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는 다시 혼자 떠드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큼 남한테 피해 안주면서 위로 받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우리 엄마의 암이 두번째 재발했을 때만 해도 두번째 재발한 건 남아 있는 암을 완벽히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두번째 재발 후 수술하고 항암 치료 끝난 후 1년 동안은 엄마도 건강하셨다.

  세번째 재발부터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두번째 재발 소식 들었을 땐 울지 않았지만, 세번째 재발 소식 들은 뒤론 기도하면서도 회사에 앉아 있으면서도 눈물이 주룩주룩 나왔다. 지독한 무력감이 들었다. 아무리 애써봐야 엄마 몸의 암세포가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많이 슬펐다.

  세번째 수술 후 엄마는 앞선 수술 때보다 많이 힘들어 하셨고, 항암약을 아무리 때려 부어도 암수치는 떨어지기는 커녕 계속 오르기만 했다.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던 비싼 약을 내가 강력하게 요청해서 엄마가 복용하게 되었지만, 항암보다 더한 부작용으로 엄마는 이 약을 먹으면서 사느니 그냥 맘편히 죽고 싶다고 하셨다. 결국 3주를 못드시고 다시 온몸에 암이 퍼졌고, 이젠 수술도 못하는 상황이다.

  엄만 저번달부터 폐에 물이 많이 차서, 흉관을 꽂고 생활 중인데, 막상 엄마가 돌아가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엄마가 그냥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셔도 좋으니까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 설령 엄마가 계속 흉관 꽂고 산소 발생기를 끌고 다니며 혼자 밥도 못드시는 한이 있더라도 나랑 통화하고 눈 마주치고 얘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엄마가 아프신 뒤로 돌아가시면 어떨까... 란 생각을 항상 했지만, 입밖에 올린 적은 없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정말로 엄마가 돌아가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정말 이대로 못 일어나실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에 와서 일은 하고 있지만, 이게 맞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원래도 친구가 없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고보니 친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회의가 들었다. 조심스러워 그럴수도 있지만, 어느 누구하나 진심으로 안부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지금 상황을 말해야 그나마 어떡하냐고 하는 정도. 20년 혹은 거의 30년을 알고 지낸 세월이 참 무상했다. 내가 바라는 건, 엄마 상태는 어떠시고 넌 어떻게 지내냐 그 한마디인데. 그 정도도 해주는 사람이 없더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실망했지만 혹시 나도 과거에 내가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 같이 굴진 않았나 반성도 했고 앞으론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도 했다.

  그러다 어제 사건이 터졌다. 나에겐 직장 생활 시작부터 계속 함께한 친구가 있는데, 언제나 아침에 출근하면 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사이였다. 친구가 해외로 파견을 갔을 때도 단 하루도 대화를 안한적 없는 친구. 친구가 5년 전 유방암에 걸렸을 때도 비록 옆에서 크게 도와준 건 없어도 당시 내가 살던 인천에서 정말 먼 친구 집에도 종종 가고, 친구가 가끔 말을 걸면 바로 바로 대답을 해주려고 했다. 무엇보다 그냥 원래대로 대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친구는 올해 8월이면 5년이 지나 이제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는데, 아무래도 회사에 내 또래 동료도 한명도 없고 내가 워낙 요즘 힘들다보니 친구에게 암 관련해서 말을 많이 했다. 우리 엄마 상태에 대해서도 많이 말했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말한다한들 걔가 어찌해줄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엄마가 네번째로 재발하고 점점 상태가 악화되는데 친구에게 말을 하면 답이 없거나 90%이상의 답이 "ㅇㅇ" 이거였다.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성의있게 답해줄 수 없는거냐고 말하려다가 괜히 사이만 어색해질 것 같아서 그냥 아무 말 안했다.

  그런데 어제 친구가 자기도 암환자였어서 항상 암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데 요즘 내가 아무리 애써도 암이 줄어들지 않는다. 암이 정말 무섭다. 는 말 하는거 듣는 게 힘들어서 답 안한거라고, 지금 너도 힘든데 이런 말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나는 암환자였던 적은 없고 암환자의 보호자만 해봐서 걔의 심정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울컥했다. 그래... 그렇게 듣기 싫어서 말 안했던 거구나 싶어서.

  나는 너랑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털어놓은 건데 의도치않게 널 괴롭게 했다.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이런 게 무슨 친구야? 란 생각이 들어서 넌 우리 엄마와 암종도 다르니 재발 안할 거라고, 그동안 고마웠고 잘살라고 말하고 떠나보냈다.

  집에 와서 남편과 얘기를 하는데, 내가 평소에도 좀 화가나면 꼭 그 순간을 못참고 상대방한테 상처되는 말을 한다면서 그 친구도 정중하게 말했을 거 같은데 그냥 가만 있지 그랬냐... 요즘 내가 너무 엄마 얘기를 많이 하긴 한다면서 자기는 그 친구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조금은 알 거 같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내가 그렇게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인가 그래서 주변에 이렇게 친한 친구 하나 없는건가. 싶어서 또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결국 남편과도 투닥거리고 나 자신에 대한 혐오로 괴로웠다. 내 성격이 이렇게 그지같아서 주변에 사람이 안남는건가.. 그래서 젊어서 남자와도 여자와도 문제가 많았나 싶은거다. 내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기분.

  회사와서 일도 해야하고 오늘 아침 일찍 병원가서 피도 뽑아야해서 결국 마흔 가까워지면서 한번쯤은 인간관계 개편이 필요한 거라고, 인간관계에서 알고지낸 기간이 전부는 아니니까, 앞으로 남은 세월동안 더 친한 친구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좋든 싫든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겠다 생각하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20대 초반부터 어려운 세월 함께한 친구에게 작별을 고하고나니 슬프다. 애인이랑 헤어진 것보다 훨씬 더.

  오늘부터 다시 수양하는 기분으로 성격을 개조한다는 기분으로 참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우리 아빠를 보면 타고난 성향은 죽어도 못바꾸는 것같지만, 난 아빠가 아니고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 더이상 실수하고 싶지 않고 성격 파탄자라는 자기 혐오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책도 지금보다는 더 읽고, 독후감도 더 정성들여서 쓰는 버릇을 들이고 실없는 인터넷 뉴스 보는 시간도 좀 줄여봐야겠다.

  그리고 정말 힘들고 떠들고 싶으면 이렇게 블로그에 와서 혼자 떠들어서 남한테 피해를 안주고, 화가 나면 맘속으로 1부터 10까지 세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스킨 변경 완료

일상 2011. 5. 31. 15:34

  대학교 1학년 부터 졸업할 때 까지 내 작은 낙은 홈페이지 디자인을 바꾸는 것 이었다. 늘지 않는 실력과 부족한 센스로 항상 보잘 것 없었지만, html 태그를 고치는 대로 변하는 홈페이지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동안 이 곳을 버려두고 있었다. 뭐 이제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댓글을 다는 사람도 없겠지만, 웹상에 내 공간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에 혼자 안도하곤 했는데.

  어차피 개인만의 블로그로 시작한 곳이니까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오늘부터 다시 이 곳을 돌봐야겠다.
 항상 이 곳을 염두해 두곤 있었다. 시간이 없었을 뿐.

이제 다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