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생긴다.

일상 2010. 2. 24. 17:18
이번 설 연휴 동안 묵은 내 짐을 다 정리하는 동안 중학교 때 찍은 스티커 사진 부터 대학 때 뽑아놓은 등록금 영수증 까지 별의 별 물건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물건은 예전에 사귀는 것 같지도 않게 사귀었던 남자애랑 찍은 스티커 사진들하고 내가 2년 동안 엄청 쫓아다녔던 남자의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사귀었던 애와의 사진과 편지는 다 버린 줄 알았는데 스티커 사진은 꽤 많이 남아있어서 헉!! 했다. 일단은 그 안에 있는 내 얼굴이 너무 어려서 헉! 했고, 내가 걔 얼굴을 전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에 또 한번 헉 했다. 사귀는 내내 괴로웠는데 이 죽일놈의 기억력 때문에 사실 난 아직도 걔 핸드폰 번호를 기억한다. 모든 어린 연인들이 헤어지는 흔한 이유인 군대 때문에 헤어졌지만, 난 아무래도 걔한테 저주를 받은 거 같다. 일명 김일병의 저주라고. 걔가 일병일 때 헤어진 이후로 지금까지 남자가 없는 저주다.
내가 걔를 속된 말로 처참히 차버리고, 며칠 뒤에 내 앞에서 걔가 목 매달고 자살하는 꿈을 꿨다. 학교에서 저번에 한번 마주쳤는데 허겁지겁 정말 미친 듯 그 자리를 피했다. (눈이 마주친다면 걔가 나한테 욕을 한바가지 할 거 같았고, 난 욕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가끔씩 걔한테 마음 속으로 제발 날 좀 용서해서 저주를 풀어달라고 빌고 있다. 내가 지금껏 이런 게 걔 탓은 당연히 아니지만서도, 사귀면서 헤어지면서 못되게 군 벌을 받느라고 이쪽 방면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가까운데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빌까. 크큭;

그리고 나서 대학 다닐 동안 엄청 쫓아다닌 남자가 한 분 있었다. 김일병과 헤어지고 자유를 만끽하는 동안 만난 분인데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어느 순간 반해서 2년동안 그 분을 참 많이도 귀찮게 한거 같다. (근데 정말로 난 진심으로 그 분을 사랑했다) 결국 그 끝은 아주 처참했는데,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는 그 분이 지방으로 취직해 있을 때 다른 데 취직할 때 필요하니 스캔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던 것 이었다. 그 때 프린트 해 놓았던 걸 이제껏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지방에 가 계실 때 나한테 전화가 갑자기 잦아지고 먼 곳에서도 서울에서 가끔 만날 땐 일말의 희망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분도 지방 가있고 적적해서 나한테 연락이나 하셨던 거 같다. (그땐 왜 몰랐지) 그게 벌써 2007년 일인데. 그 분과 처참히 끝이 나고 난 완전히 취직을 했고, 취직해서는 회사 집 회사 집 만 왔다갔다 하면서 연애는 커녕 새로 만난 남자와 한달 이상 연락한 적이 없는 암울한 생활을 계속 했다.

김일병과 헤어지고 반해서 어떤 남자를 쫓아다니다가 취직을 하고 이제 연애의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느끼고 있는 나였지만,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나고 저번의 실패와는 달리 그 남자도 날 좋아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않을까 않을까 않을까? 하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처참히 끝난 그 분 이후 생기지 않을 거 같고, 날 좋아하는 새로운 남자가 생기지도 않을 거 같고 그래서 난 좀 우울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했던 그 분은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드셨던걸까? 요즘 들어 소식이 좀 궁금한데 왠지 여자인 나의 육감으로는 나와 그렇게 끝나고 1년이 안되서 결혼하셨을 거 같다. 쳇.

회의 들어가야 하는데 싫다. 이쯤에서 놀라운 소식 하나를 전하자면 (아무도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지만) 회사를 관두기로 했다. 3월 말 어쩌면 더 빨리. 나 혼자만의 결심이 아니라 회사에도 이미 말했다. 홀가분하다!

