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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필로 변해가기

단문 2011. 9. 5. 13:39
모니터 2대를 놓고 쓰면 메모 안해도 될 일이 많을 것 같다.
아무리 컴퓨터 자판을 빨리 쳐도 가장 손쉽게 메모하는 방법은 손으로 직접 연습장에 쓰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연습장 하나를 구비해놓고 일하는데 나 혼자 쓰는 연습장이다보니 글씨를 막 쓰게 된다. 내가 즐겨 쓰는 펜은 Bic 의 투명한 round sticGrip 인데 엄청 두꺼운데다가 힘을 안줘도 글씨가 술술술 써진다. 똥이 엄청 나오긴 하지만. (Bic 의 노란색 볼펜은 별로 잘 안써져서 선호하지 않음)
작년 겨울에 커피마시면서 산 엔젤리너스 다이어리를 이번 년도에 쓰고 있는데 종이가 무지하게 얇고 쓸데없이 두꺼워서 이번년도 다이어리는 텅텅 빌 것 같다. 아 다음부터는 충동구매 하지 말자.  
어제 밤에 사이버대 강의를 듣다가 갑자기 feel 받아서 다이어리를 쓰는데 하이테크로 쓰려니까 도저히 글을 쓸수가 없었다. 답답하고 글씨도 삐뚤 빼뚤. 누가보면 절대 여자글씨라고 믿기도 힘든 글씨.
근데 또 가끔 내가 업무 때 사용하는 연습장을 보면 막 갈겨 쓴 글씨가 폼나기도 하고 그렇다. 왠지 작가 같아. 풉. 
예전에 작은 아씨들 이라는 영화에서 예쁜 작가지망생 위노라 라이더의 잉크 범벅된 손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난 사무실에서 볼펜 똥 묻은 손 이랑 연습장 보면서 혼자 폼난다고 하고 있구나. 크크크크)
근데 왠지 잉크 충전해서 쓰는 만년필로는 경건한 글이나 품위 있지만 절절한 러브레터를 써야만 할 것 같다. 볼펜으로 뭔가를 쓸 때도 컴퓨터로 자판을 치는 것 보다는 훨씬 생각도 많이 하고 공들이게 되는데 잉크로 쓰는 만년필은 또 얼마나 더 신경을 써야하겠어. 그래도 왠지 폼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만년필로 쓰는 글은. 이러한 사람들의 로망이 있다보니 아직도 만년필이 고가품으로 나오는 거겠지.
아 그러고보니 만년필로 쓰는 것 보다 서예로 글 쓰려면 훨씬 더 힘들겠구나. 한 때 서예 정식으로 배워볼까 심각 고민한 적 있었는데. 흐흐흐. (내 성미에 무슨 서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