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마키나 를 보고.

위로 2015. 2. 11. 23:43

포스터의 여자 로봇을 한 배우가 대머리인데도 예뻐서 보게 되었다. 예고도 흥미로웠고.
야심이 큰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하지만 큰 거 한방이 없어 조금은 심심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난 재밌게 봤지만, 경우에 따라선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다움이 주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크게 보자면 그에 속한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정도의 깊이와 충격은 없다. 다시 한번 블레이드 러너가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지 깨달았다.
대자연속에 파묻힌 최첨단 연구소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천재 A.I 개발자로 나온 오스카 아이작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었다.
케일럽 역할을 맡은 돔놀 글리슨과 최첨단 A.I 로봇 에이바 역할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가 좋았다.
인간에 대한 동정심, 사랑, 터무니없는 공상이 때로는 인간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불쌍한 케일럽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운드가 진짜 효과적으로 잘 쓰였다. 최첨단의 사운드라는 느낌이 들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 정도 영화라면 잘만들었고, 뜬금없이 황당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더 좋았다.
감독의 첫 영화라는데,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두 주인공에 대해 잡소리 더.
대머리라도 좋으니 저 얼굴로 하루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예쁘다. 경이로울 정도로 예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존재하다니…
돔놀 글리슨이 스타워즈에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는 거다.
돔놀 글리슨은 분명 미남은 아닌데 이상하게 가까운 과거의 고전미 같은 게 느껴지는 얼굴과 분위기다. 대공황 시절 유행하던 스타일의 양복을 입혀도 그 시대 사람처럼 잘 어울리고, 마이클 콜린스 밑에 있는 소심한 IRA 역할도 잘 어울릴 것이다.이런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이 돔놀 글리슨을 잘나가는 배우로 만드는 것 같다.



  저번주 토요일 학원에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 얘기를 했다. 블레이드 러너가 무슨 영화인가. 전설적인 SF 영화, 도저히 80년초에 만들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인, 누구나 인정하는 공상과학영화의 교본이 아니던가.

 

  나야 좀 늦게 그 영화를 봤지만, 나 역시도 그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들을 바보 멍청이 취급하는 영화가 아니니까. 스토리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특히 좋은 건 나무 미니어처 모형으로 직접 다 만들었다는 세트, 그러니까 영화 속 미래의 모습이다. 까맣고 뿌연 스모그로 둘러쌓인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불빛은 언제까지고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영화에 비하면 요즘 공상과학영화의 배경이 촌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다.  

 

각설하고, 얘기가 나온 김에 난 영화의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위에도 말했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일텐데.

인간적인건 무엇인가. 를 생각하기엔 너무 어려우니 쉽게 비인간적인 건 무엇인가. 를 생각해보고 결론을 내렸다.

 

어떤 사람을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살도록 하는 것이 바로 비인간적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자식이 부모를 위해 살기를 바라고, 애인이 나를 위해서만 시간을 쓰기를 바라고, 남편이 나만을 위해서 회사를 다니길 원하고, 회사 사장들도 일만을 위해서만 직원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거 등등. 다 비인간적이다.

 

  그냥 요즘 나는 나를 위해서 살고 있는 거 같지 않아서 사는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고. 오로지 나 혼자만을 위해서 사는 것도 타인에게 힘들 수도 있겠지만. 단 며칠만이라도 온전히 남의 눈 의식 안하고 나 자신의 쾌락과 행복을 위해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