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

일상 2010. 8. 9. 21:56
1. 3일 동안의 해프닝
회사를 다닐 때도, 지금도 난 후회 중이다. 이제와서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대해서 후회 해봤자 나만 괴롭지만, 이대로 그냥 인생이 잘못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두렵기도 하다. 난 아무래도 대학 때부터 길을 잘못든 거 같다. 내가 원하는 전공은 죄다 대학 졸업해서 손가락 빨고 있어야 되는 전공들이라 지금 전공을 고수했지만 그 때부터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전공도 회사에서 했던 일도 모조리 괴롭기만 해서 그래서 관뒀다. 가려고 마음 먹었던 직장은 찝찝함이 있었지만 안정성과 업무가 내 마음에 들어서 간 거였다. 어디가서 대졸 연봉이라고 말하기도 쪽팔린 월급이었지만.
그러나 큰 문제가 생겼고, 지금은 다행히 해결이 되었다. 업무가 내가 생각한 업무가 아니었다. 나중에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 같은 또래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날 뽑은 사람이 자기 후임에게 너무 관심이 없어서 무슨 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댄다. 하루 갔다와서 어떤 업무인지 확인 하고 경악을 하고,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평소 내가 다른 사람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고민으로 잠을 못잔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 이전까지는 아무리 심한 고민이 있어도 눈을 감으면 잠을 자고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중간에 깨도 다시 잠을 잘만 잘 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결국 난 하루 일하고 그 다음날 가서 관둔다고 이야기 하고 그 다음날 오전까지 일하고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

2. 무서운 교수
회사를 관두고 나오면서 난 전직장 첫 월급으로 산 시계를 잃어버렸다. 날씨도 엄청 더웠다. 고민이던 일이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절대 못살 시계라고 생각하니 두고 두고 아깝다. 더운데 중앙선 전철을 15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보니 정신이 혼미했다. 날 추천한 교수는 엄청 다혈질 교수였다. 자기가 추천한 학생이 이렇게 황당하게 관두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히 전화해서 욕을 퍼 부을 것이다. 하고 각오를 했다. 일단 메일을 남겨놓긴 했지만 난 사형선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전화를 기다렸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다고 메일 답장이 와 있었다. 난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 메일을 보고 소리를 꽥꽥 질렀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다닌 학교 때문에 덕 본적은 단 한번도 없고, 그 교수도 업무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거고 난 이미 졸업자니까 그렇게 쫄고 죄송해할 필요 없는 거였는데.

3. 야구장
일을 시작하면 야구장에 가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 더운 날씨에 야구장에 다녀왔다. 2000년 이후 야구장 가서 단 한번도 이기는 경기를 못 본 우리 아빠와의 야구 관람은 앞으로 피해야겠다. 뭐 아버지 때문에 기아가 지는 건 아니겠지만, 아빠랑 가면 다 진다. 7월 31일에는 동생이랑 갔기 때문에 기아가 이겼다. sk 랑 붙는거라 당연히 진다는 생각으로 갔는데도 이겼다. 2008년에 기아가 시즌 내내 sk 한테 딱 3승 했을 때 첫 승 하는 경기는 내가 혼자 야구장에 갔었던 서재응 선발 경기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확률로 이기는 경기를 관람하는 편이다.

4. 부모님과의 휴가
백수가 된 뒤로 매일 놀고 있기 때문에 휴가가 필요없지만, 처음으로 부모님과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맨날 비행기 타고 떠나서 부모님과 휴가를 보낼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차를 타고 전북 정읍을 다녀왔다. 4명이서 한 방에서 자고 차타고 산 속 돌아다니는게 한 일의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부모님께 서운했던 마음이 많이 가시는 느낌이다. 부모님께서 원하는 내 모습이 최종적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부모님도 만족하고 나도 나름 만족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5. 고등학교 친구
인천에서 정읍으로 처음 전학을 갔을 때 이런 곳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8살이 되어 보니 이제와서는 그런 산골에서 조용히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인천에 있다고 해서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가도 더 싸고 어차피 친구는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면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또 그게 아닌 모양이다. 시골에서 젊은 시절 낭비하면서 시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친구는 많이 힘든 모양이다. 친구 차로 고창 가서 장어도 먹고 내장산 안에서 분수도 보고 했는데 걔나 나나 많이 답답한 미래인 것 같아서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피곤해서 빨리 자야겠다. 위 일련의 일들에 대해서는 차차 포스팅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