어제 밤에는 엄청 심란한 꿈을 꿨다.
난 스타크래프트 하는 사람도 아닌데 꿈에서 파이어벳한테 엄청 쫓겼다. 새벽에 너무 쫓겨서 한번 깨서는 웃겨가지고 피식거리다가 기억해 놨다가 내일 아침에 블로그에 써야지 했었는데... 파이어벳한테 쫓긴거 밖에는 기억이 안난다. 아무래도 내가 스타크래프트 등장인물이 되었던 거 같은데. (참고로 파이어벳은 가스통 들고 불 뿜는 애들이다. 무서웠다.)
중3인가 고1때 도대체 맨날 TV에서 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뭐길래. 라고 생각하며 동생에게 잠깐 배웠던 적이 있다. 미네랄 캐고 마린이랑 탱크 가지고 공격하고. 재미 하나도 없어서 관뒀다. 솔직히 말하면 하는 것에 비해 실력이 늘지 않아 재미 없었다. 역시 난 그냥 닌텐도에 있는 레이튼 교수와 이상한 마을 같은 게임이 좋더라. 아 요즘 닌텐도 많이 못했네.
첫번째 저 파이어벳한테 엄청 쫓기는 공포스러운 꿈을 꾸고 잠깐 깼다가 다시 잤는데 안간지 3년도 넘은 전주 터미널이 꿈에 나왔다. 전주 터미널은 윗층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운데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서 돌면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엄청 시골스럽고 꼬질꼬질한 터미널이다) 그런데 꿈에서는 거기로 택시가 올라갔다. 택시가 2층까지 데려다 줬는데 아니 이놈의 택시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안걸고 기사가 내렸다. 문이 열린 채로 택시가 계속 후진하는데 너무 공포스러워서 택시기사를 막 부르니까 택시기사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다시 타서는 아이쿠 죄송합니다. 하는 게 아닌가.
근데 12시 이전에 꿈 얘기하면 재수 없는건가? 흠. 어쨌든 저 2가지 꿈을 꾸느라고 그런지 아침부터 유난히 피곤하였다. 추워서 엄청 오바해서 목도리 모자쓰고 뜨뜻한 전철 의자에서 마음껏 잤다.
난 중학교 때 부터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오늘 아침에 네이트온에 접속하자마자 말을 걸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평소에 네이트에 접속 잘 안하는 친구)
그런데 세상에!!!!! 연애를 시작했다는거다. 친구가 연애를 시작하다니. 내 친구가.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내가 이렇게 놀라워 하는 이유는 친구가 못나서가 아니다. 친구가 나보다도 더 사회활동이 없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역시 만나게 될 사람 둘은 어떤 방법으로든 만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친구가 네이트 온에서 말하는 투로만 봐도 그 분을 좋아하는게 느껴져서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랬다.
나도 뭐 사회생활 없지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 아닌가?
내가 만날 사람이 있다면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그 곳으로 가게 된다는데 내가 지금 가고 싶어하는 곳에 나의 그 분이 계신걸까? 크큭. 끝끝내 내가 목표한 곳에 못간다면 이대로 늙는건가? (갑자기 뭔소리야)
연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내가 조금 어렸을 때는 신발을 신고 나오면서 일말의 기대가 항상 있었다. 성격도 성격이고 센스도 별로 없어서 이쁘게 하고 다니지 못하지만, 신발을 신고 사람들 속을 걷다보면 내 이상형을 발견하거나, 예전 전지현 나온 광고처럼 버스에서 내릴 때 저 지금 내려요. (으하하하하 물론 내가 이걸 하겠다는 건 아니다!!!! 절대) 같은 상황이 나온다거나. 아니면 전철에서 두둥~ 하고 내 짝을 만나는 그런 유치한 상상을 쫌 했었다. 많이는 아니고 쫌. 그런데 점점 내 현실을 깨닫고, (아무리 많이 꾸며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비주얼과 상황) 또 회사 집 만 왔다갔다 하면서 피폐해져서 요즘에는 전혀 일말의 1g 의 기대도 없고 그래서 실망할 일도 없다.

힘빠지는 소식.

