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로 이식한 배아 3개도 내 자궁 안에서 다 죽어버리고, 다시 난자 채취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찌나 우울했는지 모른다. 난자 채취를 해야 하는 건 별로 우울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2019년도 상반기가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 조바심이 났다. 회사 휴가를 계속 내는 것도 눈치보이고, 이러저러하다가 한 달을 푹 쉬고 새벽진료가 있는 난임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옮긴 뒤론 연차 한번도 안내고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병원 진료 보고 출근하는데 약간 피곤해도 맘은 편하다.

  2월 수술 후 시험관 하는 동안 지금까지 살이 엄청나게 쪘다. 20대까지는 쭉 마른 편으로 살았고 30대 때도 남들은 마른 줄 아는 평균 몸무게로 살았는데, 지금은 50kg 를 훌쩍 넘어 55kg 를 향해 가고 있다. 난 임신을 안했는데 왜 몸무게만 임신 몸무게인지 아시는 분.

  살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난 건 매일 맞는 주사 때문은 아닌 거 같고, 결혼하기 전엔 영양제고 비타민이고 아무것도 안 챙겨먹다가 혹시라도 도움될까 싶어 몸에 좋단 온갖 영양제를 먹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결혼 전엔 저녁도 거의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결혼 후에는 신랑 밥 챙겨주면서 나도 같이 앉아서 먹게 되는 것도 있고. 또 카페인이 착상에 방해한다는 걸 어디서 본 후로 커피 대신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마신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그냥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먹고 어제부터 과자는 전혀 안 먹기로 했다.

  안그래도 우울한데 옷도 하나도 안맞고 통통해진 하체를 보자니 더 우울해져서 어제는 군포시청에서 해주는 공원 에어로빅 교실에 가서 1시간동안 열심히 흔들었다. 경박한 노래 때문에 그렇게도 혐오하던 에어로빅을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할 줄이야.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니 그냥 아무말 안하고 걷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시간도 잘 가서, 여름동안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한다고 뭐 살은 안빠질 것 같지만.

  어제 병원가서 원래 맞던 주사에 과배란 하는 주사와 엄청 비싼데 구역질 나는 약을 더 받아왔다. 생리양도 시험관 전보다 훨씬 줄고 살도 찌고 내 몸도 폭삭 늙어버렸다. 이런 몸으로 임신하고 출산하고 애는 키울 수 있으려나.


엄마 아빠 모두 친척이 너무 많아서 어떤 친척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과자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분이 먹는데는 큰 지장 없지만 팔기에는 좀 모자른 불량품들을 왕창 주셨다. 우리집이 언제 화과자 같은 고급 과자를 사 먹어 보겠는가. 모양도 아기자기 하고 선물용으로 나온거라 포장다 도 개별 포장이다. 냉동실에다 보관해놓고 야금야금 녹여서 퇴근하자마자 하나 까먹고 밥먹고 했더니 몸무게가 3키로나 쪘다. 이번 주말에 예전 살 빠졌을 때 산 치마랑 바지를 입어보니 일단 들어가긴 하는데 그 실루엣이 목불인견이 따로 없어서 앞으로 살 빼기 전 까지는 못 입을 것 같더라. 아직도 화과자가 많이 남았는데 그 뒤로는 한 개도 안 먹었다. 남주기는 아깝고 먹자니 살이 찌고.

