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종교

음악 2016. 10. 16. 22:51


1. 내 입으로 내 성격 유별나다고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조차, 오만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내 성격이 남과 어울리기 쉽지 않은 성격인 것을. 그래서 나와 관계를 유지해주는 사람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내 성격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좀 아프다. 그 친구가 워낙 성격이 좋아서 나의 이상한 성격을 계속 참아주고 있는걸까? 혹시,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어쩔 수 없이 나와 놀아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든 하루였다. 날씨도 우울했다.


2. 작년에 대만 놀러갔을 때 평소처럼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샀고, 대부분은 전해줬지만, 아직도 주지 못한 한 개의 선물이 책장 선반에 박스째 그대로 있다. 이 선물을 줄 날이 올 지 모르겠다. 받는 사람은 그닥 고마워하지도 않고, 아마 아무 의미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나는 정말 그 선물을 공들여 골랐다. 어느 곳을 가든지 상점에서 선물로 좋은 게 있을까 살피고 고민해서 고른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영원히 전하지 못하더라도, 선물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여행지에서 보냈던 시간은 정말 행복했으니, 내 책장에서 계속 먼지가 쌓이더라도 완전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3. 금요일에 퇴근길에 Pat metheny 의 James 를 들으며, 나의 종교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을 뒤돌아 보면 삶의 고비마다 배경음악이 되고, 불행이 지나갈 때까지 내가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해주었던 음악이 한 곡씩 있었다. 과거 언젠가 내 삶의 충실한 배경음악이 되어 주었던 Pat metheny의 James 를 다시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도 지금도 이 곡은 나에게 큰 희망을 준다. 정말 이렇게 큰 위로는 없다.  그 무엇도 이만큼 나에게 즉각적으로 위로를 줄 순 없다.

  태어나서부터 쭉 기독교를 믿고 있고,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기도를 하면 안정을 찾곤 하지만, 기도도 음악만큼 나에게 활력을 주진 못한다. 학자처럼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고, 요즘 유난히 들었던 음악만 또 듣곤 하지만, 음악은 나에게 신이자, 위로이자, 마약이자, 슬픔 또는 기쁨이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데 이렇게 구구절절 음악에 대한 내 마음을 써놓는 것이 좀 웃기다. 하지만, 정말 음악이 내 곁에 있어서, 내가 음악을 사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절실한 나는 음악을 재생 시키기만 하면, 10분 내로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 핸드폰에 있는 음악을 만들어주신 음악가들 존경스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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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향연


그 후, 산시로, 문 까지 3부작 다 읽었다. '문'은 '그 후' 의 다음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인데 생각보다 너무 불행해서 속상했다.
소설 '그 후' 에서 다이스케 보면서 부럽고 질투나고 심지어 화까지 났지만 '문' 에서는 불쌍했다.
소설 주인공은 소스케 인데, 오요네와 서로 의지하며 도쿄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친구의 아내를 동생인 줄 알고 본의 아니게 빼앗아버린 소스케는 3번의 유산 역시 하늘이 내려주는 벌이라고 생각할만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고 있다.
'그 후 에서는 친구의 아내인 줄 알면서도 미치요와 다이스케가 도망치지만, '문' 에서의 소스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님에도 왜 그렇게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라고 소개한 야스이가 더 잘못 아닌가.
나 때문에 남이 불행해졌다는 느낌을 아직 받아본 적은 없다. 나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나 때문에 남이 불행해졌다는 그 죄책감은 어떤 느낌일까?
소스케처럼 그 어떤 불행이 오더라도 다 예전의 나 때문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일까? 죄책감은 어차피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불행까지도 과거의 일과 인과 관계를 억지로 만들 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