일상 2008. 12. 3. 09:46

블로그에 한동안 주제로 말한 적이 있었는데 2008년 직장에서 "부장한테 관둔다고 말함→부장이 부서 변경해준다고 함→그러나 옆에 있는 선배와 부장간의 뭔지 모를 모의로 그 선배가 나 대신 나감."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황폐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정말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지 소원대로 원하는 부서로 옮겼던 그 선배가 회사를 관둔댄다. 8월달부터 그 부서 가서 일을 했으니까 딱 4개월이네. 고작 4개월 일하려고 그렇게 했나? 신혼여행 갔다와서도 나한테 그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다가 미영씨 미안해요. 이렇게 그것도 "메일로" 말해 놓고 끝이었다. 블로그에 자세히는 안썼지만 그때 그 메일 받고 완전 열이 받아선 회의실 가서 한판(?) 한 적도 있었다. 내 입장에선 그 선배가 너무 가증스럽고 재수가 없었단 말이다. 그 일을 계기로 새로운 나의 참 모습을 발견하였다. (난 내가 싸가지없는 말을 그렇게 잘하는 지 첨 알았어)
오늘은 12월 2일. 이 포스팅을 쓰다 만 게 11월 28일인데 그 선배는 28일날 오후에 나갔다.
부장이 나가서 같이 나간건가? 그 선배한텐 저번달에 나간 부장만한 보디가드가 없긴 했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열받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화가 날 뿐.
솔직히 말하면 그 선배같이 사는 거 가끔 부럽다. 조용조용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면서 원하는 건 다 하고. 거깃다 남편도 잘 만났나봐. 쳇. 그러니 요즘 세상에 회사를 떡하고 관두지. 집에서 쉰다는데 진짜로 집에서 쉬는건지 딴데로 옮기는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집에서 진짜로 쉬는 거면 나 진짜 열등감 폭발함.
아 이건 다른 얘긴데 내가 남자를 지금 못 만나겠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만약에 직장인 남성을 만난다면 회사 관두고 싶은 생각이 너무 큰 나머지 남자한테 왠지 매달리거나 연연할 것 같다. 그런 추한 모습은 싫다고. 변명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도 금전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와 지면 그때 그냥 남자 만나련다. 크크크 사실은 남자쪽에서 날 좋다고 하는 일이 아주 드물기도 하고.
 
아.씹. 이제금방 루꼴라가 망년회 하잰다. 혼자해!!!!! 제발....

이런 말 하는 건 누워서 침뱉기 이긴 한데, 아무래도 다음 달 부터 우리집 생계의 일정부분을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다. 난 어쨌든 정해진 날짜에 월급 나오는 입장이니 어쩔 수가 없다.  물론 부모님이 우리 집 형편에 어렵게 사립대학교도 보내주고 철없이 자취까지 하면서 생활비 받아썼지만, 대학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자기가 번 돈은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축복받은 집안에서 태어난 자들 부럽다.
뭐 대학 때 해외여행 한 번 못가본 나를 보면서 혹자는 아르바이트 해서 가면 되지. 라고 말을 했는데 그런 말 하는 애들 보면서 뒷통수를 후려갈겨주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난 대학 때 휴학해서 번 돈 중 일부는 우리 집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올 때 빌려주고, 나머지는 운전면허 땄다. 크큭.
후...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돈 좀 벌어서 단 한달이라도 회사 다니는 거 말고 내가 원하는 짓(?) 좀 해보고 싶은 "열망"이다.
그런데 톡 까놓고 말하면 돈이 있어야 그런 것도 가능한거다. 누군 멋있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 없나?
어쨌든 돈 벌어서 모아야 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그 계획도 차질이 생기고 내 미래도 차질이 생기고 그러니까 우울해졌다.
에휴. 그래 내 꿈이 너무 야무졌다.

헉. 나 이제금방 제대로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아 걔가 이 블로그 보고 있으면 어떡하지 (걔한테 여기 알려준 것도 같은데) 대학때 알고 지내던 애가 나한테 회사에서 펀드 할당 떨어졌다고 명의를 빌려달라고 문자가 왔다. 미안하다고는 하는데, 우와... 나 걔 안본지 3년도 넘었는데.
물론 한 때 친하긴 했는데 그래도 대학 졸업한 후로는 전화 한 번 안했는데. 네이트로 몇번 이야기 한 게 다.
이건 대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때 중학교 때 알고지낸 애가 전화해서 니 생일 쿠폰으로 아웃백 가서 케익 먹는다고 주민번호 알려달라고 했을 때 만큼 충격인데.
결국 나 그런거 꺼림직 하다고 다른 애 알아보라고 문자 보냈다.
머니투데이 라는 뭔 찌라시 같은 신문 보니까 증권가에 자살하는 사람 꽤 된다고 출처 없는 기사를 내보냈던데 진짠가? 역시 금융계는 많이 받는 만큼 힘들다니까.

