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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3 1일 1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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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2015. 4. 3. 18:10

회사에서 짧은 일기를 쓰는데 30분도 안걸리기 때문에, 요즘 자주 글을 쓰고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약간의 피해의식 같은 게 날 괴롭혀 왔다. 나 정도면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은 하면서도, 끝없는 자기비하와 싸워왔다.

남 앞에서 강해보이려고 노력하며 약한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정말 친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 약한 모습만 보이고 평소 보여줬던 유쾌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가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 고마운 마음도 들고 그런다. 또 한편으로는 나와 정말 가까워지면 나한테 질리겠지 하는 두려움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감정에 휘둘리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전날밤에 우울한 일이 있어도 다음날 회사에서 어떻게든 웃긴 이야기를 하고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안그런척 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과도한 산만함과 수다가 결국 내 어지러운 마음의 반증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내 감정을 소모해버리는 방식이 너무 싫은데, 이 방법 이외에는 배운 방법이 없었다. 좋아하는 책의 좋아하는 페이지를 읽으면 그 순간에는 마음이 평온해지고 편히 잠들지만, 그건 또 그때 뿐이다.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있는거고, 나는 아직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어떻게 해야 만사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유치한 얘기지만, 나한테 "기억 지우기" 버튼 같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도 난 전혀 다를 바 없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난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 크게 노력 안했다고 몰아붙이니 힘이 든다. 내 딴의 노력이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작은 것인지... 내 수준이 정말 그들 기준을 따른다면 미달인 것인지. 오늘 완전 노동집약적인 일만 해서 여러 생각에 시달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보다. 나를 구할 사람은 솔직히 이 세상에 나 하나 뿐인데 왜 이렇게 힘이 쭉 빠지고 의욕이 없는지 기도를 해도 이건 해결이 안되는 문제다. 가끔 난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났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것도 개선의 의지가 없는 발언이니 앞으로는 그만 해야겠다. 힘들겠지만,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을테니까 노력이라도 한번 해봐야겠다. 더이상은 감정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이 때문에 망쳐버린 내 시간과 인간관계가 너무 너무 아까워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