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런가.

단문 2014. 12. 12. 22:37

내 속내와 실제 보이는 모습간의 괴리가 여러사람 힘들게 하고 있나보다.
사람들은 내가 엄청 사교적이고, 순종적인 줄 안다. 실제 나는 전혀 그렇지 않고, 사람들 만나는 거 별로 안좋아하고,심지어 언제나 불만이 있는데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난 직장 생활하면서 하면 안될 실수를 한 것 같다. 내 실제 모습을 들킨 것이다. 내 발등 내가 찍었다는 생각으로 군말없이 시키는 일이나 하자고 생각하며 일하려고 한다.
난 사람들이 내 성격에 대해 착각할 때도 비교적 실수 없이 시키는 일 잘 해왔는다. 그런데 난 그대로이고, 일도 계속 똑같이하는데 자꾸 변했다고 하니 힘들다.
내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즐거운 척과 충성하는 척을 원하는 거 같은데 진짜 괴롭다.
나한테 실망했다는 이유가 모두 업무외적인 것 뿐인데 진짜 내 성격이 이상한건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그렇게 주변 모든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인가? 진짜 그런건가?
​친구들은 니 성격 이상하지 않다고 위로해줬지만, 그냥 털어내기엔 이번주 회사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못내 걸린다.


소탈하지 못함.

단문 2012. 3. 20. 00:10
우리 엄마가 단번에 날 정의해줬다. 난 한마디로소탈하지 못한 사람이다. 까다롭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평소 때 가족들에게 까다롭다는 소리를 좀 듣는데 스스로는 그에 대해 부정했다. 근데 내가 소탈하지 못한 건 맞는 것 같다. 고정관념 투성이에 아무것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고. 남들이 보면 얼마나 웃길까. 보기엔 여성스러운 면도 있고 또 실제로도 심약하디 심약한 심성을 가졌지만, 어쩌면 난 동생과 엄마 말대로 내 뜻 다 받아주는 사람 옆에 두고 독재자마냥 살아야 하는 성격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다보니 소탈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친해지고 싶다가도 거리감이 느껴지고, 소탈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정이 가고 잘해주고 싶다가도 가까이 다가가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좁은 세상.

일상 2010. 3. 30. 10:51

나는 낯을 엄청 가리는 거 같으면서도 낯을 안가리고, 사람한테 엄청 경계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안그런 척 잘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나중에서야 내 실제를 알고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교 1학년 때 잠깐 동아리 할 때도 친한 사람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정작 보통 대학 애들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밤세워 놀기, MT 가기 등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한번 갔다가 내 길이 아니다 하고 절대 안감)난 솔직히 체력 소비하면서 노는 게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나도 참 독특한 성격이야. 노는 걸 좋아하는 거 같으면서도 별로 안좋고, 뭐 솔직히 말하면 여러 사람 모여서 술 마시는 것도 싫다. 그런데 또 처음 얘기해본 사람들은 그런거 엄청 좋아하는 줄 알고. 아니 내가 어딜봐서!!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주변에 친해질 뻔 해서 얼굴 이름만 알고 만나면 인사하는 대학 때 알던 사람이 꽤 많은 편이다. 물론 서로 연락을 해서 만나진 않는다.
어제는 평소와 같이 동인천 직통을 타서 핸드폰으로 뉴스 좀 보다가 신도림쯤 되면 자는 시간이라 팔짱을 끼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가 내 다리를 가방으로 툭툭 치는거다.
아 신도림에 사람이 엄청 타나보다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또 일부러 내 발을 치는 게 느껴져서 저번처럼 또 할아버지가 나보고 넌 젊으니까 일어나라고 눈치를 주는 것인가 하고 눈을 떴다.(예전에 어떤 할아버지가 자고 있는데 일어나라고 발로 내 정강이를 찬 적이 있었다. 엄청 화났지만 군말없이 일어났다)
수면 하려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좀 짜증이 난 체로 눈을 떠보니 내 앞에 대학 때 친한 듯 지내다 결국 연락 한번 안했던 대학 때 알던 오빠가 떡하니 서 있는게 아닌가.
오~ 오랜만. 이러다 핸드폰 번호 알려주고 회사 얘기하다가 그 오빠는 부천에서 내리고 난 집에 와보니 동생이 약정이 24개월 짜린데 3개월 만에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짜증이 엄청 나 있는거다.
갑자기 퍼뜩 대학 때 아까 전철안에서 만난 오빠가 핸드폰을 자주 바꿨던 것이 떠올라서 문자를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얘기 해서 미안한데 혹시 sk 텔레콤 공기계 있냐고.
오늘 아침에 네이트온으로 이 오빠 친구인 나랑 연락하는 다른 오빠에게 이 얘기를 하니 철면피가 따로 없댄다. 2년만에 만나서 한다는 얘기가 나 공기계 줘 냐며.
나는 내가 달라고 안했다. 산다고 그랬다. 이랬는데 그냥 준다고 그랬다고 하니까 하여튼 나보고 대단하댄다.
그래서 갑자기 그 오빠한테 미안해졌다. 헐;; 난 진짜 한 5만원 정도로 살 의향이었는데.
어쨌든 이 경우를 봐도, 나는 시장 이나 지하상가에 가서 깍아달라는 말을 잘 못하고 흥정이 필수인 곳 (예를 들면 용산 지하상가, 혹은 핸드폰 파는 곳) 은 아예 안가는 편이다.
저번에 한국시리즈 5차전 때 sk 다니는 사람한테 표를 4장이나 얻었을 때 후배랑 잠실 야구장 가서 남은 표 2장을 암표상 아저씨들이랑 엄청 열심히 "나는 몇 년 전서부터 암표상에게 표를 비싸게 팔려고 태어났다는 듯" 흥정을 했다. 옆에 후배가 선배 진짜 짱이라고 했으니까. 그 때 광주가 고향인 잠실 쪽 사는 친구가 하필 핸드폰을 놓고가서... 에잇. 사실 암표상에게 팔아넘겨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한테 핸드폰으로 전화를 20번했는데도 전화를 안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 표를 한 며칠 전에 얻었다면 진짜 야구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그냥 줬을 거다. 5차전 시작 30분 전에 표를 얻어서 어쩔 수 없었어.
이런 내 모습은 "뭐든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 는 나의 신념에서 비롯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 부터 남다른 생존력이 있었으므로 좋게 생각해야지.
포스팅 제목은 좁은 세상 인데 내용은 계속 산으로 가고 있고나.
원래 처음 의도는 세상은 넓은 거 같으면서도 좁으니 죄를 짓지 말자는 거였다. 망한 일기가 되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