행기에서 말했던 유후인 노모리를 타고 2시간 10분정도 지나서 4시 42분에 유후인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완전 맑은 날씨였는데 유후인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다.
3박4일 여행간 중에 최고 좋았던 때는 유후인 도착해서 잠들기까지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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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정같은 건 거의 다 잡고 어디어디 갈 지 정했는데 중간에 료칸을 끼자고 한 건 친구 아이디어였다. 우리가 예약했던 여행 패키지가 에어텔 이었는데 난 바보같이 중간에 1박을 료칸으로 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료칸을 1박 안 끼었으면 무지하게 억울할 뻔 했다. 다음에 갈 때는 2박 정도 료칸에서 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 좋았다. 근데 저기 유후인은 하루 지나면 별로 볼 게 없어서.. 흠. 뭐 여행의 목적이 온천욕 이라면 또 모를까.

저기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고, 료칸으로도 유명하고, 또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많이 팔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동네라 료칸 찾기도 엄청 쉬웠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카미노유는 유후인 역에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서 길 건너면 바로 보이는 데라 더더욱 찾기 좋았다.
나중에 유후인 갈 사람들한테 우리가 묵었던 료칸 적극 추천합니다. 온천도 지하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고 공중탕도 있고 무려 3개! 특히 야외탕은 시간대를 정해서 다른 사람이랑 겹치지 않게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요.
료칸 문을 열자마자 다다미 냄새인지 뭔지 모를 좋은 냄새가 났다. 근데 유후인 같은 날씨에서는 다다미 안 깔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진짜 진득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비까지 와서는 정말 불쾌한 기분이 최고조였다.

짐 좀 대충 풀고 이제 우리 잠깐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갔는데 가게 아저씨들이 이제 문 닫는다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결정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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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게를 구경하려고 해도 다 닫고 비도 많이 와서 다시 료칸으로 복귀해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 가서 막 샤워를 했다. 거기서 주는 유카타? (내친구 말로는 유카타 라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샤워가운 같았는데) 를 입었는데 너무 커서 질질 끌리고 폭이 좁아서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난 반바지에 나시 입고 있었는데 친구는 키가 크고 료칸에 왔으니까 입어줘야 한다고 계속 입고 있었다.
료칸 카미노유는 맘씨좋은 아줌마랑 할머니 둘이서 같이 하고 계신데 무지하게 친절한데 온리 일본어만 하신다. 친구가 좀 할 줄 알아서 다 알아서 해줬는데 식사는 언제 들여보내줄지 물어보고 온천은 몇시부터 몇시로 할건지 물어보고 그랬다고. 저번에 오사카 갔을 때 처럼 일본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 좀 곤란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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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에어컨을 틀고 기다리고 있으니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꺅. 진짜 맛있었다!!! 상은 한 3번 들어왔었나? 처음보는 생선요리가 많이 나왔고, 따뜻한 음식보다는 찬 음식이 많았다. (여름이라 그런가 아님 일본음식이 원래그런가) 모든 음식이 딱 1인분씩 나눠져 있고, 음식에 대해서도 뭐라뭐라 설명해주셨는데 잘은 모르겠다. 뭐라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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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가져다 주셔서 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겠다 샤워도 했겠다 어제밤에 3시간 밖에 못 잤겠다 잠이 막 술술 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때 머리를 감았었나 안 감았었나 기억이 안나네. 아아. 샤워하면서 감았구나. 아니 머리까지 축축한데 이게 친구 드라이어도 내 드라이어도 220V 만 사용가능한거라 110V에 꽂았더니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거 같은 바람이 나와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렸다.
머리 말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완전 깨끗한 이불도 깔아주시는데 황송하기가 어디 이를 데가 없었다. 누우니까 기분 진짜 킹왕짱 이었어.

우리가 갔던 8월 13일은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특히 올림픽 야구 예선이 시작하는 날 이었는데 TV를 트니 일본에서도 쿠바랑 일본이랑 예선전 경기를 해주고 있었다.
흠. 그래서 그 유명한 다르빗슈 라는 애가 던지는 것도 한번 봤네. 이날 일본은 쿠바한테 졌고, 한국은 미국한테 이겼는데 엄마아빠한테 전화하면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겼다고 말을 듣고 기분좋아서 누워 있는데 잠이 절로 왔다.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온천을 해야겠다고 나가는데 나는 갈까 말까 하다가, 아까 샤워도 했고 단지 온천때문에 또 목욕하기도 싫고 잠도 오고 이런 핑계로 그냥 내일 아침에 할래. 하고 안갔다.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내 친구도 결국은 야외온천은 이용 못했다고 한다. 울 아버지 말로는 비올 때 야외에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기분 좋다고 하는데... 비가 어느 정도껏 와야지. 조금 아깝다. 그 료칸이 딴데보다 쪼끔더 비싼게 야외온천 때문인데.
온천 안가고 누워서 음악 듣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일본어로 '~까' 로 끝나는 말 그러니까 계속 뭘 물어보는 투로 계속 말하시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계속 '오후로 오후로' 이러길래. 오케이. 하고 말았는데, 친구한테 물어보니 오후로가 욕탕이라는 뜻이랜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온천 유명한 데 와서 졸리고 귀찮아서 온천도 안가고.
근데 그냥 온천을 안해도 그 만으로도 100%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이 밑에 사진은 친구가 온천가서 찍어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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