학교 다닐 때는 자취를 해서도 있고 집이 원래 그닥 부자가 아니어서 좋은 옷을 입고 다니질 못했다. 그리고 내가 막 옷 입는데 센스가 있거나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막 입고 다니기도 했고. 맨날 싼 옷만 사서 입고 그랬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싼 옷은 정말로 딱 그 철 밖에 못 입더라. 옷을 오래 입기로 따지면 사실 인천광역시에서 1등이라고 자부할 수도 있을만큼 15살 때 산 코트를 아직도 입는 나이기에 앞으로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사기로 했다. 이 말은 곧 좀 비싼 옷을 사겠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옷을 입혀 놨을 때 이쁜 몸매도 아니고 쇼핑 가도 옷을 입어보면 입어볼수록 좌절을 하게되서 요즘에는 쇼핑을 잘 안간다. 뭐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내 몸에 꼭 맞거나 진짜 괜찮다고 생각하는 옷은 꼭 내가 생각한 금액의 50% 이상은 초과하는 옷들이었다.
그런데 저번 주 금요일에는 퇴근하는 길에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에서 원피스와 스타킹을 사고, 주말에는 인터넷으로 옷을 3벌이나 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꽤 고가의 옷들로만. 왜이러지? 봄바람 들었나? 주말동안 산 물건 중 가장 맘에 드는 건 단연코 스타킹인데 은색 망사다; 망사가 검정 망사만 부담스럽지 색이 밝고 망사 구멍이 작은 망사 스타킹은 올 나갈 염려도 없고 죽죽 잘 늘어나고 좋더라. 대신 엄청 비싸다! 이탈리아제라는데 오래 쓸 수 있는거지? 3천원짜리 스타킹도 아까워하는데 3만원 넘게 주고 산 스타킹이 빨리 닳는다면 이거 눈물날 일이야.

우리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 좋다고 느낄 때는 옷을 편히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걸 체감했을때다. 그게 그렇다 아무리 캐주얼 의류에서 비싼 걸 사봤자 정장 브랜드 비싼 옷에 비하면 새발의 피. 신발도 마찬가지다. 뭐 엄청 비싼 운동화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운동화가 아무리 비싸봤자 구두보단 싸다. 위에 주말에 산 옷들은 다 나와 어울리지 않게 꼭 구두와 신어야 하는 옷들이지만, 평소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오기 바쁜 인간이라 매일 매일 청바지에 운동화다. 난 원래 맘에 들면 끝끝내 그거 하나만 추구하는 편이라 겨울 내내 운동화는 작년 설에 오사카 갈 때 산 퓨마 검정 운동화를 신었다. 근데 봄이 되고 보니 완전 칙칙해 보여서 운동화를 하나 구입했다. 원래 관절이 안좋고 키도 작은 편이라 에어 들은 운동화를 찜 해놨는데 이번에 산 건 보라색 나이키 에어맥스. 아악 완전 맘에 든다!!! 원래는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생략.

거창한 제목을 붙여놓고 또 쓰잘데 없는 일상사를 얘기하고 있지만, 이번주 토요일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할 필요도 없는 일을 하게 생겨서 우울해서 저런 제목을 붙여놨다. 매일 매일 하는 생각이지만 아무리 사람이 아가페 정신이 뛰어나도 내 몸이 불편하면 어쨌든 이기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되고 항상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내가 내 이기심 때문에 남을 힘들게 할 경우에 내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남이 지 이기심때문에 날 힘들게 할 경우 상대방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실망을 하고 말고 할 가치조자 없는 인간일 때는 그래 니가 그렇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쓸 데 없이 과대평가한 인간때문에 이번 토요일 같은 경우를 마주 대하고 보니 그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아... 항상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절실하게 느낄 때면 항상 힘이 든다. 그렇다고 그 사람한테 뭐라고 못하겠는게 나도 어차피 이기적이니까. 그냥 재수 옴붙었다 생각하고 눈 딱 감고 해야지 뭐.
아...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인간에 대해 실망한다는 말도 어떻게 보면 다 거짓말이고 그냥 당장 토요일에 그 인간 때문에 일하게 생기게 되니 내가 피곤해서 그런거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고 나발이고 그냥 주말에 일하는게 짜증나서.


