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7.09 계속되는 주사와 살

  2차로 이식한 배아 3개도 내 자궁 안에서 다 죽어버리고, 다시 난자 채취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찌나 우울했는지 모른다. 난자 채취를 해야 하는 건 별로 우울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2019년도 상반기가 끝났다는 생각을 하니 조바심이 났다. 회사 휴가를 계속 내는 것도 눈치보이고, 이러저러하다가 한 달을 푹 쉬고 새벽진료가 있는 난임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옮긴 뒤론 연차 한번도 안내고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병원 진료 보고 출근하는데 약간 피곤해도 맘은 편하다.

  2월 수술 후 시험관 하는 동안 지금까지 살이 엄청나게 쪘다. 20대까지는 쭉 마른 편으로 살았고 30대 때도 남들은 마른 줄 아는 평균 몸무게로 살았는데, 지금은 50kg 를 훌쩍 넘어 55kg 를 향해 가고 있다. 난 임신을 안했는데 왜 몸무게만 임신 몸무게인지 아시는 분.

  살이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난 건 매일 맞는 주사 때문은 아닌 거 같고, 결혼하기 전엔 영양제고 비타민이고 아무것도 안 챙겨먹다가 혹시라도 도움될까 싶어 몸에 좋단 온갖 영양제를 먹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결혼 전엔 저녁도 거의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결혼 후에는 신랑 밥 챙겨주면서 나도 같이 앉아서 먹게 되는 것도 있고. 또 카페인이 착상에 방해한다는 걸 어디서 본 후로 커피 대신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마신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그냥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먹고 어제부터 과자는 전혀 안 먹기로 했다.

  안그래도 우울한데 옷도 하나도 안맞고 통통해진 하체를 보자니 더 우울해져서 어제는 군포시청에서 해주는 공원 에어로빅 교실에 가서 1시간동안 열심히 흔들었다. 경박한 노래 때문에 그렇게도 혐오하던 에어로빅을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할 줄이야.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니 그냥 아무말 안하고 걷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시간도 잘 가서, 여름동안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한다고 뭐 살은 안빠질 것 같지만.

  어제 병원가서 원래 맞던 주사에 과배란 하는 주사와 엄청 비싼데 구역질 나는 약을 더 받아왔다. 생리양도 시험관 전보다 훨씬 줄고 살도 찌고 내 몸도 폭삭 늙어버렸다. 이런 몸으로 임신하고 출산하고 애는 키울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