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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태동출판사


우선 의도치 않게 이 글이 안 읽은 사람들이 봤다간 흥미를 잃을만한 내용이 포함 될 수 있으니 백야행 내용 모르는 사람은 읽지 마시길.
읽으면서 계속 괴로웠던 백야행. 읽은 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제서야 쓴다. 난 영화든 책이든 리뷰 쓰라면 정말 못 쓰겠다. 한 때 평론가를 꿈꿨으면서 이거 왜이래. 흐흐흐.
우선 책 표지는 인터넷 소설을 날림으로 출판해 놓은 것 같아서 맘에 안들지만, 난 생각보다 책 디자인에 관대하기 때문에 난 가볍고 좋았다.
주된 주인공은 유키호와 료지 그리고 그를 쫓는 사사카기 형사다.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와 얘기하면서는 나 유키호 너무 무서워서 책장 못 넘기겠다고 했더니, 나름대로 유키호는 불쌍한 인물이라고 하면서 동정심을 보였다. 책을 중간까지 읽기 까지는 유키호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유키호 라는 인물을 보면서 료지를 이용하여 원하는 바를 다 교묘하게 이루고 자신은 전혀 손해보는 거 없이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키호라는 인물에 대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난 내가 읽은 소설 중 가장 구역질 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물론 유키호에 대한 이 책의 묘사를 보면 매력의 결정체 이긴 하지만. (특히 외모가)
그런데 난 요즘 들어 내 정신건강을 헤치는 영화나 책은 보기 싫다. 예전에는 아무리 괴로워도 평점 좋은 책,영화라고 하면 의무감에 꾹 참고 봤는데 말이다. 어쨌든 나의 유키호에 대한 분노와 반감은 재혼한 시노즈카의 딸인 미카를 료지를 시켜 성폭행 하는 장면에서 극에 달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친엄마에게 배운 게 어린 여자애를 좋아하는 아저씨들에게 몸을 파는 일이었으니, 물론 유키호가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리는 만무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고 싶었던 건 내가 불행했다고 해서 남들도 불행해도 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거 아니었을까?
가끔 주변에서 보면 나도 불행하지만 너도 불행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유키호 같은 사람이라고 칭하겠다.;
읽고 나서도 계속 찝찝한 뒷맛이 남았던 백야행 이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사람들은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의) 남녀의 사랑에 대하여 영화나 책에서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게 걔네들 나름대로의 로망인가? 내가 너무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나. 다음에는 좀 덜 우울한 추리수설을 보거나 웃긴 소설을 보고 싶다.


백야행

일상 2010. 3. 5. 11:29
아직도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백야행을 읽고 있다.
읽으면서 멈췄다 또 읽고 멈췄다 또 읽고 그런다.
드라마 영화 책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볼 때 너무 감정이입하는 게 탈이라면 탈인데, 이 백야행도 너무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유키호가 너무 무서워 죽겠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진짜 무서운 소설을 못봐서 그렇다는데, 난 유키호 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고.
난 그냥 딱 레이먼드 챈들러 수준이 좋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에는 이해갈만한 합당한 사유가 있었는데 이놈의 백야행은 무서워.
세수 중 얼굴을 문지르면서, 서울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면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유키호는 허구의 인물이야." 라고 수없이 말하면서도 막상 책장을 넘기면서는 공포에 떨고 있다.
아 유키호야 너 너무 무서워. 영화도 드라마도 안볼거야. 나쁜년 같으니라고.
그러면서도 결말이 궁금해서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난 빨리 유키호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을 읽은 내 친구 두 명은 유키호가 불쌍하고, 이해가 간댄다. 물론 어떻게 보면 뼈속까지 불쌍한 인물인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부분까지는 승리자도 이런 승리자가 없다. 이럴수가.
오래전에 읽은 밀란쿤데라의 불멸 주인공 자매 중 둘째랑 비슷한 캐릭터다. 난 이런 캐릭터 싫다고.

이번 주에 잠을 제대로 못자고 그래서 아침에 아메리카노를 컵 가득 내려서 물처럼 마시고 그 여파로 또 잠을 못자는 악순환이 계속되서 피곤과 커피에 찌든 상태다. (커피를 너무 마셔서 코풀면 커피가 그대로 나올 거 같은 느낌이다)
주말내내 푹 잘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