주말 보내기

일상 2008. 12. 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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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번주에도 하드렌즈를 빼다가 각막에 염증이 생겼다. 그래서 안과에 갔다가 친구를 만났는데 저번 가을에 만나고 몇개월만에 보는 친구였다. 같은 인천인데도 어쩜 그렇게 시간이 잘 안맞든지 진짜 만나기 힘들더라. 그 친구가 핸드폰이 없어서 즉흥적으로 보기도 힘들고.
내 블로그에 자주 오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진짜 인간관계가 좁다 못해 협소한데 그런데도 이렇게 만나기가 힘들다. 내 친구관계를 크게 요약하면 중학교 친구 한명, 고등학교 친구 한명, 대학교 친구 한명 이랑 친한데 그 날은 친구들이 다 어떻게 시간이 그날만 된다고 해서 오전부터 오후중간까지는 중학교 친구 만나고, 그 이후로는 대학교 친구를 만나려고 했다. 근데 대학교 친구가 몸이 안좋다고 그래서 그냥 오전 서 부터 주구장창 중학교 친구랑 놀았다.
안과가 동인천역에 있어서 중학교 친구랑 동인천역에서 만났는데, 역시 동인천역에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아는 데도 없고.. 동인천역 보면 옛스러워서 좋긴 한데 놀기는 참 애매하다. 그리고 그쪽은 중고등학교 밀집지역이라 거기 끼기도 좀 뭐하고. 동인천쪽 중고등학교 다니는 애들 보면 좀 부럽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제물포고, 인성여고, 인천여상, 인천정보산업고, 뭐 더 멀리 보자면 동산고 광성고 까지 우와 동인천은 고딩들의 천국!)
또 익숙한 구월동으로 가서 오래 시간 떼우려고 TGIF 에 들어가서 첨 보는 걸 먹었는데 역시 매워서 많이 못먹고 사람 없는 거기서 그냥 계속 앉아 있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라 그런지 난방을 하는건지 뭔지 좀 추웠다.
그나마 매년 생일 챙겨주는 친구라 핸드폰 고리도 선물로 받았다. 히히.
친구랑 선물샵 가서 노호혼이라고 하는 태양 에너지 받으면 머리 계속 움직이는 장난감을 샀다. 저 조그만한게 8천 8백원인데 신기하게 밤에는 가만히 있다가 햇빛 받으면 부지런히 고개 까딱여서 볼 때 마다 흐믓해진다. 호랑이랑 다람쥐 중에서 뭘 살까 고민하다 호랑이는 수염이 너무 징그럽게 점점점점 찍혀 있어서 다람쥐로 결정했다. 실제로는 난 호랑이가 육상동물 중에 제일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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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책들.


한자공부는 예전부터 공부해야겠다 생각을 해서 어떻게할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에는 장원한자를 신청했다. 내가 사람들한테 장원한자 한다고 말하면 투잡으로 장원한자 선생님 하는 줄 알더라. 그게 아니고 진짜로 장원한자를 신청했다. 크크크. 전화해서 직장인도 하나요? 했더니 많이 한댄다. 뭐 설마 전혀 안해요~ 라고 말하진 않았겠지만.
한달에 3만천원씩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선생님이 집에 오신다. 선생님은 나보다 3살 많은 분인데 중국어랑 같이 선생님 하고 계신다고. 그래서 그런가 왠지 한족 분위기가 나는 얼굴. 흠. 근데 나 충격 받은 게 선생님이 우리집에 와서 결혼해서 남편이랑 같이 사는 거냐고 물어봤어. 제길!!! 물론 내 나이가 26살이기 때문에 결혼해도 전혀 이상할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흑.
나는 금요일 저녁 8시 반 9시 사이에 선생님 보기로 했는데 뭐 금요일 밤에도 퇴근하자마자 땡 하고 들어와야하고 좋다. 어차피 뭐 약속도 별로 없고, 나름 금요일이라서 집에 일찍 가고 싶을 때 댈 핑계도 있고.
이번주는 회식때문에 못 만나서 선생님이 교재만 우편함에 주고 가셨다.
어떤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나 알기 위해서 테스트를 했는데 오마이갓. 진짜 상태가 심각해서 거의 처음부터 하고 있다. 교재가 아주 맘에 든다. 이제까지 내가 한자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 많은 책을 구입해봤지만, 이번 교재처럼 좋은 거 처음이야. 히히. 총 천연색에 북녁 北 자 옆에 막 북극곰도 그려져 있고 알맞은 그림과 글자를 연결하세요. 이런 문제도 나오고 고사성어는 그에 맞는 만화 그려져 있고 그런다. 굳!!! 왜 어른 교재는 이렇게 재밌게 못 만드는거야.
일본어 교재는 그냥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는데 저번에 만난 일어 혼자 배운 선배가 왜 일본어 위에 한국어로 하나하나 다 써져 있는 걸 샀냐고 이렇게 하면 공부 하나도 안된다고 해서 다락원 교재도 샀다. 근데 사고 보니 다락원 교재는 한국어로 읽는 법 안 써져 있는 거 빼곤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거다. 뭐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 보면 괜찮을지 몰라도 예문 같은 게 해석이 하나도 안되어 있는거다. 보니까 인터넷 강의용으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저 교재로 한다. (저건 시사일본어사에서 나온 교재)
내 생각에도 일본어 읽는 법이 하나하나 써져 있으면 공부가 안될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수정테이프로 다 지우는 노동을 하여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거 빼고는 교재 구성은 좋은 것 같다. 지우는 것도 뭐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다.

