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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2 비극적 끝에 대한 갈망

나에게는 아직도 어리광 부리냐고 할까봐 사람들에게 안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내 삶을 끝내는 방식에 대한건데, 어제 동생과 통화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미쳤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전 독일 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부기장의 의도적 충돌이라는 게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부기장이라면 내가 자동차를 몰듯, 비행기를 몰았을 것이고, 그가 사고를 냈던 날에는 아마 내가 운전하면서 가끔 하는 생각과 느끼는 기분에 빠져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운전 중에 지금 상태에서 죽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죽어가는 게 아니라, 엄청 큰 트레일러 같은 차가 와서 내 차를 박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을 수 있지 않을까? 나만 순간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충동.

그 부기장은 6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난 지금 그런 상태도 아니고, 가끔 우울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사고 날 뻔 하면 미친듯이 빵빵 거리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생에 대한 내 의지를 느끼며 죽긴 누가 죽어. 라고 말하지만...

하지만 150명이나 죽인 그 악마같은 부기장이, 비행기 안에서 알프스 산맥을 바라보았을 때 이 비행기를 저기로 몰면 바로 죽을 수 있겠지 하는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거다.

우울함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게 한다. 그래서 가끔 너무 우울해도 어리광같고 징징거리다고 할까봐 아닌 척 행동하고, 동생한테 이 얘기를 할 때도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한 20% 정도는 진심이다.

고등학교 때 부터 쭉 이런 끝에 대하여 생각하곤 하는데, 내가 이런 상상을 하는건 동생 말대로 꿈과 희망이 없어서 일까. 난 그건 아닌 것 같고 17살 때 상태 그대로의 미성숙한 정신 때문인 것 같다. 휴. 나는 언제 철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