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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2015. 4. 19. 01:27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맥주를 사려다 참았다. 하지만 밤이 되니 술 생각이 간절하여 위스키를 마셨다.
물을 끓여 꿀을 탄 다음 위스키를 섞은 다음 얼음까지 넣어 마셨다. 이렇게까지 해서 술을 마시는 나를 보며, 쓸데없이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 살면 매일 마실 수 있다. 자제하지 않겠다 결심한다면 무한정 마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혈압과 술이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며칠전 병원에서 최고혈압이 79 나온 나는 술을 마신 후 평소보다 더 건강해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나는 직업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사지도 멀쩡한데 왜 이렇게 나약한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감기 후 계속 기침이 나서 밥먹기 약간 불편하다. 어딘가 몸이 안좋으니 더이상 즐거워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불면의 밤

일상 2010. 5. 15. 01:08
12시 반쯤 누웠다가 노래도 좀 듣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원래 야구 끝나고 나서는 컴퓨터 안하는데 누워서 아까 새로 받은 노래 이어폰으로 끼고 좀 듣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서 결국 여기 또 앉았다.
백수라 하더라도 하루 시간은 잘만 간다. 난 대학 때도 그랬다. 그냥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여차저차 시간이 잘도 가더라. 그리고 나름대로 바쁘다. 집에서 밀린 거 할 것도 많았는데 막상 시간이 남아도니까 안하고 있다. 역시 귀찮은 일은 닥쳤을 때 해야 하는건가.
이불덮고 이어폰 끼고 누워 있다보니 혼자살 때가 생각났다.
요즘 하도 새로운 사건이 없다보니 맨날 과거 넋두리만 포스팅 하고 있는 내 신세가 웃기지만, 예전에 특별한 상황에서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그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처럼 난 예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고 그렇다보니 맨날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새벽에는 머리가 이상해지므로 말이 이상해도 참고 내일 아침에 쪽팔려하자)
대학 4학년 여름 방학 때 난 어쩔 수 없이 계절학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엄마아빠가 다 지방에 계셨기 때문에 난 방학 중에는 돈도 아끼고 단 한두달만이라도 엄마밥을 먹고 싶어서 계절학기는 웬만하면 안들었는데 객기로 필수인 영어수업을 2학년 때 안들었다가 결국 4학년이 되어서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 것.
여하튼 그 계절학기 수업 때문에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매일 학교에 갔고 어쩔 수 없이 덥고 더운 그 방에 혼자 지낼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앞에 있는 날림 공사한 원룸들이 대부분 그렇듯, 앞 뒤로 건물도 빼곡하고 창문은 단 하나.
자기 직전까지 에어컨을 틀다가 자기 직전에 에어컨을 끄고 최대한 시원한 상태에서 잠들어보려고 매우 애를 썼다.
앞건물과 너무 가까워서 창문도 활짝 열 수 없어서 조금만 열어두고 어떻게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그 더운 여름에 역시 에어컨 없이 장시간 편히 잔다는 건 큰 욕심이었나보다. 어느날 밤 새벽에 너무 더워서 결국 일어났다.
전기세고 뭐고 살고보자 싶어서 룸에어컨을 틀어놓고 그때만 해도 열심히 애용하던 CD Player 를 작동시켰는데 새로 나온 jamiroquai 앨범이 들어 있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때 한창 삘 꽂힌 talullah 를 3번 연속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이런 상황에 맘편히 전화할 사람도 없고. 에잇. 시발.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연애의 로망은 말하기 부끄럽지만,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더워서 깼을 수도 있고 꿈 때문일 수도 있고) 갑자기 심하게 외로워 지고 서러워 지는 그 새벽에 전화를 했을 때 남자가 내 전화를 받아주는 거다. 크크크크.
남자친구가 있을 때에도 한창 악몽에 시달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한번도 전화한 적이 없었다. 그냥 외로워. 무서워 하고 말았지. 걔가 그 시간에 내 전화를 반가워 할 것이란 확신이 전혀 없었다.
다시 대학 4학년 여름의 그 밤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음악을 들으면서 경찰차가 지나가면서 내 창문으로 비치는 빨강 파랑 빛을 보다가, 서러워져서 누워서 눈물을 쪼끔 흘리다가, 냉장고를 열어 위스키를 꺼내 얼음이랑 섞어서 한잔 쭉 들이키시고 잠이 들었다. 그 위스키는 놀러온 친구가 오빠껀데 그냥 너 주려고 몰래 가져다고 준다고 말하며 준 소중한 위스키였다. 나름 아껴서 먹었는데 한 달을 못가서 저런 식으로 다 마셔버렸지.
지금은 한달에 술을 한번 마실까 말까 하지만, 계절학기 들었던 그 여름에는 "냉장고에 맥주 항상 구비" 가 나의 철칙이었다. 자기 전 맥주 한캔 이 두캔이 되고 세캔이 되고 안주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점점 늘어가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맥주 맥주 하는 구나 하면서 맥주의 맛 세계로 입문하였던 때였다. 그때는 내가 평생 자기전 맥주 한캔을 즐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네.
그 때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맥주는 밀러 였다.
아.. 이제 누우면 잠이 올까?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