이번 주말에는 정장을 위아래로 입을 일이 있어서 (이 속터지는 얘기는 또 언젠가 포스팅 하겠음) 작년 재작년에 산 겨울 정장을 입어봤는데 검정색은 꽤 비싼 돈 주고 산건데 그때 왜 비싸게 주고 샀냐면 나한테 맞는 품이 맞는 정장이 없어서 어렵게 어렵게 44가 있는 브랜드를 찾아서 하는 수 없이 비싸게 주고 산거고 고동색은 윗도리는 맞아서 안 줄였는데 치마랑 바지는 하도 커서 결국 품도 줄이고 길이도 줄이고 그랬는데 우왕 그 두 정장이 완전 타이트하게 딱 맞는거다. 심지어 막 답답했다. 그 두정장 모두 그 때 당시 타이트하지도 않았고 넉넉하니 편했는데 진짜 좌절했다.
그래서 그 충격 이후로 일부러 밤에 좀 먹을거 먹으면서도 걱정하고 회사에서도 모카골드 믹스커피도 안마시고 그러기로 했다. (어제 그래서 2분의 1칼로리랑 블랙커피 믹스 구입) 사실 살면서 살에 대해 의식하면서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요 며칠 먹을 거 보면서 지금 먹으면 살 찌겠지. 라는 생각을 하니 괴롭기가 그지 없었다.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들 존경스럽다.

어제 새벽에는 요염한 초승달을 보며 출근했고, 오늘 새벽에는 눈 쌓인 길을 걸으며 출근했다. 근데 귀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 우리 아빠가 중이염 때문에 수술을 거의 5번 넘게 했는데 뭐 큰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귀 아프다고 하면 엄마아빠가 막 과민반응을 한다. 좀있다 병원 간다고 말해야 하는데 완전 눈치보인다. 이 글 읽는 사람들도 콧물난다고 코를 너무 많이 풀지 말았으면 한다. 코를 너무 세게 풀면 귀에 염증이 온다구요. (아 어떻게 일기를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네)

다들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 즐겁게 보내세요~ 난 아무 스케줄 없음. 흐흐흐.

배고픈 밤이다.

일상 2008. 11. 15. 00:12
이제금방까지 또 야구 블로그 가서 분노의 검색질 좀 하느라고 야식을 먹지 않았다. (분노의 검색할 때는 모니터안으로 빨려들어갈 정도로 집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음 크크크)
아 저번에 블로그에도 썼었던 흑염소는 어제밤으로 다 끝났다. 나도 참 대단한게 웬만한 사람은 역해서 못 먹을 것 같은 흑염소를 누워서 자려고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단숨에 마실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먹었으니.. 이러니 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듣지.

