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일상 2010. 5. 15. 01:08
12시 반쯤 누웠다가 노래도 좀 듣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원래 야구 끝나고 나서는 컴퓨터 안하는데 누워서 아까 새로 받은 노래 이어폰으로 끼고 좀 듣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서 결국 여기 또 앉았다.
백수라 하더라도 하루 시간은 잘만 간다. 난 대학 때도 그랬다. 그냥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여차저차 시간이 잘도 가더라. 그리고 나름대로 바쁘다. 집에서 밀린 거 할 것도 많았는데 막상 시간이 남아도니까 안하고 있다. 역시 귀찮은 일은 닥쳤을 때 해야 하는건가.
이불덮고 이어폰 끼고 누워 있다보니 혼자살 때가 생각났다.
요즘 하도 새로운 사건이 없다보니 맨날 과거 넋두리만 포스팅 하고 있는 내 신세가 웃기지만, 예전에 특별한 상황에서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그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처럼 난 예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고 그렇다보니 맨날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새벽에는 머리가 이상해지므로 말이 이상해도 참고 내일 아침에 쪽팔려하자)
대학 4학년 여름 방학 때 난 어쩔 수 없이 계절학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엄마아빠가 다 지방에 계셨기 때문에 난 방학 중에는 돈도 아끼고 단 한두달만이라도 엄마밥을 먹고 싶어서 계절학기는 웬만하면 안들었는데 객기로 필수인 영어수업을 2학년 때 안들었다가 결국 4학년이 되어서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 것.
여하튼 그 계절학기 수업 때문에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매일 학교에 갔고 어쩔 수 없이 덥고 더운 그 방에 혼자 지낼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앞에 있는 날림 공사한 원룸들이 대부분 그렇듯, 앞 뒤로 건물도 빼곡하고 창문은 단 하나.
자기 직전까지 에어컨을 틀다가 자기 직전에 에어컨을 끄고 최대한 시원한 상태에서 잠들어보려고 매우 애를 썼다.
앞건물과 너무 가까워서 창문도 활짝 열 수 없어서 조금만 열어두고 어떻게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그 더운 여름에 역시 에어컨 없이 장시간 편히 잔다는 건 큰 욕심이었나보다. 어느날 밤 새벽에 너무 더워서 결국 일어났다.
전기세고 뭐고 살고보자 싶어서 룸에어컨을 틀어놓고 그때만 해도 열심히 애용하던 CD Player 를 작동시켰는데 새로 나온 jamiroquai 앨범이 들어 있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때 한창 삘 꽂힌 talullah 를 3번 연속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이런 상황에 맘편히 전화할 사람도 없고. 에잇. 시발.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연애의 로망은 말하기 부끄럽지만,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더워서 깼을 수도 있고 꿈 때문일 수도 있고) 갑자기 심하게 외로워 지고 서러워 지는 그 새벽에 전화를 했을 때 남자가 내 전화를 받아주는 거다. 크크크크.
남자친구가 있을 때에도 한창 악몽에 시달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한번도 전화한 적이 없었다. 그냥 외로워. 무서워 하고 말았지. 걔가 그 시간에 내 전화를 반가워 할 것이란 확신이 전혀 없었다.
다시 대학 4학년 여름의 그 밤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음악을 들으면서 경찰차가 지나가면서 내 창문으로 비치는 빨강 파랑 빛을 보다가, 서러워져서 누워서 눈물을 쪼끔 흘리다가, 냉장고를 열어 위스키를 꺼내 얼음이랑 섞어서 한잔 쭉 들이키시고 잠이 들었다. 그 위스키는 놀러온 친구가 오빠껀데 그냥 너 주려고 몰래 가져다고 준다고 말하며 준 소중한 위스키였다. 나름 아껴서 먹었는데 한 달을 못가서 저런 식으로 다 마셔버렸지.
지금은 한달에 술을 한번 마실까 말까 하지만, 계절학기 들었던 그 여름에는 "냉장고에 맥주 항상 구비" 가 나의 철칙이었다. 자기 전 맥주 한캔 이 두캔이 되고 세캔이 되고 안주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점점 늘어가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맥주 맥주 하는 구나 하면서 맥주의 맛 세계로 입문하였던 때였다. 그때는 내가 평생 자기전 맥주 한캔을 즐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네.
그 때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맥주는 밀러 였다.
아.. 이제 누우면 잠이 올까? 잠들고 싶다.

매일 아침.

일상 2009. 12. 21. 23:18

아침 6시 50분에 출근길에 나서면 완전 밤이다.
달 떠 있고 가로등 떠 있는 완전 밤.
따뜻하기만 해서 보기 좋은 옷차림과는 거리가 먼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항상 생각한다.
내일은, 혹은 다음달에는, 아니면 이제 별로 멀지 않은 2010년에는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까?
매번 이제 진짜 그만이고, 끝이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지만 의도치 않게 항상 그 말이 거짓말이 되었다.
이제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진짜 그만이라고 말해봤자 믿어주지 않겠지만,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은 그 순간에는 항상 진심이었다.
이제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나 이제 진짜 진짜 진짜라고 말을 할 용기도 안생기고 염치도 안생기지만, 아마 난 내일 아침 6시 50분에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럭저럭 나이에 맞는 도리라고 하는 것들을 나름대로는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난 사실 실패할 기회가 없었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실패할 기회가 생겨서 지금보다 더 망하든, 흥하든, 단 한번이라도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하다. 제길.


아침이 싫어요.

일상 2008. 7. 25. 08:51
대학생때 하는 거 없이 마음이 허하고 외로울 땐 잠들기 전이 참 힘들었다. 그냥 좀 외롭고 어디에 전화도 좀 하고 싶고 영화 보고 싶기도 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일기 쓸까 하다가 냉장고 열어서 물 좀 마시다 결국 CD Player 를 틀고 천장만 바라봤다. 아 그때만 해도 mp3 파일 보단 CD player 로 음악을 훨씬 많이 들었는데. 여름 밤에 누워서 듣는 음악은 참 좋았다.
참 팔자 좋은 시절이었다. 내가 그렇게 누워서 한 생각이라곤 고작......다른 각성한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심각히 고민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생각은 정말 하잘 것 없는 것들이었다.
외롭긴 했지만, 난 그냥 그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 가기 싫음 안가도 되고, 공부 하기 싫음 안해도 되고. 가진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아니었을까. 뭐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 하나는 오지게 많았으니까. 돈까지 있었음 좋았겠지만, 그냥 시간 많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좋았다. 그 시간을 뭔가 더 보람차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하질 않았는데, 어렴풋이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냐..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 허송세월의 댓가로 난 내가 있기 싫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요즘에는 잠드는 건 크게 문제가 안된다. 씻고 머리 감고 누우면 거의 다이렉트로 잠이 드니까.
문제는 아침이다.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면 약 10초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 오히려 드라마 보고 11시에 하는 시덥지 않은 프로그램 보면서 웃기도 하는데, 우와... 아침에는 정말 답이 없다.
나의 기상시간은 5시 50분. 6시까지 세수하고 밥먹고 맨날 똑같이 전철타고 오는데, 전철에서 실컷 자다가 내릴 때 되서 일어나서도 약 5초간 아. 죽고싶다. 는 생각. 원없이 잠을 못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그냥, 별 건 아니지만 직장인 되면서 부터 생긴 차이라면 차이라서.

오늘은 월급날. 닥치고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