한 때는 그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었다.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로 불행하게 만든 적은 없고, 없다고 믿고 있지만, 아주 잠시 한 2년동안 나에게 닥친 불행이 다 과거 내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척, 괴로운 느낌이긴 했다. 후회해도 되돌릴 수 있는 건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괴로움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으니 우울할 수 밖에는 없다.
3부작을 주인공의 나이순으로 배열해보면 산시로-그 후-문 이 순서가 되는데 날씨 역시 봄 여름-여름 초가을-가을 겨울 순으로 되어 있다. 사랑에 빠지는 봄,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마는 여름,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루는 겨울.
'산시로' 읽을 땐 기분이 좋았고, '그 후'는 흥미진진 했는데 '문'은 읽는 것 만으로도 괴로워 지는 책 이었다. 그만큼 나쓰메 소세키가 잘 썼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못된 숙모 말이다. 완전한 악역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악인 인 거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게 아닌 척 나쁜 짓 하는 못된 사람 말이다.
요즘 드라마 유행은 악인한테 한방에 복수하는 거 던데, 이렇게 복수 하는 거 왠지 품위 떨어지는 거 같다. 읽기 괴롭고 화나도 그냥 아무말 못하고 당하는 사람 심리나 모습 보여주는 게 공감이 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그렇게 당하고만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기도 하고 말이다. 소스케도 결국 끝까지 당하고 산다.
 
소스케와 오요네는 겨울을 지나 봄을 맞지만, 소스케는 다시 겨울이 오겠지. 라고 말을 한다. 결국 소스케와 오요네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 일까? 나쓰메 소세키는 아무래도 이 부부를 끝까지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나보다.
아 당분간은 재밌는 소설 읽어야지. 우울해지는 소설은 그만 보련다.


고양이를 부탁해 O.S.T

위로 2008. 12. 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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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O.S.T 난 예전부터 왜 영화홍보 카피를 저렇게 지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영화내용이랑 전혀 상관없는. ;


난 실패하는 이야기가 좋다. 이건 무지하게 우울할 때 희망에 가득찬 노래를 들으면 더 성질이 나는 거랑 비슷한 논리다. 왜냐면 난 동질감 쪽에 훨씬 더 큰 위로를 받는 편이니까.
내가 실패했으니 너도 실패해야 한다. 는 건 세상에서 최고 찌질한 심리임에 틀림이 없다.
근데 나는 우울할 때는 우울함의 끝을 달리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만큼 우울한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면서 위로를 받고, 실패를 했을 때는 나처럼 실패한 사람들 얘기를 듣고 싶고 보고 싶고 그렇다. (근데 인간극장이나 병원24 같은 불행함을 극대화 하는 건 정말 싫다)
예전부터 난 "키즈리턴"하고 "고양이를 부탁해" 에 대해서 자세한 내 느낌이나 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 쓰고 싶었는데 역량부족으로 항상 중도 포기하곤 했다.
키즈리턴과 고양이를 부탁해는 비슷한 점이 많은 영화다. 두 영화 모두 학생에서 어른으로 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고 두 영화 주인공들은 모두 실패한다. 두 영화가 좋은 이유는 헐리우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이 좋아하는 영화들처럼 감정의 과잉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두 영화만큼 실패했어도 다시 시작하면 그만임. 이라는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아 그리고 두 영화의 다른 공통점은 사운드트랙이 무지하게 좋다는거다. 두 영화에 들어가는 영화음악 모두 항상 내 MP3에 넣어두고 듣는데 들을 때마다 막 벅차고 그렇다.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랑 거의 동갑일 때 두 영화를 접한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양이를 부탁해 배경은 우리 동네라서 더 신기하고 좋고 그렇다. 첫 장면을 월미도로 시작하여, 주인공들이 졸업한 고등학교는 우리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인천여상)

위의 고양이를 부탁해 ost 는 내가 가장 최근에 산 CD 인데, 항상 멜론 같은 데서 듣다가 소장하고 싶어서 구입을 했다. 그런데 여기 들어있는 음악을 퇴근길에 들으면 염세주의자 기분이 되어 큰일이다.
저번에는 혼자 집으로 들어가면서 음악을 듣다가 울 뻔 했다. '별' 이라는 밴드가 만든 음악인데 도대체 얘네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걸까. 특히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에서 -이 아픔을 넘고싶어- 라는 가사를 들으면 또 울컥하고 그런다. 크게 알려진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검색을 해도 정보가 없다. 티스토리에서 저작권 정보에 유의하라고 메일 왔는데... 큰 맘먹고 한번 올려본다. (지워야 한다고 통보가 오면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