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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30 침뱉고 나이만큼 돌기 2

어렸을 때 지역을 바꿔 이사하면 각 지역별로 놀이나 풍습같은 게 조금씩 달랐다.
지금 기억하는 이 풍습은 어느 지역인지 기억 안나는데,
어렸을 적 어느 지방에서는 길을 가다 동물 사체를 보면, 그 앞에서 침을 뱉고 내 나이만큼 돌고난 후에 그 사체 옆을 지나갔다.
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란 믿음같은 게 있었다.
5살인 두 아이가 같이 사체를 보면 각자 침을 뱉고 그 자리에서 5번을 도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어김없이 이 절차를 실시했다. 일종의 죽은 동물을 위한 의식처럼.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이 동물의 죽은 모습을 봤을 때 놀란 마음을 달래고 이미 본 그 끔찍한 잔상을 잊고자 했던 것이 그런 풍습의 기원이 아닐까 한다.
빙글빙글 돌면서 어느 정도는 무서움을 떨쳐낼 수 있었고 덕분에 공포에 질렸던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 졌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엽고 사려깊은 풍습이었다.
지금 내 나이만큼 그 자리에서 돌다간 어지러워서 기절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