요즘 블로그가 조금 뜸했던 이유는 인터넷으로 하는 다른 볼거리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 하는 내내 중간중간 눈빠져라 봤음) 집에가서는 일본어 공부에 치중하느라. 크크크 결국은 일본어 공부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
난 고3때 잠깐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했는데 이과는 가타가나 안외워도 된다고 해서 히라가나만 외우고 그냥 간단히 배웠다. 뭐 수능 과목이 아니라 그냥 저냥 하는 수준이었는데, 야구가 끝나니 새로 드라마 시작하기도 싫고 그래서 일본어 공부나 좀 해보자. 하고 시작을 했는데 아직 열의에 차 있는 단계라 집에가서 컴퓨터 안하고 열심히 일본어 공부 하고 있다. 근데 뭐... 용두사미가 인생의 대테마인 나에게는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이제 가타가나 다 외웠는데 문제는 가타가나 단어를 읽는데도 엄청 오래 걸리고 읽어도 이게 도대체 뭔 단어를 이렇게 말하는 지 모르겠다는 거. 그리고 일본애들은 왜 한자를 섞어 쓰는 겨. 한자만 완벽히 알아도 일본 문장 이해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을 듯. 고등학교 때 한자 선생님이 말하는 건 몰라도 일본 가서 문장 같은 거 이해 안되서 고생은 안했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간다. 흠... 그럼 중국애들은 일본 여행하기 더 편한가? 박물관을 가도 역을 가도 대부분의 지명은 한자니. 이래서 내가 한글이 좋다. 한자도 다 한글로 쓸 수 있고 얼마나 좋아.

흠. 사실 나한테 가장 필요한 공부는 일본어가 아니고 한자 인데.. 맘 같아선 재능한자 장원한자 같은 거 시켜서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다.; 그럼 아마 선생님보다 내가 더 나이 많겠지.

오늘은 12월 3일. 우와... 포스팅 하나 쓰는데 오래 걸리네 흐흐흐.
아 위에 장원한자 말인데, 나 어제 진짜로 장원한자 사이트 가입했다. -_-;;; 진짜 진지하게 물어봐야지.

아 원래 내 포스팅이 잡탕 이라 또 다른 얘기 하나로 넘어가면, 남자라고는 아예 씨가 말라버린 나에게 그나마 연락하고 지내던 대학 선배 오빠가 있었다. 제대하고 처음 본 여자가 나라서 그랬는지 날 좋아한다고 했다가 내가 끝끝내 거절을 했다. (뭐 잘났다고?) 어쨌든 언제나 그 오빠가 마음 속 부담으로 있었는데 2주전인가 주말에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여자친구가 생겼댄다. 원래 여자애들이 이런 상황일 때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고 그런다는데 난 전혀!!! 아니었다. 그냥 좀 홀가분한 기분?
어제밤에 생각난 건데 내가 그 오빠를 거절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얼굴을 만지는 걸 한 번 당하고 나서 부터였던 것 같다. 아니 얼굴에 뭐 묻었으면 말해주면 내가 거울 보고 어련히 알아서 할 걸 왜 직접 손으로 만지고 난리야. 그때부터 대학 선후배 이상으로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0에 수렴했고 그 생각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듯 하다. 아 난 친밀하지 않은 누군가가 나 건드는 거 싫어.
여자친구랑 싸운 얘기 들어보니 여자가 그 선배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직장도 좋은데 다니고 집도 좋은데 인 것 같고. 잘 된 거 같다. 나도 속 편하고.  이게 제 3 자의 입장에서 연애하는 여자의 행동 말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이해가 안가더라. 근데 또 이렇게 말해놓고 나도 연애하면 똑같아 지나? 아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 안남. 흐흐흐. 근데 난 며칠 전 포스팅에서 등장한 애랑 사귈 때는 동갑이라 그런가 진짜 박터지게 싸웠던 것 같은데... 오. 연애는 진짜 힘든 짓거리야. (죽어도 못하는 거란 소리는 안함)
뭐 그 선배 말로는 내가 너무 방어적이고 니가 남자 못만나는 가장 큰 이유는 니가 만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그거 빼곤 없다는데 남자들이 나 싫어하던데. 라고 말하니 남자들이 니 외모 보다는 성격을 더 싫어할거랜다.(아니야 실은 외모를 더 싫어할거야) 흠, 나는 또 말하지만 이상주의자라... 언젠간 나한테 맞는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흐흐흐 아 구려.

12월이 되었는데 별 느낌이 없다. 많이 안 추워서 그런가? 12월은 크리스마스 이고 연말이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사이에 내 생일이 절묘하게 끼어있고 해서 기분이 새삼 새로워지고 그러더라. 그렇다고 특별하게 뭘 준비하는 건 아니고.

아. 갑자기 만화책 보고 싶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완전 병맛이야. (얼마나 더 이상해지나 오기로 읽고 있는 중) 쓰잘 데 없이 헛소리가 참 길었다.


배고픈 밤이다.

