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11.26 에딘버러 : 2013년 9월 16일~18일


0123456


 

  작년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때를 꼽으라면,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올라가는 기차를 탔던 그 시간인다. 한국에서 예매한 기차 티켓은 좌석이 있는 티켓인 줄 알았는데 기차를 타고보니 입석이었고, 비어 있는 자리는 엄청나게 떠들고 냄새가 나는 중국인들 바로 뒤 역방향 좌석 밖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리튼 섬의 동쪽 해안을 타고 올라가는 기차 바깥의 풍광은 아름다웠다. 수시로 나타나는 양떼들과 수시로 바뀌는 날씨.

  영국은 기차 안에서 스마트폰 인터넷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창밖 풍경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난 입석티켓 끊은 주제에 좌석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라 노심초사 하느라 5시간 내내 잠도 제대로 못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를 타고 에딘버러로 가던 그때 정말 좋았다. 


  처음에 호텔을 찾느라 무지 고생했다. 에딘버러 호텔값이 런던 호텔값보다 더 비싸서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 잡았는데, 그 호텔은 정말 추워도 너무 추웠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진심으로 추워서 이를 부딪치며 떨었다. 넓고 깨끗하고 친절했지만, 그렇게 추울 줄이야. 난 한국 9월 날씨 생각하고 따뜻한 옷도 안가져온 터라, 샤워를 하고 나서도 두꺼운 가디건과 남방을 겹겹이 껴 입고 간신히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얇은 옷을 무려 6겹이나 껴입고도 추위가 가시지 않아 H&M 매장에 가서 레깅스를 사서 청바지 안에 입고 털모자를 사서 썼다. 끝끝내 추웠지만, 에딘버러성까지 씩씩하게 올라갔고, 열심히 성 구경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에딘버러 성 안의 내 무릎만큼 높은 계단을 내려가다 무게 중심을 잃는 바람에 무릎을 다쳐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 불행한 사건 때문에 난 급격히 우울해지기 시작했고 하필 그날 핸드폰 여분 배터리를 빼놓고 오는 실수를 해서 사진도 거의 없다. 무릎이 아파 원래 보려던 관광지의 3분의 1도 못봤고 결국 이 예쁜 도시에서 내가 본 거라곤 에딘버러성, 로얄마일, 홀리루드궁전 이렇게 3개 뿐이다.  

 

  저녁으로 더럽게 맛없는 햄버거를 먹고 간신히 호텔로 돌아와 퉁퉁부어 오른 내 무릎을 보면서 이 무릎으로 앞으로 구만리같이 남은 이 여행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참 막막했다. 이상하게 스코틀랜드에는 약국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파스라도 하나 바르면 덜 아플 것 같은데, 하필 파스도 한장 안가져와서는... 그 아픔을 그냥 견딜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 경험으로 올해 여행 때는 파스를 엄청나게 많이 챙겨갔다)

 

  원하는 만큼 둘러보지 못했던 도시 에딘버러는 아직도 너무 미련이 남고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다. 고상한 빛깔의 돌로 만들어진 옛날 건물들과 그 돌로 만든 길, 그리고 평화롭고 조용했던 주택가도 좀 여유롭게 걸어보고 싶고. 이번에 프라하 다녀와선 다신 비싼 서유럽을 안가겠다 결심했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뭐 죽기 전에는 한번 다시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