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09 많은 일. 4
  2. 2010.07.29 줏대 없는 나. 4

많은 일.

일상 2010. 8. 9. 21:56
1. 3일 동안의 해프닝
회사를 다닐 때도, 지금도 난 후회 중이다. 이제와서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대해서 후회 해봤자 나만 괴롭지만, 이대로 그냥 인생이 잘못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두렵기도 하다. 난 아무래도 대학 때부터 길을 잘못든 거 같다. 내가 원하는 전공은 죄다 대학 졸업해서 손가락 빨고 있어야 되는 전공들이라 지금 전공을 고수했지만 그 때부터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전공도 회사에서 했던 일도 모조리 괴롭기만 해서 그래서 관뒀다. 가려고 마음 먹었던 직장은 찝찝함이 있었지만 안정성과 업무가 내 마음에 들어서 간 거였다. 어디가서 대졸 연봉이라고 말하기도 쪽팔린 월급이었지만.
그러나 큰 문제가 생겼고, 지금은 다행히 해결이 되었다. 업무가 내가 생각한 업무가 아니었다. 나중에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 같은 또래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날 뽑은 사람이 자기 후임에게 너무 관심이 없어서 무슨 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댄다. 하루 갔다와서 어떤 업무인지 확인 하고 경악을 하고,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평소 내가 다른 사람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고민으로 잠을 못잔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 이전까지는 아무리 심한 고민이 있어도 눈을 감으면 잠을 자고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중간에 깨도 다시 잠을 잘만 잘 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결국 난 하루 일하고 그 다음날 가서 관둔다고 이야기 하고 그 다음날 오전까지 일하고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

2. 무서운 교수
회사를 관두고 나오면서 난 전직장 첫 월급으로 산 시계를 잃어버렸다. 날씨도 엄청 더웠다. 고민이던 일이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절대 못살 시계라고 생각하니 두고 두고 아깝다. 더운데 중앙선 전철을 15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보니 정신이 혼미했다. 날 추천한 교수는 엄청 다혈질 교수였다. 자기가 추천한 학생이 이렇게 황당하게 관두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히 전화해서 욕을 퍼 부을 것이다. 하고 각오를 했다. 일단 메일을 남겨놓긴 했지만 난 사형선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전화를 기다렸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다고 메일 답장이 와 있었다. 난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 메일을 보고 소리를 꽥꽥 질렀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다닌 학교 때문에 덕 본적은 단 한번도 없고, 그 교수도 업무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거고 난 이미 졸업자니까 그렇게 쫄고 죄송해할 필요 없는 거였는데.

3. 야구장
일을 시작하면 야구장에 가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 더운 날씨에 야구장에 다녀왔다. 2000년 이후 야구장 가서 단 한번도 이기는 경기를 못 본 우리 아빠와의 야구 관람은 앞으로 피해야겠다. 뭐 아버지 때문에 기아가 지는 건 아니겠지만, 아빠랑 가면 다 진다. 7월 31일에는 동생이랑 갔기 때문에 기아가 이겼다. sk 랑 붙는거라 당연히 진다는 생각으로 갔는데도 이겼다. 2008년에 기아가 시즌 내내 sk 한테 딱 3승 했을 때 첫 승 하는 경기는 내가 혼자 야구장에 갔었던 서재응 선발 경기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확률로 이기는 경기를 관람하는 편이다.

4. 부모님과의 휴가
백수가 된 뒤로 매일 놀고 있기 때문에 휴가가 필요없지만, 처음으로 부모님과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맨날 비행기 타고 떠나서 부모님과 휴가를 보낼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차를 타고 전북 정읍을 다녀왔다. 4명이서 한 방에서 자고 차타고 산 속 돌아다니는게 한 일의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부모님께 서운했던 마음이 많이 가시는 느낌이다. 부모님께서 원하는 내 모습이 최종적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부모님도 만족하고 나도 나름 만족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5. 고등학교 친구
인천에서 정읍으로 처음 전학을 갔을 때 이런 곳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8살이 되어 보니 이제와서는 그런 산골에서 조용히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인천에 있다고 해서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가도 더 싸고 어차피 친구는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면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또 그게 아닌 모양이다. 시골에서 젊은 시절 낭비하면서 시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친구는 많이 힘든 모양이다. 친구 차로 고창 가서 장어도 먹고 내장산 안에서 분수도 보고 했는데 걔나 나나 많이 답답한 미래인 것 같아서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피곤해서 빨리 자야겠다. 위 일련의 일들에 대해서는 차차 포스팅할 날이 오겠지.

줏대 없는 나.