일상 2008. 11. 15. 00:12
이제금방까지 또 야구 블로그 가서 분노의 검색질 좀 하느라고 야식을 먹지 않았다. (분노의 검색할 때는 모니터안으로 빨려들어갈 정도로 집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음 크크크)
아 저번에 블로그에도 썼었던 흑염소는 어제밤으로 다 끝났다. 나도 참 대단한게 웬만한 사람은 역해서 못 먹을 것 같은 흑염소를 누워서 자려고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단숨에 마실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먹었으니.. 이러니 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듣지.

저번주에는 또 어깨와 허리에 담이 와서 부항뜨기 침맞고 찜질하러 한의원에 갔다. 이 담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한게 집에서 아무리 스트레칭 하고 난리를 쳐도 풀리지가 않는데, 부항 한번 뜨면 그냥 담 걸린게 풀리더라. 담은 어떤 느낌이냐면 어깨에 딱딱하고 얇은 덩어리 같은게 날개뼈를 중심으로 주욱 깔려있는 느낌인데 저번주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일도 많고 그래서 점점 더 심해졌다. 이 담이 심하면 너무 결려서 기침도 못하고, 웃지도 못한다.
나는 고3 시작할 때 머리가 너무 아파서 비싼 검사를 아산병원에서 한번 받았는데 그때 의사가 큰 문제는 없으나 뇌를 너무 많이 쓰면 그 뇌를 쓰는데 필요한 힘? (힘이라고 하진 않았고 뭐라 했는데) 같은게 필요한 건데 나는 체력이 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근육량이 심하게 부족하다고 그랬다. 집으로 오면서 어쩐지 요즘 평소 답지 않게 내가 수학정석좀 풀어줬지. 하고 공부를 관두고 푹 쉬었다.;
한의원에서도 가지고 있는 근육에 비해 과한 운동을 하면 이렇게 담이 오는거랜다. 요즘 회사에서 나보고 힘이 장사라고. 완전 일꾼이라고. 놀리는 건지 칭찬인지 약올리는 건지 모를 말들을 막 하는데 야 이 사람들아. 니들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난 맨날 한의원 가서 부항뜨고 침맞어. (고3 때 "근육량이 심각하게 부족함" 이 얘기 듣고도 운동안한 내 잘못도 크지만)

아 원래 오늘 아침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게 아니고. (또 포스팅 길어지네)

어제밤에는 별안간 대학 때 사귀었던 남자애 생각이 났다. 난 23살 새해가 되기 전 걔랑 헤어졌는데 걔가 날 아주 많이 좋아했다. (아오. 내 입으로 이런말 하려니 민망하네. 뭐 나도 도대체 왜 날 좋아했는지 이해 안가지만)
21살이었나 20살 이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반팔 입는 날씨였다. 아마 기말고사 쯤이었나보다. 걔랑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가려고 우리 대학교 옆에 있는 공전 운동장 쪽으로 갔다. 그 길은 우리 자취집으로 가는 일종의 지름길 같은 길이었으니까.  
근데 낮에 비가 와서 그랬는지 완전 운동장이 진흙탕이었다. 그래서 난 신발도 드러워지고 하니까 그냥 후문으로 나가서 돌아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또 걔가 죽어도 그건 싫댄다. 그러더니만 걔가 그렇게 저기 걷기 싫으면 자기 등에 업히라고 하는거다. 난 됐다고 했다. 왜냐면 걔 가방도 꽤 무거웠고, 걔가 겉보기에 나 업고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갈만큼 강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또 죽어도 후문으로 가긴 싫다는 거다.
결국 걔는 자기 가방은 앞으로 매고 날 업고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갔다. 근데 의외로 걔가 하나도 안 힘들어 하는거다. 엇? 의외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난 결국 그 지름길을 갔는데, 그게 내가 남자등에 업혀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 암울한 인생)

내가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났냐면 어제밤에 마지막 흑염소를 먹는데 저번주 한의원에서 잰 내 몸무게가 생갔났기 때문이다. 연애하던 21살 때와 비교하여 3키로나 늘은 내 몸무게를 보고 크게 좌절했다. 솔직히 걔가 나 운동장에서 업고 걸어갈 때는 내가 지금 키를 구축한 이래로 가장 가벼웠다!!!! 
예전의 나는 아무리 야식을 먹어도 살이 안찌고, 살이 조금 쪘어도 요즘 살을 좀 빼야겠구나 맘 먹은 것 만으로도 신기하게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젠 그게 안된다. 흑염소 마시면서 이게 다 흑염소 때문이다. 열폭해도.. 아니야. 이젠 난 21살 때 몸무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흑.

