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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쓰기

단문 2011. 11. 25. 10:55

25살 때 지금은 민영화 될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었다. 아르바이트가 그렇듯 내가 하는 일은 잡일이었는데, (크크큭 근데 난 정규직일 때도 지금 계약직도 계속 잡일만 하는거 같아) 회의 준비를 한다며 음료수를 사람 수대로 사서 테이블 위에 놓으란 심부름을 받았다. 그때 당시 음료수 살 돈으로 나에게 배정(?)된 돈은 총 7만원인가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음료수를 열라 넉넉하게 50개 사도 돈이 한참 남았다. 난 음료수만 산 연수증을 법인카드와 함께 드렸다. 7만원보다 한참 모자르게 돈을 쓴 영수증을 본 직원이 "미영씨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미영씨 사고 싶은 것도 좀 사지. " 이러는 거다. 난 별 대답을 안했는데 결국 그 직원이 지하 매점에서 원두커피 초코렛 휴지 물티슈 등으로 7만원을 가득 채웠다. 그걸 보면서 결국 우리 엄마아빠가 낸 세금은 저런데 다 쓰여지는구나 싶었다.
요즘 학교도 예산 처리 마감일이 다가와서 엄청 분주하다. 내돈도 아닌 돈 쓴 거 처리하느라 나도 죽을 지경. 여하튼 대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이렇게 쓰여지는 것이다. 최신형 컴퓨터와 LED 모니터로 또 회식으로.
교수되는데 돈이 엄청 들고 학생들이 교수에게 지식을 얻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가끔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의식있고 깨여있고는 반값등록금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냥 우리집과 내 통장에는 돈이 참 없는데 어딜가든 돈이 넘치고 다들 돈을 다 쓰느라고 골머리인 것이 아이러니다.