일상 2010. 7. 29. 13:28

요즘에도 가끔 괜찮다 싶으면 이력서를 넣어보고는 있지만, 100% 여기 가야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곳은 사실 없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되고 괜히 후회도 하고 그런다.
직장을 그만 둘 때도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그 허락(?)을 받는 동안 난 거의 투쟁아닌 투쟁을 해야만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그만 둔 뒤에도 현금을 받아쓰고 있진 않아도, 어쨌든 집,쌀,수도,전기 다 엄마한테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허락을 받는 건 필요한 절차였다.
대학 졸업 후 괜찮은 곳에 취직 못하고 있을 때 면접이나 필기고사 같은 일정이 잡히면 난 엄마아빠한테 다 비밀로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밝혀지면 난 정말 곤욕스러웠다. 엄마아빠는 그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검색하고, 심지어 나한테 말 안하고 둘이 손잡고 그 회사 앞까지 대중교통 혹은 차를 이용하여 다녀오시기까지 해서 나를 부담 백배 상태로 만들곤 하셨다.
이런 일화에서도 보듯, 나를 직장인으로 만들겠다는 우리 부모님의 의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왜 그렇게 열성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 딸 어디 회사 다닌다 말하고 싶은 마음, 23살 때부터 빨리 시집가라고 압박했던 부모님 성향으로 미루어 보아 변변한 직장을 다녀야 그나마 선으로라도 혼처를 잡을 수 있다는 조바심,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집안에 내놓았던 돈 등등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학 졸업 후 이런 경험을 토대로 요즘에도 웬만하면 모두 비밀로 하고 엄마아빠가 일하러 가신 동안에 면접보고 있는 중인데 엊그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나 졸업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혹시 주변에 내일부터 바로 일할 수 있는 친구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생각나더라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응 나 일할 수 있다고 교수한테 말해도 된다고 했는데 집에 오니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모 연맹 에서 바로 일할 사람을 뽑는다고.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보내라고 해서 보냈고, 워낙 교수가 여기 연맹 쪽이랑 친해서 말하면 바로 될 거 같은데 만약에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관두거나 하는 등의 입장 곤란한 행동을 할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교수가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일단 가서 얘기나 들어보자 싶어서 알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수영을 간 사이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걸 우리 엄마가 받은거다. 오늘 면접날짜 발표나는 좀 먼 직장도 있는데 교수님께 면접이 하나 남아있어서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데는 갈 수 있을 지 없을 지 확실치 않다고 말씀드렸던 거 까지 다 우리 엄마가 알아버린거다. 교수는 내가 전화 안받으면 다시 전화를 하면 될 것이지 왜 그 모든 걸 다 우리 엄마한테 말하고 물어봤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수영갈 때 귀찮아서 핸드폰을 안 가져간 내 탓이 가장 크지만)
엊그제 연맹에 가서 한달 월급이 130과 140 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 이런 직장이라도 가야 하는 건가 하고 고민을 하고,(일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하겠는데 그도 아님) 오늘 발표 나는 곳에 만약에 서류에 붙어도 거기는 100% 면접에 까지 붙는다는 보장이 없어 복잡한 마음인데 이 모든 걸 또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머리아프고 그렇다.
덕분에 집에 중간 중간 잠은 계속 깨고, 계속 고민하고 고뇌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130만 받고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이다. 문제는 그 130 주는 곳이 집에서 한시간 거리에만 있었어도 옳타쿠나 하고 가겠는데 (아니면 내가 관심있는 일이거나) 문제는 그 연맹이 우리집에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거다. 예전 회사보다 30분이 늦은 출근이기 때문에 6시 30분쯤 일어나면 되겠지만, 거의 왕복 3시간을 하면서 지금 상황에서 과외 하나 더 하면 벌 수 있는 돈을 위하여 거길 다녀야 하는 의문이 들고, 거기 일도 마찬가지로 하기 싫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으로는 그냥 안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는데 나 또 이거를 어떻게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트레스다.
올해까지는 정말 괜히 들어갔나 하는 생각 안드는 직장에 취직하는게 내 목표인데, 그 목표에 매진할 세도 없이 이렇게 휘둘리고 저렇게 휘둘리는 내 자신이 너무 짜증이 나고 서러워서 엊그제 버스 안에서 울었다. 괜히 들어갔나 하는 직장이라면 차라리 이 상태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쓰잘 데 없는 말이지만, 이게 다 첫 직장에서의 찝찝함을 무식하게 몇 년동안 참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지난 세월이 한없이 아깝고 나도 병신같고 그래서 요즘 많이 우울하다.
제길. 그래도 그 그지같은 직장을 계속 다니지 않고 때려친 건 백번 잘한 짓이다. 이걸로 위안 삼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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