아주 잠깐동안 자기 전에 저 운동장에서 업힌 사건을 생각했는데 또 신기하게 꿈에 걔가 나왔다. 꿈의 내용은 걔를 만나서 별 거 없이 걷고 있는데 걔가 삐진 거다. 그래서 잰 또 왜 삐진겨 이러면서 난 불만 가득했는데 걔랑 같이 걷다보니 도착한 곳이 내가 대전 초등학교 때 다니던 서머나 감리교회 지하 예배당 이었다. 그때 거기 있었던 갈색 장판까지 똑같았어. 하여튼 신기한 꿈이었지.

결론은 21살 때보다 난 3키로나 쪘고, 그것 때문에 지금 배고파 죽겠는데 야식 안먹고 버티고 있다는 거? 아 배고프니 우울해진다. 자야지.

열등감 폭발

일상 2008. 3. 1. 23:31


어제는 한달동안 못보고 있었던 그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연락하기 어려웠을 한달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던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지만, 난 한번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실이 그랬다. 거짓말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 거짓말로 답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진짜 보고 싶으면 보고 싶냐고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한테는 보고 싶다는 말을 잘도 했다. 지금 나한테 말하는 오빠처럼 나 역시도 '나도 보고싶다.' 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2005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한번도 변함없이 날 좋아해준 사람이었다. 2005년에는 내가 누굴 진짜로 좋아해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지 전혀 상상조차 못하는 그런 뭣 모르는 사람에 불과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잔인하게 거절을 하고, 다신 만나지 말자고 말했으나, 그럼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자. 는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 이제까지 제일 친한 사이로 지내오던 사람이었다. 그 사이 난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걸 뻔히 다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화 한번 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벌을 받았는지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사람한테 끝내 난 거절을 당했고,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날 좋아해줬던 사람한테 했던 나의 싸가지 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을 했고, 나 따위를 좋아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깨달은 또 한가지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내내 혼자 좋아해서 그런건지, 나란 인간이 원래 그런건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에 누군가가 내가 했던 방식 그대로 날 좋아한다면 나 역시도 오 마이 갓을 외치며 도망갔을 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일단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나한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거다. 의문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요즘에는 이 의문이 점점 확신으로 굳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보다 남자들한테 사랑받기 힘든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도 이젠 거의 확신 단계로 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나마 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식하게도 그래 그렇다면 아무도 안좋아하면 되잖아. 이거였다. 실제로도 이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알고지내던 남자들한테도 미련이 없어졌고, 더이상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예전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감정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여겨지는 요즘이었다. 그냥 회사에서 하루 제대로 보내면 다행이었다. 다른 건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운 건 생각도 안날만큼 지겹고 구질구질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달전에는 50% 이상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한 달 후에 이 사람이 돌아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어떻게 말을 할 지까지 생각해놓은 상태였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이젠 벌써 2008년인데 2년이 넘었는데 이 상태로 받기만 하고 있는 건 너무  양심불량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누굴 좋아할 용기도 없고 마음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냥 날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함께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월급을 탔다면서 저녁을 사주고 차를 마시는 데 어쩌다보니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말 안하고 있던 문제에 그 사람이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 : 내가 말하는 부분)

- 이번 년도에는 진짜 누가되었든지 사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 아. 그래?
- 이젠 정말 외로워.
= 오빤 내가 아직도 좋아?
- 응.
= 진짜 뭐 여자로서 좋고 그런거야? 아니..신기한게.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힘든 인물 아닌가..
- 내가 널 진심으로 안좋아한다면 이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지. 그냥 사귀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 오빠 난 요즘에 뭐 누굴 사귀고 싶고 뭐 남자 만나고 싶고 그런 생각이 아예 안든다. 그냥 다 귀찮아. 근데 오빠가 보기에도 난 앞으로 남자 만날 일이 아예 없을 것 같지?
- 그건 그래. 솔직히 말하면 너 나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다니까.
= (웃으며) 그..그런가. 근데 이제부터 나 남자 진짜 많이 사귀겠다 작정하고 남자 만나도 안될까?
- 안되지. 아니. 그게 니가 못생기고 매력이 없고 그래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니 성격에 그런 게 될 것 같냐?
= 하긴.
- 그냥 요즘에는 고민중이야. 난.. 니가 날 안좋아한다는 걸 알거든.
= (쥬스 마시다가) 컥.
- 예전에는 니가 날 하나도 안좋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 상태로 널 사귀어도 되는걸까.. 니가 날 하나도 안 좋아하는 걸 이렇게 뻔히 알고 느끼고 있는데.
= 쥬스가 안넘어가네.
- 근데 난 요즘에는 그냥 니가 나 아닌 다른 남자라도 만나고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
= 그..그래?
- 너 그대로 가다간 진짜로 아무도 못만나고 사귀지도 못하고 결혼도 못할 것 같거든.
= 사실.. 오빠 나.. 앞으로 결국 아무도 안좋아할 것 같고 뭐 사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오빠랑 사귈까 생각을 했다. 그냥 사귀다보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얘가 그래도 사귀다보면 날 좀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근데 그렇다고 사귀고보자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잖아. 그러다 헤어지면 이제 앞으로 못볼텐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 결론을 못내고 집에 오는 길에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말은 이젠 나 아니어도 되니까 다른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라는 이 말이었다. 난 아직 26살이고 뭐 설마 앞으로 내 연애라이프가 이렇게 끝이 나겠냐고 생각도 하고 주변에 애인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내 상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사실 지금 하루가 지난 상태에서는 또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들지만.  
어제밤에는 갑자기 내가 앞으로 정말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언제는 아무도 안 좋아하겠다고 결심했으면서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연애가 끝나고 내 다시는 연애 안한다. 라고 결심을 했는데 (그러면서 또 결혼은 한다고 말했음) 진짜로 난 연애를 다시는 못하고 있다.  근데 또 결심한 것 처럼 진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별안간 두려워지고 서러웠다.