저번주에는 또 어깨와 허리에 담이 와서 부항뜨기 침맞고 찜질하러 한의원에 갔다. 이 담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한게 집에서 아무리 스트레칭 하고 난리를 쳐도 풀리지가 않는데, 부항 한번 뜨면 그냥 담 걸린게 풀리더라. 담은 어떤 느낌이냐면 어깨에 딱딱하고 얇은 덩어리 같은게 날개뼈를 중심으로 주욱 깔려있는 느낌인데 저번주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일도 많고 그래서 점점 더 심해졌다. 이 담이 심하면 너무 결려서 기침도 못하고, 웃지도 못한다.
나는 고3 시작할 때 머리가 너무 아파서 비싼 검사를 아산병원에서 한번 받았는데 그때 의사가 큰 문제는 없으나 뇌를 너무 많이 쓰면 그 뇌를 쓰는데 필요한 힘? (힘이라고 하진 않았고 뭐라 했는데) 같은게 필요한 건데 나는 체력이 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근육량이 심하게 부족하다고 그랬다. 집으로 오면서 어쩐지 요즘 평소 답지 않게 내가 수학정석좀 풀어줬지. 하고 공부를 관두고 푹 쉬었다.;
한의원에서도 가지고 있는 근육에 비해 과한 운동을 하면 이렇게 담이 오는거랜다. 요즘 회사에서 나보고 힘이 장사라고. 완전 일꾼이라고. 놀리는 건지 칭찬인지 약올리는 건지 모를 말들을 막 하는데 야 이 사람들아. 니들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난 맨날 한의원 가서 부항뜨고 침맞어. (고3 때 "근육량이 심각하게 부족함" 이 얘기 듣고도 운동안한 내 잘못도 크지만)

아 원래 오늘 아침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게 아니고. (또 포스팅 길어지네)

어제밤에는 별안간 대학 때 사귀었던 남자애 생각이 났다. 난 23살 새해가 되기 전 걔랑 헤어졌는데 걔가 날 아주 많이 좋아했다. (아오. 내 입으로 이런말 하려니 민망하네. 뭐 나도 도대체 왜 날 좋아했는지 이해 안가지만)
21살이었나 20살 이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반팔 입는 날씨였다. 아마 기말고사 쯤이었나보다. 걔랑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가려고 우리 대학교 옆에 있는 공전 운동장 쪽으로 갔다. 그 길은 우리 자취집으로 가는 일종의 지름길 같은 길이었으니까.  
근데 낮에 비가 와서 그랬는지 완전 운동장이 진흙탕이었다. 그래서 난 신발도 드러워지고 하니까 그냥 후문으로 나가서 돌아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또 걔가 죽어도 그건 싫댄다. 그러더니만 걔가 그렇게 저기 걷기 싫으면 자기 등에 업히라고 하는거다. 난 됐다고 했다. 왜냐면 걔 가방도 꽤 무거웠고, 걔가 겉보기에 나 업고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갈만큼 강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또 죽어도 후문으로 가긴 싫다는 거다.
결국 걔는 자기 가방은 앞으로 매고 날 업고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갔다. 근데 의외로 걔가 하나도 안 힘들어 하는거다. 엇? 의외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난 결국 그 지름길을 갔는데, 그게 내가 남자등에 업혀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 암울한 인생)

내가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났냐면 어제밤에 마지막 흑염소를 먹는데 저번주 한의원에서 잰 내 몸무게가 생갔났기 때문이다. 연애하던 21살 때와 비교하여 3키로나 늘은 내 몸무게를 보고 크게 좌절했다. 솔직히 걔가 나 운동장에서 업고 걸어갈 때는 내가 지금 키를 구축한 이래로 가장 가벼웠다!!!! 
예전의 나는 아무리 야식을 먹어도 살이 안찌고, 살이 조금 쪘어도 요즘 살을 좀 빼야겠구나 맘 먹은 것 만으로도 신기하게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젠 그게 안된다. 흑염소 마시면서 이게 다 흑염소 때문이다. 열폭해도.. 아니야. 이젠 난 21살 때 몸무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흑.

아주 잠깐동안 자기 전에 저 운동장에서 업힌 사건을 생각했는데 또 신기하게 꿈에 걔가 나왔다. 꿈의 내용은 걔를 만나서 별 거 없이 걷고 있는데 걔가 삐진 거다. 그래서 잰 또 왜 삐진겨 이러면서 난 불만 가득했는데 걔랑 같이 걷다보니 도착한 곳이 내가 대전 초등학교 때 다니던 서머나 감리교회 지하 예배당 이었다. 그때 거기 있었던 갈색 장판까지 똑같았어. 하여튼 신기한 꿈이었지.

결론은 21살 때보다 난 3키로나 쪘고, 그것 때문에 지금 배고파 죽겠는데 야식 안먹고 버티고 있다는 거? 아 배고프니 우울해진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