내가 결심은 했다고 말은 했지만, 연애를 한번도 안하겠다는 것도 누군가를 절대 좋아하지 않겠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다. 그냥 못하고 있는 걸 들키기 싫어서 안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안하겠다고 둘러대는 것 뿐이다. 또 '사귀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건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오래 전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냥 끝내기엔 뭔가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바로 내가 그렇게 욕해마지않던 사귀기는 싫고 그렇다고 보내기는 싫은 사람 곁에다 두고 못살게 구는 행위 아닌가. 

이 모든게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자신감을 복구할 방법이 아직까지는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면 너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문젠데. 이런 건 그냥 단순한 상처가 아니고 이미 오랜시간 굳혀진 생활태도 중 하나라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답답하고 다시 또 두려워졌다.

P.S 월요일 아침 - 어제 밤 새벽 1시까지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내 친구 말로는 나만 그런게 아니랜다. 크크큭. 모두들 마찬가지란 얘기. 하하핫. ;;


다짐.

일상 2008. 1. 7. 13:40
그놈의 타이밍.
진짜 연애에 있어서 타이밍이 그렇게 중요한건가?
타이밍이 즉 인연인건가?
타이밍은 제대로 안된 연애에 대한 안타까움을 무마하기 위한 단어인가?
아니면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둘러대는 변명인가?

어찌되었든.
나에게 있어 타이밍이 안좋았다는 말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내가 누굴 좋아하는 것에 무슨 타이밍이야.
내 감정이 왜 타이밍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거지.

난 내가 어떤 상태이든 어떤 시간에 있든, 타이밍 때문에 이러고 저러했다는 핑계는 대지 않아.

그리고 설령,
그 때는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지금이면 딱 좋았을거라고 한들.
그걸 어떻게 알아.

타이밍 운운하는 인간들은 또 언제든지 타이밍 운운하면서 떠날 사람들일걸.
난 죽을 때 까지 좋아하는 게 먼저고 타이밍은 그 다음이야.
지금 내가 누군가를 죽도록 필요로 할 때 그 누군가가 나타난다고 해도 마음에 없었던 그 사람이 절대 좋아지진 않아.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내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순간에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누군가가 나타난다고 해도 난 그 사람을 귀찮아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타이밍이 중요한 거면.나같이 매번 타이밍 못 맞추는 인간은 어떡하라고.

난 그래.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니가 언제 어떤 순간이라도 필요한 사람이어야돼.
기쁘든 슬프든 세상 만사 다 꼴보기 싫은 그 순간에도 말이야.
타이밍 때문에 잘되고 못된다고 결론지어버리는 가벼운 인연은,
이제부턴 나도 싫어.


경품과 중대결심

일상 2007. 12. 14. 15:39
어제 모 협회에서 주관하는 연말행사에 갔다. 협회이니만큼 여러 회사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보면서 참 중년이 되도록 회사에서 버티려면 장난아니었겠다 싶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5개월 남짓한 나에게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잘 모르지만.

거기서 그냥 마지막 행사로, 재미삼아 경품 추첨 행사를 했다. 참가한 회사들이 협찬한 경품을 주는 거였는데, 원래 경품 같은 거 응모하면 1등은 못해도 3등 4등 정도는 잘 되는 편이라 나도 한 개는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내가 눈독들이고 있었던 건 리바이스 청바지랑 가습기랑 건강검진상품권, 글로코사민이었다.
내 번호는 38번이었는데. 오오 38광땡 이러면서 행운의 번호다.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화투는 태어나서 한번도 못쳐봤으면서 이런 건 또 알고 있어서.

상품소개를 마치고 사회자는 38번! 을 외쳤다. 오오오.
아저씨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내 상품은 벤츠 산 사람들한테 주는, 메르세데츠 벤츠 무뉘가 어지러이 찍혀 있는 골프용 가방, 골프 장갑, 골프용 우산, (골프용인지 뭔지 모를) 카드지갑 이었다. '이걸 어디에 쓰라고!' 라면서도 공짜라 받아서 가져왔다. (소시민이라 주변에 골프치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음) 골프용 가방은 다행히 골프채 넣는 가방은 아닌데 너무 커서 어디에 쓰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옆에 있는 주머니에 캐리어가방처럼 끌 수 있는 장치를 폈다 접었다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밑에 바퀴도 있고. 흐흐. 이건 여행을 위한 하늘의 선물??;; 벤츠 당첨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크큭. 벤츠경품은 있지도 않았지만...;;
골프장갑은 운전할 때 끼면 좋다고 하니까 고모드리고 골프우산은 큰 우산 좋아하는 아버지를 드리기로 했다. 캐리어가방 없어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잘됐지 뭐.
청바지가 안된 게 못내 아쉬웠지만 어차피 사이즈가 안 맞는 거였고, 가치로 따지면 내 것이 더 비싼거라고 하니 그냥 참아야지.

돌아오는 길에는 나의 중대 결심에 대해 말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사실은 요즘 정말 큰 고민 한가지와 두번째 큰 고민 한가지가 생겼다.
저번 블로그에도 몇 번 등장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내가 23살때부터 어찌되었든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근데 내 감정은 음.. 농담이 아니라 그냥 고등학교 친한 친구만큼 편하다. 이게 끝.
한 번은 오빠는 내가 왜 좋은데.
물어봤더니 그냥 너랑 있으면 제일 재밌어. 이렇게 말을 했다.
재밌어. 재밌다. 재밌어. 흠.. 그래 아주 솔직한 대답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재밌어. 음..

입사초기가 힘든 시기인만큼 내가 이 오빠에게 전화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데, 어제도 역시 요즘 정말 큰 고민 한가지와 그에 대한 내 결단을 대해 말을 했다.
왠지 예감이 좋으니 잘해보랜다.
아아. 이제서야 좀 안정이 된다.
전화를 끊고 전철안에서 졸리는 가운데 든 생각이, 언제부턴가 내가 뭘 결심하거나 하려고 하면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고 그 오빠에게 물어보게 되고 그 오빠는 하면 괜찮겠다. 안하는 게 낫다. 말을 해주고 난 거의 100% 그 말에 따르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행동은 그 오빠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설마 설마 하다가 한 2년 지나고보니 정말로 다 그 오빠 말대로 되어버린 경우가 99.9% 인거지.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춰?
물어봤더니 난 예상보다 굉장히 단순하고 행동을 예측하기 쉬운 애 랜다. ;; 흠.
난 내가 굉장히 복잡미묘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어찌되었든 2년간 나에 대해 어느정도 연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느새 그 오빠에게 의지하고 있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귀고 싶냐?
오오. 이기적이게도 또 그건 아니다. 이거다. 정말로 고등학교 친구 같다니까.
근데 만약에 그 오빠가 갑자기 내 곁에서 휙 하고 사라진다면?
오오. 난 누구한테 조언을 구하나. 이런거다.

요즘 나의 두번째 고민은 바로 이거다. 이것도 사랑의 다른 모습인걸까? 만약에 그렇다면 사귀어볼까. 하는 것.
내년에는 그냥 자기랑 연애를 하자는데. 그럴때마다.
왜이래 또. 우울해?
라고 말을 하는데. 아악. 사실 우울한 건 나다.
이러다 실컷 사귀어놓고 헤어지면 어떡해?
으으. 모르겠다. 정말로.

참고로 내친구는 그냥 만나보랜다. 하긴 2년 넘게 이렇게 잘해주기도 힘들지.;
흠. 열정보다 강한 건 순정이라던데, 나 사실 말은 이렇게 고민중이라고 해도 80% 정도는 넘어간 거 같다.
근데 문제는 내년에 이 오빠가 취직해서 내려가면 거의 못 볼거라는거지.

아.. 난 왜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